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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일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 시위.
3월 2일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 시위. ⓒ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단체
  
지난 2월 26일, 대한민국 국회가 미얀마 쿠데타 규탄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어느 지역, 어떤 쿠데타도 용인할 수 없음을 우리 입법부가 공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같은 날 쩌모툰 미얀마 유엔대사가 유엔 총회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세 손가락을 펴면서 국제사회에 미얀마 쿠데타 종식과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아래 CRPH)의 지지를 호소했다. CRPH는 쿠데타로 의원직을 상실한 298명 의원들의 긴급 결의로 결성된 비상기구이다.

민아웅 흘라잉 쿠데타 세력의 행동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이들이 조직한 내각은 정통성이 없으며, 군부에 의해 구금된 윈민 대통령이 이끄는 민간정부만이 유일 합법정부임을 국제사회가 용인해줄 것을 요청하는 긴급 성명서를 낸 바 있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매일 쿠데타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불복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국가공무원, 의료인, 노동자들이 자발적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135개 종족으로 구성된 미얀마에서 종족 차이를 넘어 전 국민이 민주정부를 무너뜨린 군부에 저항하고 있다.

모든 쿠데타가 그러하듯이 이번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명분 역시 억지스럽다. 우선 쿠데타 이유로 작년 11월 총선에서의 부정선거를 들고 있으나 이렇다할 증거가 없다. 특히 군부가 부정선거 운운할 입장이 아니다.

2008년 5월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해 수만명이 사망하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불투명하게 국민투표를 시행하여 자신들이 만든 헌법을 통과시켰고, 2010년 총선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이하 NLD)의 불참하에 불공정 선거를 강행한 당사자가 군부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미얀마 2008년 헌법 11장 417조에서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 군총사령관이 통수권을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민간정부가 들어섰다 하더라도 민간정부의 권력을 찬탈할 수 있는, 이른바 합법적 쿠데타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결국 2월 1일 쿠데타는 그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쿠데타 이후 군이 자신들의 행동을 쿠데타가 아닌 헌법에 따른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군부는 이 헌법에서 요구하고 있듯이 국가비상사태 조치를 내릴만한 상황인지를 판단해야 할 윈민 대통령,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민간정부의 지도자들을 워키토키 불법 소지 등 엉뚱한 이유를 들어 구금해버렸다. 이번 군부의 행동이 그들이 만든 2008년 헌법에 비추어보아서도 반헌법적 행위인 것이다. 무력에 의한 권력찬탈이라는 전형적 쿠데타이다.

미얀마 국민은 과거로 회귀를 용인하지 않는다

이미 미얀마 국민들은 1974년, 1988년, 2007년 세 번에 걸쳐 억압적 군부권력에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운동의 역사를 쓴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이 세 번의 국민적 저항을 유혈진압하였다. 그러나 이번 국민적 저항만큼 넓고 강력한 적은 없었다. 이미 2011년 하반기부터 언론, 노동, 정보,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자유화의 경험을 한 미얀마 국민들이다. 휴전상태에 있던 소수종족 무장세력들도 군사정부의 정당성을 부정하면서 대화를 거부하고 나섰다.

위기가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가 행하는 탄압의 강도가 커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미얀마 사회의 탈군사화의 계기로 삼고 있다. 군부기업들이 생산하는 물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한 예이다.

미얀마 군부는 여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제권력이기도 하다. 고위공직자사회에도 깊이 진출해 있다. '국가 안의 국가'이자 '지배계급'이다. 2015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반세기만에 민간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지만, 오랜 기간 걸쳐 군사화된 미얀마 사회를 혁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NLD는 지난 2020년 11월 총선에서 다시 압승을 거두었다. "NLD가 안 되면 군부다"라는 절박한 심정이 표로 드러났던 것이다. 군부가 밀었던 정당은 30년전 1990년 5월 선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완패하였다. 현재 미얀마 상황은 군부가 총선 참패를 인정하지 않고 쇄국체제를 재차 공고화할 수 있었던 30년 전과 다르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개방사회를 경험한 미얀마 국민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물론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 정부의 로힝야 인권문제에 대한 대응에 서방진영과 국제인권단체들은 실망한 바 있다. 그러기에 군부가 국제사회와 수치-NLD 정부간의 불편한 관계를 쿠데타의 기회로 활용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즉각 규탄하고 나섰다.

미얀마가 다시 '인권이 실종된 땅', '시간이 정지된 땅'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쿠테타를 일으킨 군부세력을 영원히 병영으로 돌아가게 할 것인가. 군부와의 전면 항전에 나선 미얀마 국민들의 의지가 후자임은 명확하다.

이 숭고한 의지에 대한민국 입법부가 일치된 행동으로 찬사를 보냈다면 이젠 대한민국 행정부가 대안정부의 역할을 하는 CRPH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야 할 차례이다. 미얀마 군정 치하 인권 유린 사안에 대해 행동없는 NATO(No Action, Talk Only) 외교를 반복했던 과거 전철을 우리 정부가 더 이상 밟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 입니다.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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