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필자의 진료실에는 자신의 갑상선암을 수술해도 좋은가를 문의하러 오는 환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 그 중에는 수술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열에 여덟 아홉은 암이 아니거나 암이더라도 수술이 불필요한 경우다.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도 그 곳 병원에서는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1cm보다 작은 혹이면 암이라 하더라도 지켜볼 수 있는데도, 수 밀리에 불과하고 암도 아닌 혹을 수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1cm도 되지 않는 혹은 비록 그것이 암처럼 보이더라도 세침검사도 하지 말라는 미국갑상선학회의 권고는 그런 혹은 비록 암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위험하지 않으니 환자에게 불필요한 두려움을 주지 않도록 알 필요도 없으니 알려고 하지 말라는 권고인 것이다.

환자들의 암에 대한 공포는 실로 막강한 것이어서 암이 의심된다는 말만 듣게 되더라도 환자는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공포는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를 조종할 수 있는 막강한 수단이 되기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집요하게 초음파 검사와 세침검사를 고집하기도 한다. 암이 나올 때까지 검사를 계속한다는 것이 그들의 원칙일지는 모르겠으나 미국 갑상선학회의 권고는 그런 검사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집요하게 검사를 해서 암이란 증거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이상 세포만 보이는 경우나 여포성 종양이 의심된다는 경우에도 수술을 해 보아야 암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으니 수술을 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누가 들어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논리인지라 환자로 하여금 수술을 받게 만들려는 궁색한 논리인 것처럼 들린다.

이럴 경우는 암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 만일 수술해서 암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려고 수술을 권하는 것일까? 나중에 암이 아닌 것이 판명되면 '암이 아니니 축하한다'고 말을 할 것인가? 그럴 경우 그 환자가 겪은 고통과 비용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한단 말인가? 암인지 여부를 알아보는 더 좋은 방법은 느긋하게 기다리며 가끔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1년에 한 번 정도 초음파를 해 보면 2-3년 뒤에는 이것이 빨리 자라는 암인지 그렇지 않은지 알게 되므로 빨리 자라는 예외적인 경우만 수술을 해도 되는 것이다.

환자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또 다른 방법은 전이가 될 수 있으며 전이되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말을 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1cm 이하의 혹이면서 암인지 확인되지 않은 경우 실제로 폐로 전이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령 그것이 암이라 하더라도 림프절 전이는 대개 현미경적 전이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이런데도 자꾸 이런 말을 들먹이며 환자를 겁주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10년, 20년을 지켜보아도 별로 커지지도 않으며 거의 전이가 되지 않는 혹은 비록 현미경으로 보면 암처럼 생겼을지라도 암이라고 부르지 말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전에는 암으로 진단했던 갑상선암 중 10-20%는 이제 암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는 선언이 있었다.

이제 암도 아닌 것을 암인 양 위험을 과장해서 수술을 권하는 것은 멀쩡한 갑상선을 도둑질하는 것일 수도 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눈 감으면  갑상선을 베어가는 세상이 존재한다. 갑상선 혹을 가진 사람들은 조심해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용식님은 두경부외과 전문의사로 갑상선암이나 후두암, 구강암 등 암을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태그:#갑상선암, #갑상선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