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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친박'이 여의도에 복귀함에 따라 정국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고 됐다. 당장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온 여야 관계에서 '눈에 띄는' 승패가 드러난 만큼, 판세 변화가 점쳐진다.

변화에 직면한 것은 여권 내부도 마찬가지다. 우선 구심점이 없던 새누리당에 7선의 실세가 둥지를 틀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기존 세력과의 미묘한 역학 관계가 형성될 조짐이다.

이는 당 밖도 예외가 아니다. 당과 느슨한 관계를 유지해온 청와대가 본격적인 정국 주도권 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 중심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위기 때마다 등장해, 박 대통령의 앞길을 터온 국가정보원 남재준 원장의 '해결사' 역도 여전히 유효하다. 서청원 전 대표의 등장으로 여권의 진용이 비로소 본 모습을 갖췄다는 평가다. 향후 정국과 권력 3인의 역할을 조명해 봤다.

전면에 나선 빅브라더

서청원, 김기춘, 남재준. 이들 3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막역한 인연을 맺어온 인물들이다. 정관계, 심지어 군에 이르기까지 요직을 두루 거친 백전노장이라는 점도 같다. 하지만, "말이 좋아 '백전노장'이다"라는 따가운 시선도 공통적으로 받는다. 모두가 이미 2선이나 막후에 있어야 할 원로급이라는 것이다.

반면 연령대에 맞게 덕도 본다.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큰형님' 뻘이다. 현행 여의도에서 7선인 서 전 대표의 국회의원 선수를 따를 인물은 없다. 같은 7선으로 정몽준 의원이 있지만, 정당 요직을 거친 정치 경력에서는 서 전 대표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서 전 대표 스스로 "국회의장 빼고 다 해봤다"고 자평할 정도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이인제 의원이 6선, 황우여 현 대표와 김무성 의원도 5선이다. 이는 야당의 최다선인 6선 이해찬 의원과 5선 문희상 의원보다도 앞선다. 사시 12회(당시 고등고시 사법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법조계에서는 가장 '큰어른'으로 통한다. 이는 사시 18회인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시 23회인 황교안 법무장관보다 크게 앞서는 기수다. 최근 내정된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는 사시 24회 출신이다.

육사 25기(68년 임관)인 남재준 원장 역시, 현 정부에서 군 출신으로는 항렬이 가장 높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육사 27기고 김관진 국방장관과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은 육사 28기다. 최근 임명된 최윤희 합참의장은 77년 임관한 해사 31기다.

'상명하달'의 위계를 중시하는 각 분야에서 이들 3인방의 소위 '말빨'은 굳이 완장 없이도 법(法)으로 통할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동생들(?)이 고개를 숙이는 이들이지만, 이제는 완장까지 차고 '손수' 진두지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서청원 전 대표와 김기춘 실장은 박 대통령의 후견 단체로 알려진 '7인회' 소속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기간 모두, 막후에서 힘을 발휘한 전례가 있다.

대중성에서는 이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남재준 원장도 2007년부터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안보분야 자문역을 맡아 왔다. 일련의 사태에 비춰볼 때 보수결집의 숨은 동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현행 이들 3인의 노병이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정부에 각기 진지를 구축한 이상, 박근혜 정부의 전반기를 주도할 가능성은 크다. 그에 대한 조짐도 이미 크고 작은 사례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들의 영향력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하는 사건도 많다.

당-정-청, 화학적 결합 가능해져

우선 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늦게 합류한 서청원 전 대표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당 안팎에서는 평지풍파가 일 정도다. 실제로 그가 지난 재보선을 통해, 등장할 당시 당내 소장파와 당밖 개혁론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당내 소장파들은 대놓고, 그의 전력을 들어 지도부에 공천 반대를 요구했다. 당 밖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나서서 서 전 대표를 겨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말을 들어 보자.

"비리 전력이 있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은 정치쇄신과는 맞지 않는다. 꼭 그렇게 (공청을) 할 건 아니었다."

10월 14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 교수의 말은 단지 서 전 대표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그의 말 속에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밝힌 "비리 전력자는 엄벌하겠다"는 정치쇄신안이 들어 있다. 사실상 청와대 인사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서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 전 대표는 2002년 대선과 2008년 총선 직후, 정치자금법에 연루돼 두 차례 모두 실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부담도 없지 않았겠지만, 청와대로서는 서 전 대표의 '이름값'에 모험을 걸어 볼 만 했다는 말이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말도 있다.

지난 10·30 재보선에서 그가 민주당 오일용 후보를 큰표차로 물리치고 압승하면서 이같은 노림수는 적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박 대통령이 정국 최대 쟁점인 '정보기관의 댓글 사건'에 명확한 선긋기를 시도한 것은 그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서청원 효과'다.

'약골' 지도부에 그마저 구심점 없이 사분오열했던 새누리당으로서도 모처럼 큰형님을 중심으로 힘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다분히 당내 실력자로 부상한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청원 전 대표의 입성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 중 '당청간 화학적 결합'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헤럴드 경제>에 실은 칼럼을 통해, "서 전 대표의 등장은 박근혜 대통령 친정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원활한 당청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그는 "새누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킬 위험도 있다"고 언급했다.

"화성 초선"이라고 자평한 당사자의 말과 무관하게 7선 경륜의 존재감이 여권 전체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권 전반기, 친정 체제 완성
   
새누리당의 변화는 앞서, 터를 잡고 밭을 갈아온 김기춘 실장과 남재준 원장과 더불어 박근혜 정부에는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은 자명하다.

더욱, 서 전 대표의 입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 좌우 예봉(김기춘)과 채찍(남재준)에 숙련된 정치력을 갖춘 '당근'까지 손에 쥐게 됐다. 당을 넘어 대야 전선에서 청와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늘었다는 말이다.

이들 3각 편대를 중심으로 현행 여권의 중심 체제가 안정을 이룬 만큼, 세력권의 안과 밖 반발, 도전 세력에는 더 없이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먼저 그간 당내에서 급물살을 타온 김무성 의원 중심의 비박, 반박 연합 세력 구축은 당분간 소강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 정권의 주류였던 친이계의 재기에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김무성-이재오 라인이 '일시정지' 모드로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채동욱 사퇴 파동을 전후해 정국에 드리운 김기춘 실장의 존재도 여권 내부와 야권을 통틀어 반대 세력에는 부담이다.

특히, 최근 청와대가 내정한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는 김 실장과는 같은 PK 출신에다, 앞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동안 청와대로 향했던 칼이 반대 방향을 향할 것이라는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존 그를 일러 '부통령'이라 부르고, 박 대통령이 사정 라인 인사 일체를 일임했다는 말이 돌 정도니 3각 편대 중에도 구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 발언과 이석기 의원의 '역모'를 들어, 정국 운용에 간여했던 남재준 원장 수중에는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평양 녹취록'이 있다. 청와대가 국정 운용 전략으로 일시 후퇴하긴 했지만,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언제든 제3의 '대화록 파동'을 주도할 수 있다. 물론 이석기 파동의 여파도 아직 유효하다.

집권 초기 인사 난맥과 국정조사 등으로 위기에 빠졌던 박 대통령에게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온 남재준 원장은 '흑기사'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고령인데다, 그간 정국 분위기를 냉각 시키는 '냉매' 역할을 해왔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야권을 포함한 반대 세력에서 이들 3각 구도를 깨고, 권력구도를 재설계하려 할 경우, 정국은 격랑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그 후유증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 구도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필자의 불로그에 게재된 글 입니다.



#서청원#남재준#김기춘#여권구도#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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