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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무늬> 표지
 <생각의 무늬> 표지
ⓒ 한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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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세상이 따뜻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면 시를 못 쓰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류금자 시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사는 얘기가 그냥 시였으면 그것을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류금자 시인은 시집 <그루터기의 꿈>(2009)에 이어 올해 1월 두 번째 시집 <생각의 무늬>(문학공간 시선 252)를 펴냈다. 일상의 체험들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시들이 담겨있다. 첫 번째로 기독교 신자로서의 믿음을 노래했고 두 번째는, 가족 간의 유대를 노래했다. 세 번째는 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노래했으며, 네 번째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노래했다.

그의 시집에 대해 박건웅 시인은 서평을 통해 "시냇물에 씻긴 조약돌같이 정갈하면서 달무리같이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편마다 맑은 심성과 진실성을 들여다보이고 시를 읽으면 '시는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평했다. 이어 "시가 대체로 짧고 함축미가 있으며 이미지가 선명하다, 지나친 수식 및 기교를 부리지 않고 유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류 시인의 시는 사실적이나 사실적이지 않다. 류 시인의 깔끔한 성품과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굳은 의지가 반영된 까닭이다. 사실 류 시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신앙을 근간으로 삶의 체험을 시로 승화시켜 온 여류시인이다. 틈틈이 시를 쓰고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류 시인의 정신적 거점이라 할 수 있는 기독교적 사상과 교훈을 고스란히 담은 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제2부 '빈방 있습니다'가 그렇다. 시제 '겸손의 문'에서부터 '베드로 고기'에 이르기까지 신앙인의 경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가족 간의 유대를 그린 시들과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담은 시들에서는 천진무구한 어린이 혹은 전통적·애상적 심상에 사로잡힌 류 시인의 문학적 색채를 접할 수도 있다('새봄'에서 - 발꿈치 들어/ 바닥을 친 뒤/ 튕겨 나온다/ 스프링, '벌초'에서 - 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들어 버린/ 아들이 젊은 아버지에게/ 시원하시지요/ 빗질해 드릴게요/ 연신 말을 건넨다).

아울러 시의 소재가 다양하고 범위가 넓다. 신앙·가정·사회·자연을 인간의 정서에 접목시키면서 시를 엮어나가고 있다. 때론 어린아이가, 때론 구부정한 중년이 징검다리를 건너듯 조심스레 한 템포씩 운율을 띄우며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순수한 서정과 감동을 아래 시를 통해 한번 느껴보자.

류금자 시인은 <순수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순수문학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류금자 시인은 <순수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순수문학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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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거스르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고요하게
숨 쉬는
연두 물결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소박한
향기

흘러내릴까
쌓고 쌓은
마음의


터져 내린다

'쉼표와 마침표'

무엇이 귀한 건지
잘 사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싶으면 한번
자리에 누울 일이다
쉼표를 찍을 일이다

누구나 하는 그래서
별일 아닌 것 같은 일상사
한 가지라도 제대로
못하는 순간부터
별일이 된다

세상에 귀한 것이
일상사다
마침표를 찍는 날까지
일상을 살아 내는 게
잘 사는 것이다


생각의 무늬

류금자 지음, 한강(2013)


태그:#생각의 무늬, #류근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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