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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50일여 남은 시점인데, 아직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의 형을 선고받고, 10개월째 복역 중인 정봉주 전 의원에게 10월 30일, 31일 홍성교도소로 면회를 갔습니다. 간 김에 단일화 협상에 대한 생각, 출소 후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금주 등으로 인해 건강은 매우 좋아지셨고, 특유의 유쾌한 깔때기와 타인의 배려하는 마음은 여전했는데요. 이 인터뷰는 <주간경향>에 200자 원고지 10매 정도로 공개된 것인데, 지면관계상 분량이 많이 줄어들어 정봉주 전 의원의 얘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듯해 전문을 다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요.
"지금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일단 단일화라는 말이 잘못됐어, 이건 후보 중심의 관점이예요. 안철수 쪽에서 연대라고 얘기하는데, 상당히 맞는 얘기긴 하지만, 연대도 선택의 문제야. 연대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요. 단일화는 모든 결정을 후보에게 맡겨놓은 건데, 이걸 국민적 관심으로 바꿔야 해. 국민은 뭘 요구하고 있냐 하면 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거예요. 둘이 현재 국민을 분열시켜놓고 있는 거야.

국민과 역사의 명령은 통합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후보단일화도 아니고, 연대도 아니고, 통합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안철수(이하 안)와 문재인(이하 문)이 차이가 없어. 자기들끼리 분열하고 있는 거지. 국민적 관점이라는 것이 왜 중요하냐 하면, 사람이 맘에 안 들면 종교도 바꿀 수 있고, 맘에 안 들면 왕도 바꿀 수 있지만 국민은 바꿀 수 없어요. 국민이 바로 역사야, 국민은 하늘이고.

하늘이 명령하고, 역사가 명령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하라는 거죠.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분열 세력인 거지. 지지자들 사이에서 문을 지지하면서 안을 공격하는 사람이 있고, 안을 지지하면서 문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 안이냐, 문이냐, 선택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실은 분열의 의도가 있는 사람들이야. 문을 지지해도 안을 공격하지 말고, 안을 지지해도 문을 공격하지 말아야 해요.

국민들 입장에서는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지 말고, 지금은 국민의 명령을 들을 사람이 되면 되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안과 문을 분열시키는 사람들은 알바일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 쪽 지지자들은 거기에 현혹되지 말고, 오로지 둘이 통합되도록 요구하면 되는 거예요."

- 지금 통합이 안 될까봐 불안해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요.
"문과 안의 존재 근거는 국민이야,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본인들이 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자기들이 통합 와중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국민의 관점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예요.

내가 통합하냐, 내가 단일화하냐, 내가 연대하냐, 이 문제가 아니야. 이번 선거는 완전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 살려달라고 하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국민과 독재부활 세력의 싸움이야. 국민을 살릴 것이냐, 아니면 독재를 구할 것이냐 하는 그런 국면인데, 독재세력은 결코 부활할 수 없어요 지금 통합이 안 될까봐 걱정한다고 방금 얘기했는데, 제일 중요한 문제가 통합의 가교, 브리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 어떤 분들이 해야 될까요?
"오죽 답답하면 원로들 100명이 나오고, 조국 교수도 나오고 그러는데, 어쨌든 정치 외적인 분들이야. 국민에게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자기들을 버리면서 살인성인을 하면서 뛰어나오는 정치인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없으니까 정치 외적인 분들이 가교역할을 하면서 통합 문제가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거예요.

민주당 쇄신파가 있잖아. 이 사람들이 민주당 쇄신하겠다고 하는데, 민주당 쇄신은 어찌보면 지금 순간에 그렇게 절실하지 않을 수 있어요. 지금은 국가를 쇄신해달라는 거야. 그래서 쇄신파가 그 안에서 쇄신해달라 어쩌고 저쩌고 하면 자기들 밥그릇 싸움처럼 보여요. 그러니까 눈 앞의 것만 보고 눈을 좁게 가져가지 말고, 멀리 넓게 내다봐라, 국가를 쇄신할 생각을 해라, 본인들이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안과 문의 브리지 역할을 하라는 겁니다.

국회의원 20명이 무슨 일을 못하겠어. 이 사람들이 '우리가 그것을 하게 되면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데, 욕을 먹을 각오로, 자기들의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나서게 되면 지금 당장 욕을 먹을 수 있을지언정 역사에는 떳떳한 정치인으로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정치권이 이 역할을 못하니까 욕을 먹고 있는데, 쇄신파가 이 역할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자기들 이해타산 따지지 말고, 자기들 밥그릇을 따지지 말고, 오로지 국민을 생각해서 내가 이번에 국회의원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욕을 먹더라도 이것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진심으로 한번 다가가봐라, 그러면 국민들은 당신들을 인정을 해주고, 당신들의 가교 역할을 지지해줄 거라는 거예요.

민주당의 쇄신파는 민주당의 비주류야. 민주당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안철수 입장에서 볼때도 민주당 중심의 사고가 아니고, 정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신뢰할 만한 근거를 충분히 보여줘야겠죠. 민주당이 하나의 역사이고, 해야 할 역할이 많이 있지만, 그것에 앞서서 절실하게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안철수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국민들이 박수 칠 수 있는 공정한 심판을 보는 역할을 민주당 쇄신파가 해주기를 바라는데, 그 역할이 설사 자기 맘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해. 욕먹지 않으려면 정치 안 하면 됩니다. 진정한 정치인은 욕을 먹더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서 떳떳해질 수 있는 자신감으로 모든 것을 버릴 줄 알아야 해요. 쇄신파가 그 역할을 하면 되는 거야. 20명의 국회의원이 모여서 자기를 버리면 구체적인 방법이나 생각이 무궁무진하게 나와요.

'나도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생각이 있지만 그건 굳이 얘기하지 않을 테니 당신들의 정치적 역할을 한번 찾아봐라, 진정으로 나라를 살리고 국민에게 권력을 넘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봐라'라고 얘기하고 싶어. 쇄신파들이 원로들도 만나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 하나의 단단한 심판진, 중립적인 브리지가 형성이 되는 거야. 지금 시간이 없어요."

- 양쪽 다 핸디캡이 있지 않습니까? 민주당은 지난 총선 패배로 인해 민주당 자체가 정권을 바꿀 수 있냐는 회의가 있고, 안철수 쪽은 정당 기반 없이 무소속으로 정권 교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건데요.
"그런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많아지는데요. 아주 중립적이고, 제대로 된 심판, 정치 그룹이 형성되면 사람들이 신뢰를 할 수 있는거지. 그런 논란 속에서 민주당의 한계도 극복하고, 안철수의 한계도 극복하는 방안을 찾으면 되는 거예요.

그런 미세 각론은 정치하는 사람들은 관심 있지만, 국민들은 얼른 너희들 통합하라는 명령을 하고 있어요. 이외에는 다른 것이 없어. 대한민국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고, 국민과 독재 부활 세력이 대립이 되고 있는데, 독재를 부활하려고 하는 세력은 결코 이번에 성공할 수 없어요. 내가 구체적으로 후보 지칭하면 선거법이나 이런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 누굴 지칭하지는 않을 거야."(웃음)

- 지칭하지 않으시니까 누군지 굉장히 궁금한데요.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웃음)
"안 돼요.(웃음) 아무튼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단 말이야. 한마디로 지금 상황을 얘기하면 '절망의 코리아'예요. 지금 희망의 코리아로 갈거냐, 절망의 코리아로 갈거냐 하는 변곡점에 서 있어. 박정희 독재정권과 그 계승자들은 절대 부활할 수 없는데, 첫째는 이분들이 고발되었기 때문에 그래요. 중요한 표현이야, 고발되었어.

독재정권에 희생이 된 분들, 장준하 선생, 인혁당 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분들, 억울한 죽임을 당한 학생, 시민, 노동자, 농민들이 흘린 피, 그분들의 무덤, 눈물로 지새운 어머니들이 이 독재 세력을 고발한 거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원혼이 원수를 갚는다고 얘기해, 그게 일반의 정서고, 일반의 감정이야.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표현이지.

원한을 갖는다는 게 감정적으로 충분히 이해되는데, 물질세계와 마찬가지로 정신세계나 역사의 흐름은 규정된 중력 관계가 있고, 그 균형이 흔들릴 때 그것에 바탕이 되는 요소와 원칙이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를 해요. 그것이 바로 역사의 고발인 거야.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자식을 안고, 눈물로 지새운 어머니들이 가장 두려운 고발자야. 이분들의 고발은 시대를 뛰어넘는 고발이예요. 이 시대를 뛰어넘는 고발이 독재세력의 부활을 용납할 수 없는거지.

둘째로 독재세력은 한 국민을 도둑질한 죄를 지은 거야. 국민의 정신을 도둑질한 죄는 시효가 필요치 않아, 시효가 없어요. 이런 시효가 없는 도둑질의 죄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부활을 용납할 수 없는거죠. 셋째는 독재의 계승세력은 연대의 의무, 소속의 의무를 져야 되는데, 대통령 후보나 한 정치 세력의 우두머리 혹은 대표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는 그 집단이 역사적으로 범한 독재에 대한, 인혁당과 같은 사법살인, 정수장학회 강탈 등에 대한 수치심을 느껴야 해요. 자부심과 수치심은 동전의 양면 같이 상호 연결된 감수성이야. 자부심과 수치심을 느낀 감수성은 집단적 책임감을 느끼는 감수성과 연결이 되는 거예요.

독일은 홀로코스트, 유대인 학살 이런 것에 대해서 수치심을 느끼면서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사과를 해요. 그런데 일본 민족은 정신대 문제나 징용, 침략의 역사에 대해서 사죄하지 않아. 독일은 수치심을 느끼기에 민족적 자부심이 높은거고, 일본은 수치심을 느낄 수 없어서 자부심조차 느낄 수 없는 거예요. 일본은 자기 역사에 대한 연대 의무나 소속 의무를 거부하는거야. 조상이 한 것을 내가 왜 사과하냐는 건데요. 조상이 한 것을 사과할 의무, 연대의 의무가 없으면 자부심을 느낄 연대 의무도 없는 거야.

아버지 때 일을 연관시키지 말라는 것은 연대, 소속의 의무를 거부하는거죠. 그건 국가와 민족과 역사에 대한 연대와 소속의 의무인 것이고, 아버지 대의 과오에 대한 얘기를 끊자고 하는 것은 이런 연대 의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정신대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 일본의 행태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국가 지도자로서의 제일의 덕목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연대의 의무야, 이것을 거부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는 거야.

지도자의 자격이 없는 대표가 한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은 순수하게 독재 정권을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밖에 안 되는 것이고, 기본적인 덕목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국가를 책임질 자격이 없는 거지. 이런 이유로 선거에서 이길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부활할 수도 없는 근거가 되는 거예요.

야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 통합을 거부하는 것은 분열세력으로 남는다는 거거든, 국민과 역사를 거부하는 것이므로 명백히 분열세력이 되는 거야. 그리고 이들은 반역사 세력임과 동시에 국민의 열망을 거부하는 세력이 되는 거예요. 국민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통합의 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볼때 절대로 용납이 안 되는 거지.

통합을 거부하는 후보들뿐만 아니라 그 세력들에게 한마디하고 싶은데요. 통합을 거부해도 대선 이후에 자신들이 정치세력으로 존재하고 남을 수도 있다고 하는 생각은 착각이야. 그렇게 자신들의 정치적 지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텐데, 꿈깨라는 거예요.(웃음) 착각이야. 통합을 거부한 집단은 분열집단이기 때문에 그 분열세력은 또 다시 국민에 의해서 고발됨과 동시에 탄핵이 됩니다. 사라지고 지리멸렬이 되는 거야.

이번 통합은 단순히 어떤 정치세력의 한 시기의 행위가 아니라 국민과 대한민국의 앞날을 놓고 하는 사생결단의 길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거예요. 국민이 보기에 안과 문은 함께 통합해야 되는 세력이지, 둘의 차이는 없어요.

브리지 역할을 할 정치인, 정치 세력에게 말하자면 '국민 덕에 행복하고, 영광스런 자리를 누려왔는데, 이 기회에 모든 것을 버려봐라,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봐라, 그러면 국민들은 당장은 욕할지 몰라도 그 진정성을 보고 결국은 박수를 칠 것'이라는 겁니다.

정권을 찾아와야 되는데, 가장 절실한 사람 중 하나가 누구냐 하면요. 10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정봉주가 제일 절실해.(웃음) 그런데 정봉주보다 더 절실한 사람은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이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권력을 돌려준다는 생각을 한 번만 진지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그동안 복지나 경제민주화 얘기가 화두였다가 안철수 후보가 나오면서 정치개혁쪽으로 화두가 옮겨간 것 같은데요.
"심판진이 있으면 그 사람들의 중립점을 찾을 수가 있어요. 안의 양보, 문의 양보를 중립지대에서 잡을 수가 있는데, 여기에는 정치철학도 있어야 하고, 정치공학도 있어야 해. 그래서 정치세력이 끼어야 되는 거야. 어느 한쪽이 100% 만족하는 통합은 불가능하잖아요. 양쪽이 적당히 감정 상하지 않으면서 양보할 수 있는 그 중간 지점의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 되는 거죠.

안철수에게는 '민주당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 지지받는 정치인들도 여전히 있고, 60년 역사의 산물이다. 이걸 완전히 부정할 수 있겠느냐', 또 민주당에는 '민주당이 워낙 잘못하니까 안 들어오려고 한다, 민주당 들어오면 표 떨어진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안이 민주당이 들어와도 표가 떨어지지 않을 정치개혁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해야죠. 양쪽이 50:50으로 양보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면 되는거야.

그 방법을 못 찾으면 국회의원 배지 다 떼어내야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각론으로 들어가지 말고, 가급적 총론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시효가 없는 고발이라고 하는 표현은 이제까지 역사의 산물이야,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그러잖아,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가만히 안 있을 거라고. 그게 시대를 뛰어넘는 고발이야. 가장 무서운 고발인 거죠."

- 민주당의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정치개혁은 해야 되는데, 그 시점이 있잖아요. 지금은 민주당 주류에서 얘기하는 게 맞아. 시간이 50일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계속해서 해나가야 하는 지난한 과제인거죠. 쇄신파한테도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고 하는데, 그건 옳지가 않아. 민주당을 흔들지 말아야 되는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민주당이 하는 모든 주장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지금은 민주당 쇄신에 신경쓰지 말고, 대한민국 쇄신에 관점을 가지라는 거구요. 대한민국 쇄신의 관점은 뭐냐하면 두 사람의 통합이야. 지금 당면한 시대적 관점은 둘의 통합이거든. 지금 룰 만드는 것을 가지고 서로 고민들을 하잖아. 중요한 것이 뭐냐 하면 둘 중에 디펜딩 챔피언의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져요. 챌린저의 입장에 서는 사람이 이겨. 역사가 증명했잖아.

그런데 둘 다 디펜딩 챔피언이야. 둘 다 몸을 사려. 어차피 둘 다 제로에서 시작한 사람들이야.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챌린저 자세로 나가야죠. 세 명 중에 가장 디펜딩 챔피언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누구냐 하면 새누리당이잖아. 이름 얘기하면 또 구속시킬지 모르니까 얘기 안 할께."(웃음)

- 이번에도. 진짜 궁금한데요.(웃음)
"거기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몸을 사리니까 자꾸만 실수를 하는 거야. 둘의 통합과정에서도 챌린저 입장에 서는 사람이 이깁니다. 두 번째로 자기한테 불리한 원칙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겨. 그런데 정치 고수들이 왜 룰을 못 만들겠어? 자기들한테 유리한 룰을 만들려고 하니까 못 만들고 있는 거야.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거든요. 누가 양보해서, 상대방의 주장을 수용해서 룰을 만드는지 다 알게 되는 거야. 그게 챌린저 자세예요. 내가 조건이 안 좋아도 도전해서 싸우겠다는 자세를 취해야 해요. 아무리 불리해도 49:51이야. 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49.9:50.1이야. 얼마나 불리하고, 얼마나 유리하겠어요.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다 보니까, 자기 생각만 하다보니까 룰을 못 만드는 거야. 자기 생각을 하지 말고, 국민 생각하면 다 보여요." 

- 지지자들끼리 마음을 통합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알바나 분열세력들에게 놀아나지 말라는 얘기야. 안철수도 문재인도 둘 다 똑같은 우리 자산이잖아요. 문이 좋다고 안을 싫어하지 마라, 안이 좋다고 문을 싫어하지 말고.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배척하는 이 분위기는 저쪽에서 이쪽을 분열시키기 위한 아주 좋은 프레임이예요. 그걸 깨야지. 안을 지지하면서 문을 '디스'하거나, 문을 지지하면서 안을 디스하는 사람들에게 나머지 사람들이 '당신 알바야'라고 과감하게 내쳐야 된다고.

이런 얘기를 계속하면 그렇게 하는 사람이 소수화 돼, 만약 내가 저쪽의 공작 정치의 핵이면 하루면 다 분열시킬 수 있어요.(웃음) 국민이 보기에는 문과 안이 똑같은 사람들인데, 왜 싸우는지 몰라. 쇄신파가 큰 틀에서 행동하면 민주당 주류에서도 욕을 못해요. 안철수도 만나고, 문재인도 만나는 거야.

축구로 비유하면 게임은 내일 모레인데, 심판이 없는 형국이예요. 정 쇄신하고 싶으면 심판을 하라는 거죠. 자기들 욕심 버리고 당당하게 나가서 심판보겠다고 하면 아무도 말을 못해요. 지지자들끼리 통합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데, 그 사이에 알바가 끼어 있어서 통합이 안 되는 거야."

- 알바 아니고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너무 깊어서 한쪽 면만 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얘기하는 이런 내용을 가지고, 자꾸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문재인 지지하는 의원들이 '우리 문재인 지지한다. 그러나 설사 문재인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대의를 쫓겠다', 이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자꾸 보여줘야 해.

이런 것을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계속 얘기를 해야죠. 정치권이 욕먹기 싫어서 입을 닫으니까 국민들이 그런 것을 이해를 못하는 거지. 정치인은 욕먹는 게 숙명이예요.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돼요. 욕 안 먹으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지, 지금은 욕을 먹어도 정당한 길을 간 사람들은 칭찬을 받게 되어 있다고."

- 쇄신파에게 기대하시는 부분이 크신 것 같아요.
"지금 쇄신파가 당지도부 물러가라고 하잖아. 물러나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거든. 자꾸 내가 왜 자기들을 버리라고 하냐 하면, 국민들은 밥그릇 싸움 하는 줄 알아요. 실제로 그런 면도 있고. 쇄신파 스무 명 중에 '나 국회의원 더 이상은 안 한다. 정권 교체와 통합을 위해서 이번에 죽겠다'고 던지는 사람이 있으면 국민들 눈에 띄어요. 그러지 않고 내 것을 지키려고 상대방을 공격하니까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거예요.

쇄신파도 버릴 각오를 해야 돼. 나를 버리지 않고, 자꾸 얻으려고 하니까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고, 그러면 이번 통합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걸 '얘들이 쇼하는 것이다'라고 누가 제일 먼저 알아차리냐 하면 조중동 보수 언론이야. 국민들이 절망에 빠져 있기 때문에 가장 절실한 국민의 명령을 받아서 하겠다는 진정성이 전달이 안되면, 우리를 다 버리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통합해도 진다는 보수언론의 논리가 맞을 수도 있는 거예요." 

- 이 정권에 대한 실망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게 해주고 나면 오만해져서 그 다음 선거에서 실패하는 과정이 반복됐는데요. 이런 이미지가 대선에서 큰 핸디캡이 될 것 같습니다.
"안 쪽에 활동하는 사람과 물리적 통합이 아니고, 화합적 통합이 되면 훨씬 더 깨끗한 정치를 근거가 형성이 되는 겁니다. 지금 잘하고 있는 박원순 쪽에도 정치적 토대가 있을 거잖아요. 안철수 쪽에도 토대가 있고. 안에서 정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밖에서 충격을 주는 사람이 함께 하면 민주당이 훨씬 더 개혁적으로 변하겠죠. 아무리 세상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도 역사는 되돌아가기가 힘든 거예요.

민주당도 낭떠러지까지 온 것은 부인할 수가 없는 거거든. 변신하지 않고, 자기를 개혁하지 않으면 이제는 망하는 길로 간다는 위기감이 민주당 내에도 있어요.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런 위기의식이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한테만 없어요. 이번에 통합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세력이 오고, 그러면 질적 변화가 오는 거죠.

민주당이 예전의 행태로 다시 돌아가긴 어려워요. 새로운 세력들이 고개를 들었잖아.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무척 예리하고 날카로워졌구요. 온라인 활동을 하거나, 정치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정신을 차려야 되는 건데, 그걸 이끌어주지 못한 사람들도 책임이 있어요. 한동안 반짝하다가 그 세력들이 지리멸렬해요.

미권스든 삼국까페든 모인 힘들을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끌어줘야 해요. 그런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으면, 그런 세력이 무서워서 민주당이 거꾸로 못 갑니다. 반짝 했다가 그 세력도 없어지니까 아무도 안 무서운 거야. 벙커 같은 경우도 나꼼수 지지하는 사람들 거기다 힘을 몰아넣고, 땡, 종친 거야. 그것을 어떻게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토대로 발전시킬 것이냐 하는 고민 없이 벙커를 차려버린거야.

모여 있는 사람들의 분노하는 열정이 가장 무섭고, 성스러운 열정이잖아요. 제3세력으로서 어떻게 할 것이냐, 그 고민을 하면서 계속 끌고 가줘야 되는데, 벙커에서 커피 마시고, 싸인해주고 끝이야. 벙커도 내 기획이었어요. 내가 전국에 까페 70개를 차린다고 했잖아. 각 까페를 중심으로 그 지역의 정치토론장으로 만들자고 했었죠. 커뮤니티 활동을 했던 사람들, 예전에 삼국까페 잘나가다가 망가졌잖아.

그런 것도 정치나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되는데, 미권스도 여기서 방향을 뚫어주지 않으면 쭉 올라갔다가 지리멸렬해져요. 이미 그런게 보였잖아. 온라인에서 조직화된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조직화되어서 설사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사회적 토대는 영원히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한 거예요.

그런 세력들이 있으면 정치인들이 두려워하는 거지. 그게 사회적으로 CSO(Civil Society Organization, 시민사회단체)로 전화해야지, 그런 세력들이 존재하고, 정치권 내부에 새로운 세력이 들어와서 투명해지면 민주당이 거꾸로 못 가고, 거꾸로 가는 사람들은 도태되어서 죽게 되는 거죠.

- <나꼼수> 얘기하셨으까. 원래는 가카 퇴임할 때까지 한다고 했는데, 나오시면 그때까진 끌고가실 건가요?
"나꼼수는 일종의 하우스 밴드야. 프로젝트 팀이거든요. 프로젝트는 그 목표가 없어지면 사라지는거지, 각자 자기 역할로 가서 거기에 충실하면 되는 겁니다. MB 정권의 언론이 죽었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모인 것이고, 자꾸만 거기 집착하면 안 돼요.

자기 역할을 위해서 흩어져야 해. 원래 모습으로 분화해야 된다고. <나꼼수>를 통해서 쌓여진 내공이 있기 때문에 더욱 강화된 모습으로 나는 정치권으로 가고, 김어준은 방송 사회자 쪽으로 가고, 김용민은 평론 쪽으로 가고, 주진우는 기자로 돌아가서 거기서 역할들을 해야 되는 거죠.

<나꼼수>가 인기를 끌고 성황했다고 해서 거기에 자꾸 집착하면 안 돼요. 그것도 버릴 줄 알고 가야지. 내가 <나꼼수>와 같이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그 사람들에 대한 감정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나꼼수>를 벗어나서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때가 왔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얘기했다고 섭섭하대."(웃음)

- 섭섭하기야 하겠죠. 지지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별 할 말은 없고, 크리스마스 때 예수 이후에 최대의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만 해줘."(웃음)

- 출소 이후 계획은 잡고 계신가요?
"몇몇 사람들 하고 같이 100회 정도 폴리 콘서트를 다닐 계획인데, 2년 반쯤 걸리겠더라구요. 소통하면서 서로의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고, 오프라인에서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 그게 가장 큰 미션 같아요. 보수는 경제적으로 양극화시키고, 진보는 잘난 몇몇이 의식적으로 양극화를 시켜요.

세상이 변하려면 보수를 개혁하기 전에 진보가 먼저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모임이 잘난 사람 중심이 아니라 어쩌다 한번 모임에 나온 사람들, 술 안 먹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끌고가는 것이 배려거든, 이런 훈련들이 전혀 안 되어 있어요. 온 사람들이 자꾸만 나가. 정치 까페도 자발적으로만 했지, 이것을 조직적이고 의식적으로 교육하는 훈련도 안 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배려하고 공감해야 되는데, 이런 것이 전혀 안 되어 있어요.

2년 반 동안 하겠다는 것이 그런 건데요. 그런 것을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훈련을 해야 합니다. 진보 진영이 더 배려심이 없어요. 모처럼 온 사람들이 한 번 오고 나면 못 와요. 우리들끼리 모여봐야 소용이 없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심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태그:#정봉주, #야권단일화, #민주당쇄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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