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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트윗라인을 통해 <나는꼼수다>(나꼼수)의 진보에 대한 생각에 문제제기를 하신 이동연님의 을 보았다(트윗해주신 @mksmiIe19과 @dhmg1께 감사를). 나꼼수의 진보에 대한 견해에 대해 우려하시는 그분을 글을 읽으면서 '왜 나꼼수도 진지하고 장기적 비젼을 가져야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김총수의 진보에 대한 견해는 잘 알려진 바대로, 기존의 진보는 현학적인 언어로 인해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동연님은 김총수의 진보의 소통언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공감하지만, 나꼼수의 진보의 목표가 단순히 정권교체라는 점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하신다. 그분의 생각은 진보의 목표는 정권교체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과 복지를 위한 이상적인 비전들, 그분 표현을 빌자면 "무상급식, 비정규직문제, 무상교육의 보편적 실천, 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의 실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서열화된 대학 체제의 해체, 사회적 소수자들의 사회적 차별의 철폐,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의 로드맵, 세계체제 내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 신자유주의식 다국적 금융자본의 해체, 권력을 대변하는 체제가 아닌 직접적인 민중의 권력을 통해 정치적 구현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나꼼수가 진지하게 이야기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동연님의 비판적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비판 지점에서 의문이 생겼다. 나꼼수가 왜 그래야하는가? 나꼼수가 스스로의 역할을 정권교체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 왜 문제인가?

 

그동안 진보는 대중과 멀리 떨어져 있었고, 나꼼수는 그러한 대중과 기존 진보세력의 소통을 도와주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자 없는 진보가 진지한 얼굴로 목소리를 내어봤자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거대한 바다에 돌 하나 던진다고 바다가 꿈쩍이나 하던가? 그런 상황에서 진보가 변화를 이끌 수는 없다.

 

변화가 일어나려면 강력한 힘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대중의 지지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회사원이 종자돈도 없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기만 한다고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우선 종자돈을 모으는 것이다.

 

대중의 지지는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종자돈인 것이다. 나꼼수는 진보의 이상실현을 위해 대중을 모으고 있으며,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복지니, 평등이니, 진보니 따위는 소수 지식인들의 컬트적인 행위이며 자신들의 삶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던 대중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2007년도 대선 당시 대중은 복지와 평등보다는 부자를 만들겠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언론에 현혹이 되었든지, 만들어진 이미지에 현혹되었든지, 기존 정권에 대한 불만에 기인했었든지 대중은 그를 선택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복지예산을 줄여서 4대강 토목공사에 퍼붓고 있는 정부를 갖게 되었다. 이런 정부 하에서 아무리 복지를 외쳐봤자 그것은 소 귀에 경읽기이며, 복지와 평등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아련한 신기루일 뿐이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그런 일을 행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게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추상적인 목표보다 가까이 있는 구체적인 목표에 매진하기 쉽다. 정권교체. 얼마나 분명한 목표인가. 나꼼수는 진보의 아련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일차적이고 구체적인 발판을 만들기 위해 달리고 있다. 그 목표에서 그들이 멈춘다는 게 왜 문제인가?

 

진보정권이 집권한 지 10년. 사람들은 진보정권이 되기만 하면 무언가 금새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변화는 미미했고,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서 더 나아진 것이라곤 없는 것이라고 느꼈던 대중을 돌아섰다. 진보 세력이 정권교체만을 목표로 하는 나꼼수를 우려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쓰라린 경험에 의한 두려움도 있을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두려우면, 그 뒤는 진보세력에서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나꼼수의 김총수는 말하지 않던가. 그 이후는 진보세력에서 알아서 하라고.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으면 그만인 것을 왜 보따리까지 내놓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가.

 

김총수가 말했듯이 나꼼수의 역할은 정권교체할 때까지, 언론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은 그들의 몫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온라인 게임의 파티플레이도 각각의 파티원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몬스터를 물리칠 수 있다. 탱커(몸빵전투조)가 먼저 몬스터를 공격해서 몸빵 역할을 해주면, 이어서 딜러(메인 공격수)가 강한 공격을 통해 몬스터에 큰 상처를 입히고, 그 와중에 힐러(치료자)가 상처입은 탱커와 딜러를 적절한 타이밍에 치료해주어야 성공한다.

 

만약 탱커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딜러에 힐러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그 팀은 어떻게 되겠는가? 힐러도 딜러도 죽고, 결국 탱커도 죽을 것이다. 왜 탱커인 나꼼수가 딜러나 힐러 역할까지 해야하는가. 각자의 역할에 따라 목표도 다를 수 있다.

 

이동연님은 "나꼼수가 그냥 현실적인 정권교체를 위해 대중들과 즐겁게 '이빨을 깐다는' 것이면 모를까, 그들이 진보 정치에 대해 굳이 발언하겠다고 한다면 그들 역시 진보 정치의 다양한 의제들을 깊게 고민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문제를 던지셨다. 나꼼수의 역할과 목표가 대중과 즐겁게 수다 떨며 정권교체로 나가는 것이라고 해서 왜 진보정치에 대해서 말하면 안되는 것인가?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꼭 모든 것을 다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실천해야한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다 고민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고민하고,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 그뿐이다. 왜 가볍게 대중 속을 걷고 있는 나꼼수에게 다시 진보의 무거운 추를 달려고 하는가. 진보에는 다양한 형태의 진보가 있을 수 있고, 진보세력도 가벼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나꼼수#프레시안#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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