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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를 아는가. 일요일 오후 특별한 약속은 없고 심심할 때 무료 동영상을 찾아 인터넷을 헤맨다. 한참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된 '화성인바이러스- 프로백수 주덕한'편.

프로백수? 요즘은 '이구백(이십대는 구할이 백수), '졸백'(졸업과 동시에 백수), 신조어가 줄을 이으면서 '백수 전성기'인 시대에 도대체 '프로백수'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그리고 방송이 끝나고도 주덕한 백수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그는 '독도쿠키사업단', '전국백수연대' 대표였다.

가만히 놀고 먹는 백수가 아닌 쉴틈없이 바쁜 '프로백수'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어서 본지는 백수이지만 무엇인가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백수연대 주덕한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1. 백수연대를 창립하다

주덕한 대표는 처음부터 백수는 아니었다.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다음'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회사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사퇴를 했다. 회사를 나오고 그는 휴식기를 가졌다. 본격적인 백수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던 중 백수생활의 노하우를 세상에 알리기위해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책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얼떨결에 쓴 책이 유명해지자 그도 덩달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날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별밤)'에 출연하게 됐다. 당시 라디오 진행자였던 가수 이적은 그의 책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농담으로 "전국 백수들의 모임을 한번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

그는 반신반의 했지만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백수연대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했다. 첫 모임은 신촌백화점 놀이터에서 가졌다. 그는 10명으로 시작한 회원이 창립식에서는 50명으로 늘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백수들은 고립돼 있어요. 외로울 때 만날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백수연대는 백수들의 고민, 이야기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공동체예요"라고 말했다.

2. 사업하는 백수봤니? - 독도쿠키사업단

주덕한씨가 대표인 독도쿠키사업단은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공식 등록된 사회적 기업이다. 독도를 홍보하고, 판매 수익금 중 2/3를 독도 관련 단체에 기부를 한다. 독도쿠키사업단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 소외계층에게 사회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주 대표는 "현재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적 수입에 대해 물어보자 "사회적기업 대표는 무보수다. 그래서 내가 여전히 백수다"라 언급했다.

3. 프로백수의 비법

인터뷰는 주 대표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식사하셨어요?"라고 하면서 그가 꺼내온 것은 과자와 음료수. 백수인데 간식거리를 사면 부담이 되지 않냐고 농을 건네자 그는 "이것은 모두 도매가격으로 사온 것이다"고 소개했다.

또 그는 각종 행사나 포럼에 참석하고 식사 대접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와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을 때는 낮 시간을 이용해 영화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백수연대가 시사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표를 달라고 한 뒤 영화를 본다고 했다.

"처음에는 황당해 했지만 어차피 낮 시간에는 영화 시사회 참석하는 사람이 없어 표가 남아요. 그래서 저희 백수들은 영화를 볼 수 있고 시사회 자리도 채워주기 때문에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죠."

4. 행복의 기준은 상대적, "난 행복하다"

주 대표는 행복, 성공의 기준이 사회적으로 정형화 돼 있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는 연봉 1억 이상, 자동차 소유, 아파트 소유 등이 우리 사회에서 행복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텔레비전에서 '월 매출 1억 대학생'처럼 고수익의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월 매출 1억이 성공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연봉 2000만 원이어도 행복하다면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삶이 아닌가요? 우리 사회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해요. 다들 높은 연봉, 좋은 일자리가 아니면 모두 불행하다고 생각하니까요."

5. 예전과 다른 대학생의 모습, "놀랍다"

주 대표는 얼마전 UCC 제작을 위해 노량진 고시촌을 취재했다. 그는 허름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가는 한 여학생을 인터뷰했다. 그 여학생은 대학 1학년 1학기 이후 휴학하고 곧바로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에 온 것이었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바로 휴학했다는 사실에 좀 놀라웠어요. 더 하고 싶은 것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보면 일찍 시작하니까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학교 1학년이면 정말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1학년 때부터 휴학하고 9급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학생은 없었어요. 확실히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에 비해 치열해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광운대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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