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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문명의 흔적이 고스란이 남아있고, 자연생태가 살아있는 강화도가 위협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 바람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녹색개발'의 허울을 쓴 조력발전 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3년째 이 계획의 철회를 위해 싸워오고 있지만 강화군수(안덕수), 강화지역 국회의원(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고 물량 공세를 앞세운 국토해양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 사격이 계속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강화조력발전건설반대 대책위는 강화조력발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세차례 내보낸다. [편집자말]
참성단을 이고 있는 강화도의 마리산
▲ 갯벌에서 보이는 마리산 참성단을 이고 있는 강화도의 마리산
ⓒ 박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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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60여 킬로미터를 달려 김포반도 끝자락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강화섬이 나온다. 나는 그 섬의 반쪽 주민이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넙성리 ○○○번지, 그곳이 내 주소지다. 섬의 동쪽 기슭, 염하강을 가운데 두고 경기도 김포시와 마주보고 있는 비산비야의 나지막한 구릉지 한 켠에 나의 작은 오두막이 있다.

여러 생활상의 이유로 그곳에 완전 이주해서 살지는 못하지만 나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틈틈이 그 오두막으로 달려간다. 그곳 작은 텃밭에서 감자와 고구마, 고추와 상추, 오이와 호박 등을 일궈 먹고 마당가엔 목련과 벚꽃, 보리수와 산수유, 라일락과 체리, 앵두와 자두, 감나무와 대추나무들을 심어 기른다.

겨울엔 아궁이에 장작을 때서 구들을 덥히고 여름엔 손바닥만한 툇마루에서 땀을 식히며 책을 읽고 생각을 고른다. 때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섬 가운데 가로 세로 이어진 정겨운 길들을 걷거나 마리산, 혈구산, 고려산, 진강산, 정족산 등 나지막하지만 아름다운 산들에 오른다. 그렇게 시나브로 강화섬은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강화섬이 좋아 나는 거의 강화사람이 되었다. 강화섬은 의연한 고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공룡도시들인 서울과 인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섬이면서도 그 인력에 끌려들어가 망가지지 않고 오래도록 본래의 모습을 지켜내고 있는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산과 들판과 아름다운 바다와 갯벌 그리고 고인돌과 참성단을 위시해 한때 고려의 수도로서 번성했던 역사의 흔적들이 자존심 강한 강화 원주민들과 강화가 좋아 강화 곳곳을 찾아들어간 새 이주민들에 의해 오래도록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곳, 더러 공장이나 모텔, 작은 위락시설들이 있다고 해도 강화섬의 자연과 역사와 사람들이 지닌 무언의 힘에 의해 결코 유난스럽게 보이지 못하는 곳.

분오리 갯벌과 고기잡이 배
▲ 분오리 갯벌 분오리 갯벌과 고기잡이 배
ⓒ 박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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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변의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고장들이 한갓 서울의 위성도시로 제 모습을 잃어갔는가를 생각한다면 강화도의 이런 의연함은 놀랍고도 감동적인 것이다. 그리하여 강화섬은 이제 바야흐로 오히려 지속가능한 지역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줄 한국의 '오래된 미래'로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런 강화섬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한다고 한다. 바닷물의 흐름을 막고, 갯벌을 갈아엎고, 어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두루미와 저어새와 갯벌과 바다 속의 온갖 생명들을 쫓아내면서 녹색에너지를 가장한 또 하나의 흉물스런 토건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탄소배출권이라는 허울 좋은 녹색성장의 숫자놀음을 위해 내가 사랑하는 강화섬을 그저 하나의 발전소 부지로 취급한다고 한다. 그것은 이 오래된 섬, 강화에서는 함부로 벌일 일이 아니다. 강화섬의 미래가 녹색성장을 가장한 토건 모리배들의 이익과 맞바꿔질 수는 없다. 그것은 이 지구와 나이가 같은 강화섬의 자연과 역사와 그것을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차마 예의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김명인은 인하대 교수이며 계간 <황해문화> 주간입니다.



태그:#강화조력, #환경, #갯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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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 건설예정인 조력발전소의 환경파괴적이고 비효율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보다 종합적인 대안을 촉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강화도 주민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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