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재난이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로 이어지며, 향후 원자력발전을 사용하는 각 국에서는 원자력의 이용에 대한 재고가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독일과 유럽의 몇몇 나라는 원자력의 사용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고, 이번 일본의 피해를 바라보는 원자력발전국가들은 이 문제를 생존을 위협하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하며, 이에 대한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한 많은 논쟁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우리도 동서해안가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가 이미 16기가 운영되고 있으며, 추가 14기를 도입하여 에너지 자주율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UAE 등 중동지역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수주를 추진하는 등 원자력발전을 수출산업화한다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논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논란은 산업 발전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사용하자는 측과 환경을 생각해서 사용하지 말자는 측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극화된 의견이 우리의 원자력 논의를 제대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일까?

원전을 정지시키자는 측의 의견은 원전을 정지시켰을 때, 에너지 수요에 대한 대안이 없다. 원전을 유지시키자는 측 의견 역시, 원전이 가지고 있는 폐해에 대한 대안이 없다.

원전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자면 먼저 서로 반대 의견에 대한 거품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먼저 원전 정지를 주장하기 위해 현재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원전 정지 방안이 나올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방식이 더욱 문제다. 원전이 무서우면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실천이 어렵다. 원전은 무섭지만, 에너지는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에 대한 사용은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결정짓는 공공재로써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사람들은 에너지의 사용이 제한되면 쉽게 삶의 질 하락에 대한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쉽게 에너지의 소모적 사용 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는 현재 추진 중인 지능형전력망이 도입되면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은 언론에서 지능형전력망의 도입으로 에너지 사용 비용 절감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론 에너지 사용 단가는 증가한다. 다만 이를 잘 관리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서 전체 비용을 낮출 뿐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농약을 쓴 값이 싼 농산물을 먹다가 값이 비싼 유기농 농산물을 먹게 되면 당연히 비싼 값을 지불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만큼 낭비적인 요소를 줄여, 필요한 만큼 먹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능형전력망의 도입 효과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국내 에너지 사용의 낭비적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의 정비, 기술의 보완 등 아직 해결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고, 이를 국가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2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반대로 원전의 지속적인 사용을 주장하는 측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자력 발전이 우리나라의 발전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언제부터인가 홍보를 통해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지만, 사실 누가 봐도 원자력이 친환경은 아니다. 무엇보다 폐기물 처리에 대한 방안조차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원자력에 대해 친환경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겨우 경주가 유치하기는 했지만,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유치조차도 십수 년 이상을 끌어오다가 겨우 결론이 난 상태다. 그저 방사능 작업을 한 장갑이나 옷 등 저준위 폐기물을 버리고 묻어버리는 장소 결정에 버린 시간이 그 정도면, 아직 어디에 보관해야 될지 알지도 못하는 고준위 폐기물들은 어쩔 것인가?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단순화 시키면 간단하다. (원자력을) 유지해서 편안할 것인가? 폐지해서 안전할 것인가?

가치의 문제지만, 현명한 선택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산업에서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의 발전이 어려워지면 가정경제에도 간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처럼 병세에 대한 직접적인 처방은 곧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즉, 국가적인 전력시스템을 지능화하고, 신재생 및 대체에너지 사용을 장려하여 원자력 사용을 줄여도 문제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가정용 전력과 산업용 전력을 구분하여 가정용은 신재생에너지로, 산업용은 원자력에너지로 공급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만약 점차 가정의 전력을 원자력으로부터 공급받지 않는다면 이미 운영 중인 원자력은 산업에 집중할 수 있고, 이로써 추가 원전 건설을 계획하지 않거나, 훨씬 줄여서 건설해도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에 집중된 전력은 낮은 전력단가로 제품 경쟁력이 있으므로 수출에도 또한 도움이 될 것이다.

노후된 원전의 사용 연장 또한 원전의 수명에 맞춰 국가에너지 시스템도 신재생에너지 및 대체에너지의 공급으로 막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원칙하에 원전의 수명 연장도 검토해야 바람직 할 것이다.

에너지의 수급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때문에 에너지의 수급 대책은 단기 대책에서부터 중장기 대책까지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에너지 수급 대책은 너무 원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원전의 비중을 더욱 높이는 정책은 굳이 일본의 사례를 보지 않아도 추진에 문제가 있다.

원전에 투입될 많은 R&D 자금과 건설비용 등을 친환경 에너지 기술 및 건설에 들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원자력의 비중을 줄일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을거리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현명한 대책을 바라마지 않는다.


태그:#원전, #지능형전력망,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