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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홍익대학교 C동 8층 휴게실에서 '왜 청소아줌마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을까?'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2일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가 결성 된 후 노동조합과 학생들 간 대화를 위해 마련된 자리다. 그러나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는 외부인이기 때문에 강의실을 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5시 30분부터 청소아주머니들은 모여들었다. 청소 아주머니 15여명, 학생 15여명이 함께했다. 5시 45분, 간담회를 시작했다.

 

첫 순서로 유안나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처장이 청소노동자의 근로 환경과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유 조직처장은 "청소노동자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전에 청소를 다 해놓고, 학생들이 공부하고 집에 가면 마무리 청소를 해서 보이지 않는 유령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고용구조에 대해선 "원청(학교)가 하청(용역회사)과 계약을 맺어 하청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며 "계약은 보통 1~2년 단위로 이루어 진다"고 말했다.

 

2008년 청소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79.6만 원이다.(남성: 102.9만원, 여성: 74.3만원) 임금이 낮은 이유는 최저낙찰제 때문이다. 최저낙찰제란 원청이 용역비를 가장 낮게 책정하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따라서 계약을 맺기 위한 하청업체들끼리 가격 인하 경쟁은 불가피하다.

 

유 처장이 "학생들은 교수가 휴강 하면 좋아하죠? 그런데 청소아주머니들이 안 오면 어떻게 되죠? 난리 나죠?"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청소노동자와 학생이 4~5명씩 모여 대화했다. 학생A와 함께 이정임(가명·60대 초)씨, 한연숙(가명·50대 후반)씨 두 청소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질문은 학생 A와 번갈아 가며 청소아주머니에게 물었다.

 

- 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정임 : "4년 정도 됐지.

한연숙 : "난 10년. 중간에 1~2년 딴 일을 하기도 했고."

 

- 여긴 어떻게 알고 일하게 되신 거예요? 학교에 이력서를 내신 거예요?

이정임 : "친구 소개로 알게 됐어. 이력서는 하청업체에 내면 고용이 되고 출근을 하게 돼."

 

- 한 달에 얼마 정도 받으세요?

이정임 : "75만 원 받아."

한연숙 : "10년 전엔 50만원 받고 시작했지."

이정임 :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학생이 내게 얼마 받냐고 묻어서 가르쳐 주니까 자기는 80만 원 넘게 받는다는 거야. 그 학생은 나보다 훨씬 적게 일하는데···."

 

2010년 최저임금은 시급 4110원 월 평균 정액급여(주40시간)는 85만 890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2011년 최저임금은 시급 4320원, 주 40시간 90만2880원이다.

 

- 근무 시간이 어떻게 되세요?

이정임 : "아침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해. 중간에 두 시간 휴식 시간이 있어도 정해진 대기실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외출을 할 수는 없어. 중간에 병원을 가려고 하면 소장님한테 허락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자주 하면 눈치 보이고."

 

- 청소 담당 구역은 어디세요?

이정임 : "도서관 대출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가 3월 중반이었는데 학기 초반이라 적응하는데 힘들었어."

한연숙 : "나는 공대 건물. 그에 비하면 나는 방학 때 일을 시작해서 적응하긴 쉬웠어."

 

- 근로 환경 중 어떤 점이 힘드세요?

이정임 : "중앙도서관에 카펫이 깔려 있는데 학생들이 거기 음료수를 흘려. 카펫은 빨지도 못하는데···. 책꽂이 안에 쓰레기를 넣는 학생도 있어."

한연숙 : "다른 곳에서도 일했다는 사람 이야기 들으니까 여기(홍익대)가 가장 더럽다고 하네. 학생들이 초-중-고-대학 갈수록 더럽게 쓰는 것 같아. 난 힘든 점이 직영 사람(정규직 노동자)과  같은 휴게실을 쓰는 문제야. 똑같이 노동하고 나보다 2배 가까운 임금을 받고 간식 수당, 회식 수당 같은게 때 되면 나오니까 화가 나더라고. 이제 직영 사람도 많이 줄어서 5명 정도 밖에 안 남았어."

이정임 : "시험기간 땐 1시간 정도 일찍 나와야 돼. 일이 많거든. 근무 외에도 잡초도 뽑고 눈도 치워. 그래도 임금은 똑같아."

 

- 한달 식대가 9000원이라고 하던데요?

이정임 : "예전엔 학교에 있는 폐지를 모아다 팔아서 용돈벌이를 했는데, 학교 측에서 이제 폐지를 팔지 말라는 거야. 근로장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야 한다고."

 

-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는지···.

이정임 : "요구 조건이 있어서 같이 일하는 사람 20명을 대표해서 교직원을 찾아갔었어. 그런데 교직원 아저씨가 내게 혼잣말로 '무슨무슨 년'하더라고. 내가 다른 동료들을 대표해서 간 건데 그렇게 말하면 전체가 욕먹는 거지."

 

- 학교가 몇 년 단위로 계약을 하나요?

이정임 : "2년 마다 재계약 해. 보통 용역업체에서 다 알아서 해줘."

 

- 계약 기간이 만료돼 해고된 노동자도 있나요?

이정임 : "내가 일하는 동안 그런 경우는 못 봤어. 보통 다 일할 수 있게 해줘. 해고 되는 경우는 노동자끼리 싸우는 경우? 근데, 동료끼리 싸우는 건 나쁜 거니까···."

 

- 일하면서 좋았던 점···.

이정임 : "자식들 다 출가하고, 집에 있으면 시간이 잘 안가는 데 여기서 일하면 시간이 잘 가서 좋아. 용돈도 벌고."

한연숙 : "나는 일하면서 우울증 치료했어. 일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니까 좋더라고."

이정임 : "우리가 바라는 게 많은 게 아니야. 무시 하지 말고 최소한의 대우를 해달라는 거지."

 

간담회가 있기 전 19일 홍익대학교 커뮤니티 싸이트 '홍익인'에서는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결성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렸다.

 

아이디 모래톱고기는 "근데, 학교 용역업체 분들은 계약할 때 자신의 월급과 처우를 모두 알고 이에 동의하여 계약하지 않나요? (···) 것보다,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추기는 운동권, 노동권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 앞세워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다가 잘못되면 짤리는 건 용역업체 직원들이잖아요. (···) 학교에서 차라리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해서 용역업체 계약 해지하고 다시 고용계약 했으면 하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갈까마귀는 "(계약 해지하고 다시 고용계약 하면)그럼 뭐가 달라질까요? 학교가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이상, 저 문제는 계속해서 생길꺼고, 제가 장담하건데 처우와 대우는 점점 더 안좋아질껍니다. (···) 남의 학교 들어와서 나서고, 선동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시긴 전에, 현장의 그 분들은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공포 속 에서 저런 선택을 하셨을까요?(···)"라고 말했다.

 

30분간 두 청소아주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정임씨는 대학축제 구경을 휴식시간에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휴식시간은 사실상 대기시간이라 지정된 곳에 머물러야 한다. 홍익대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고 협상대상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학생들로 구성된 <홍익 서포터즈>는 학생의 힘을 모아 청소노동자와 계속 연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오후 7시에 끝났다.


태그:#홍익대,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최저낙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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