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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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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여유롭게 느끼면서 작품의 내실을 기하고 싶습니다."

고기현 동양화가의 개인전이 29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갈망이나 염원이 아닌, 이중적 구조의 모순에 대한 자본주의 사회를 은유, 풍자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환골탈태 의지를 시각화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낙원을 꿈꾸며 살아간다는 고 화가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향수가 흔적처럼 남아있게 된다"며 "주변 환경의 구조적인 모순을 감당할 수 없어 좌절감에 빠질 때 보상심리로서 이상을 꿈꾸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주공유갤러리 전시에서 미키마우스를 나약한 자의 불안심리에 대한 정신적 위안물로서 '선'의 개념으로 등장시켰다면 이번 전시는 미키마우스의 웃는 얼굴 이면에 가려진 강한 자의 횡포와 독식이라는 '악'의 개념을 상정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미키마우스는 '악당 미키'로 설정해 얼굴을 일그러트리거나, 폭탄이나 공에 맞고 쫓기는 장면, 급기야는 흉측한 해골로 변하는 장면을 연출시킴으로써 인간의 최후를 경고한다.

최근 2∼3년 전부터 전통한지에 현대적 LED조명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고 화가는 "재료적인 측면으로서의 현대적 변용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현대사회의 이중적 구조에 대한 모순을 은유하는 상징적 재료로 LED가 쓰임으로써 재료선택의 당위성을 구체화시켰다"며 "넉넉한 한지의 품성이 강렬한 LED조명을 순화시키듯 험난한 세계에 대한 대대관계로서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철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고 화가는 시간은 물론 더위와의 싸움을 이겨내야 했다. 지난 1월 공유갤러리의 전시 이후, 8개월간의 짧은 전시 준비 기간은 새로운 작품으로 큰 공간을 메워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갖게 했다. 게다가 전면 통유리의 에어컨 없는 열악한 작업실 환경은 이번 더위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그래서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무거운 작품을 들고 다녀야만 하는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서 얻어지는 작품에 대한 모티브가 있기에 작업을 하면서 힘이 솟아 난다고 했다. 특히 200호 작품 '잃어버린 낙원Ⅱ'은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 밀도감과 깊이감이 더해져 나름대로 정이 가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잦은 전시일정으로 가족들에게 소홀했었다는 그는 "삶을 여유롭게 느끼면서 작품의 발표에 앞서 작품의 내실을 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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