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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귀농 여성 3명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가 개봉합니다. 그들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잘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2010년 대한민국을 사는 농민들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땅의 여자> 개봉에 맞춰 다큐멘터리 배급사 '시네마달'이 4대강 사업에 신음하는 팔당 유기농민들, 대한민국 여성 농민들의 삶, 귀농 등에 대해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란 타이틀로 연재기사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팔당 전경
 팔당 전경
ⓒ 팔당공동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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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농사꾼으로 살고 싶었던 씩씩한 언니들의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카피로 오는 9월 9일 개봉을 앞둔 <땅의 여자>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시골살이라는 게, 또 농사일이라는 게 결코 녹록지 않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3명의 여성농민은 "나는 이래 사는 내가 좋다"며 참 당당합니다.

1년 3개월 전까지만 해도, 팔당의 농민들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발표되기 전까지 말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부터 유기농지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던 중, 지난 28일 <땅의 여자>의 배급사인 시네마달이 우리에게 힘을 보태줬습니다. 팔당유기농단지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특별한 시사회'가 개최된 것이지요. 그날 영화를 본 팔당 농민들은 이 대사가 자꾸만 입에서 맴돈다고 말합니다.

 팔당유기농지 농민들의 금식기도회 모습.
 팔당유기농지 농민들의 금식기도회 모습.
ⓒ 팔당공동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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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발표되기 전까지 팔당은 한국유기농업의 선도적인 지역 중 한 곳이었습니다. 농민 축구단이 있을 정도로, 젊은 농민들이 도시 소비자들과 시끌벅적 어울려 도농공동체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과가 인정되어 2011년에는 '세계유기농대회'라는 큰 행사가 바로 팔당에서 개최하기로 되어 있어 농민들은 들뜬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한강살리기 사업)은 바로 이곳 팔당의 유기농단지를 공원으로 바꾸는 계획입니다. 농민들은 누대에 걸쳐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고, 그들이 30년 넘게 일궈온 살아있는 유기농 옥토에는 신선한 채소 대신 잔디가 깔리게 됩니다. 팔당의 농민들이 이러한 사업에 반대하자 정부는 '유기농업이 수질을 오염시키고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상식 이하의 여론몰이로 농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1년 3개월이란 긴 싸움이 막다른 길에 도달했습니다

 8월28일 팔당유기농민들을 위한 <땅의 여자> 시사회가 열렸다.
 8월28일 팔당유기농민들을 위한 <땅의 여자> 시사회가 열렸다.
ⓒ 팔당공동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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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팔당의 농민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절차에 항의하며 맨몸으로 저항하다 연행돼 재판을 받고 있고, 목숨을 건 단식농성도 두 번이나 벌였습니다. 무더운 여름, 팔당에서부터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마치 자벌레처럼 엎드려 기도도 했습니다.

정부는 9월 말에 강제철거를 하겠다고 선포하였습니다. 유기농지를 보존하자고 팔당의 농민들과 생협 조합원들, 시민단체, 환경단체, 종교인들까지 나서서 간곡히 요청했지만, 정부는 일체의 대화를 거부한 채 경찰병력을 동원해 농민과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며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만 있습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고된 농사일 속에서도 자연과 공생하며 이웃과 상생하는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드는 꿈을 키워온 팔당의 농민들. 우리가 벌여온 1년 3개월이라는 긴 싸움이 막다른 길에 도달하였습니다. 농민들의 노력만으로 팔당의 꿈을 지키기에는 너무도 벅찬 하루하루입니다.

지역이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굽이굽이 꿈틀대며 흐르는 강에 기대 바로 그 지역민들이 수십 년, 아니 수백 수천 년 지키고 일궈온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를 하루아침에 갈아엎는 것이 4대강 사업입니다. 팔당은 작은 지역입니다. 하지만 전국에는 수많은 '팔당'이 있고 그 '팔당들'이 지금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길게 갈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4대강 싸움'도 길고 지루할 것입니다. 문제는 함께 맞서고 연대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이런 곳에서 즐기라고 강요하는 정권에 맞서 우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이래 사는 내가 좋다'고 당당히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팔당 유기농지 모습
 팔당 유기농지 모습
ⓒ 팔당공동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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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방춘배 기자는 사단법인 팔당생명살림 사무국장입니다.



#팔당유기농지#4대강사업#땅의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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