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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직원 "시각장애인이 있어서 도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필자 "아. 네. 감사합니다."

직원 "어, 저기 그런데, 그 분은 어디에 계신가요?"

필자 "저에요."

직원 "네? 아...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올라갔다가 다시 기차를 타고 혼자 내려오게 된 일이 있었다. 기차표를 끊고는, 좌석을 찾아갈 수 없어서 도우미를 요청했다. 도우미란, 역에서 근무하는 사람 중 1인이 기차 안 필자의 자리까지 안내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 비장애인과 하나 다를 게 없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도우미는 오자마자 '시각장애인'을 필자에게서 찾는다. 사실, 공공기관 등 다른 일을 처리할 때도 늘 듣는 말이다. "그런데, 그분은 어디 계신가요?"

 

저시력 시각장애란 의학적이고 광학적인 방법으로는 '개선할 수 없는' 시력장애를 말한다. 안경, 콘택트렌즈, 인공수정체를 사용하더라도 양쪽 눈의 최대 교정시력이 0.02∼0.4인 경우 등을 이른다. 일반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고도 일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시력을 말하기도 한다. 안질환에서 오는 안구 조직의 변화가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앞을 전혀 볼 수 없거나 빛 정도만을 감지할 수 있는 '맹(盲)'을 생각한다.

 

젊은 아가씨가 할 짓도 없나,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지하철을 이용할 때, 복지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장애인은 우대권발매기를 이용할 수 있다. 필자가 우대권발매기를 이용하고 있을 때, 참 자주 듣는 말이다. 할아버님들께서 젊은 아가씨(?)가 노인들이 이용하는 우대권을 뽑으려 하고 있으니, 역정을 내시는 것이다. 말만 듣는 날은 다행이다. 다짜고짜 등을 때리거나 팔을 잡아당길 때도 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부산시에서는 10월 2일부터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교통카드'를 만들었다. 부산도시철도이용료는 무료로 하되, 일반 시내버스 탑승과 환승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카드를 찍으면 '복지교통카드입니다.' 라고 말하는 안내 때문이다.

 

언니는 왜 그렇게 가까이서 봐?

 

지난 추석 때 오랜만에 만난 사촌동생에게서 들은 말이다. 텔레비전도 코앞에서 보고, 휴대폰도 얼굴 가까이에 대고 보고, 컴퓨터를 사용할 땐 돋보기까지 켜놓고도 바로 앞에서 보는 필자를, 한참동안이나 지켜보던 동생이 결국 꺼낸 말은 "안경도 끼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가까이서 봐?" 이었던 것이다. 언제부턴가 사촌들을 만나는 것도 꺼리는 필자를 발견한다. 필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뿐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서도 필자의 장애는 끝없이 설명해야 할 거리가 된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살아오는 내내 그런 질문을 듣고 대답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각장애인 중 80% 이상은 '맹'이 아닌 '저시력'이라고 한다. "안경도 끼는데 왜 그렇게 가까이서 봅니까?" 하는 웃음 섞인 질문에 그냥 "눈이 많이 나빠서요." 라고 말하는 것은 뭔가 시원하지 않다. 그렇다고 "저시력 시각장애를 갖고 있어서요." 라고 말하는 것도 어렵다. 상대방이 이해하기까지 혹은 받아들일 때까지 얼마나 더 어떻게 필자의 '장애'를 설명해야 할까?

 

필자가 사람을 만날 때에만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인식하는 만큼 필자의 '장애'는 사회적 장애임이 분명하다. 사실 필자가 필자의 '장애'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방적으로 이해받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서 "왜 그렇게 가까이서 물건을 보느냐?" 라는 질문보다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요즘은 무엇을 하고 사는지 또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꿈을 꾸며 사는지를 나누고 싶다.


#시각장애인#저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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