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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조엘 참 좋습니다.

 

아마 멜로디를 이만큼 잘 만드는 작곡가가 있을까요? 게다가 목소리는 어찌나 그리 매력적인지요. 이게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실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의 앨범을 사준 수천만명정도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주체로 각종 건반악기를 능수능란하게 주무르면서 살짝 광란에 가까운 무대매너가 이게 또 이 사람 아니면 허용이 안 될 만큼 멋이 있습니다.

 

게다가 대중음악사적으로 보자면 틴팬앨리(Tin Pan Alley)의 적자이자 재즈(Jazz), 홍키 통크(Honky Tonk), 피아노 블루스(Piano Blues)등을 유효적절하게 섞은 후 거기에 쌈박한 라틴의 활기를 좀 받아들이고 클래시컬한 현편곡과 빅밴드 브라스 앙상블까지 더해놓은 어메리칸 팝스의 굿 타임 뮤직을 대표하던 브릴 빌딩 팝(Brill Building Pop)의 가장 확고한 승계자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그냥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족보가 확실한 뮤지션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우리가 아는 그리고 유명한 평론가들이 말하는 빌리 조엘은 그야말로 팝스의 마에스트로이며 서러브레드인 팝의 왕중왕에 해당하는 뮤지션입니다.

 

근데 이거 아실까 모르겠습니다. 그에게 조금은 덜 알려진 특별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 그 특별한 시간을 살짝 알려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비트볼뮤직의 이봉수 대표님과 일전에 나눴던 이야기 중에 CD로 재발매된다면 1만장세일즈의 역사를 쓸 수 있는 앨범이 아직도 몇 개정도는 남았다고 했었고 그 중 첫번째는 이글스(The Eagles)의 글렌 프레이가 참여했던 포크록/컨트리 록의 희귀하지만 유명반인 롱브랜치 페니윗슬(Longbranch / Pennywhistle)이고 나머지는 아주 잠시잠깐 CD로 재발매됐다가 더 이상 구할 수 없게된 60년대 싸이키델릭 팝의 유명반인 해슬스(The Hassles)가 남긴 두 장의 앨범<The Hassles>와 <Hour of The Wolf>를 예로 들었습니다.

 

 

다시 빌리 조엘얘기로 돌아와서 그는 솔로로 데뷔하기 전에 두 개의 밴드를 거치면서 석장의 앨범을 내놓습니다. 그것이 뭔고 하니 저 해슬스의 두장과 하나는 아틸라(Atilla)라고 하는 빌리 조엘의 판단착오로 만든 하드록밴드의 유일작이 그것입니다. 일단 아틸라에 관해서 짧은 평을 하자면 이 앨범을 듣고 일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격렬한 분노를 느꼈었고 졸작이라는 단어는 이 음반을 위해서 만들어진 단어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그렇다면 문제의 해슬스는 어떤 팀이며 어떤 음반을 발매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보듯 이 밴드는 5인조입니다. 사실 중요한 사실은 이 밴드에서 빌리 조엘은 노래를 부르지는 않습니다. 보컬리스트 존 디젝(John Dizeks), 건반에 빌리 조엘(Billy Joel), 드럼에 존 스몰(Jon Small), 베이스에 하위 블로펠트(Howie Blauvelt) 그리고 기타리스트인 리차드 맥키너(Richard McKenner)의 5인조로 구성된 싸이키델릭 팝 / 바로크 팝 계열의 밴드입니다.

 

당시 싸이키델릭(Psychedelic)이라는 단어는 마치 가요필드에서 일렉트로닉이라는 단어를 차용하는 것만큼 흔히 볼 수 있고 자주 만날 수 있는 단어였습니다만 엄밀히 말해서 저 하나의 기본개념을 두고 기독교가 장로회부터 시작해서 수십가지 종파로 나뉘는 것처럼 이들 역시 특정의 사운드적 주체를 통해 수십가지의 스펙트럼으로 나뉩니다.

 

그 중에서 그레잇풀 데드(Grateful Dead)류의 끝없는 즉흥연주를 통한 은은하게 적셔주는 스타일이 있는가하면 블루 치어(Blue Cheer)처럼 하드록에서 가지를 뻗어나가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연주를 통해 정신을 쏙 빼놓는 싸이키델릭 록 밴드들도 있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관리자가 가장 선호하는 팝은 팝인데 그냥 팝이기에는 심심한 팝스 작곡가들의 장난기와 실험정신이 싸이키델릭이라는 테마를 팝스에 덧붙여 그야말로 독특한 감상을 이끌어냈던 싸이키델릭 팝이 있습니다.

 

굳이 시작점을 따지자면 비틀즈의 <Sgt. Pepper...>를 기점으로 비치 보이스(Beach Boys)계열의 교향악적인 감수성을 더해서 좀비스(The Zombies)의 <Odyssey & Oracle>에 도착하는 일련의 가장 완결성높은 팝의 역사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류의 음악이 있고 이 해슬스는 전적으로 바로 이런 스타일의 음악에 안착하여 정말 썩 좋은 음악을 들려주던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팝적인 감수성에 리듬 앤 블루스의 흥겨운 율동감, 그리고 싸이키델릭 기반의 실험성까지 합쳐진 음악을 들려주려하던 이들은 1967년 첫 앨범<The Hassles>는 건반연주자인 빌리 조엘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빌리 조엘처럼 피아노가 아닌 오르간으로 비틀린 감수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습니다. 당시 밴드의 멤버들이 10대에서 20대에 걸쳐있었다는 얘기를 기억해보자면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가 가진 감수성을 60년대에 보여주기에는 오르간만한 악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앨범 전체에서 넘실대는 때로는 격렬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오르간 연주가 바로 이 앨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진정한 바로크 팝(Baroque Pop:서구의 평론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주체의 팝뮤직을 일컫는 단어) 트랙의 자격을 지닌 곡 'Every Step I Take'의 선연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진중하게 질주하는 오르간은 마치 좀비스(Zombies)의 미발표 트랙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몽롱함과 아름다운 멜로디가 동시에 만족되는 곡이고 트래픽(The Traffic)의 리메이크인 'Coloured Rain(명반 <Mr. Fantasy>앨범의 수록곡)'은 원곡보다 더 화려하고 격렬합니다. 'Fever','You've Got Hummin'같은 곡이 지니는 리듬 앤 블루스의 흔적을 더듬는 것역시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두번째 음반이자 마지막 앨범인 <Hour Of The Wolf>는 조악한 커버와는 달리 무척 훌륭한 음악을 담고 있어서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앨범이며 전작에서 싹을 틔운 싸이키델릭의 감수성이 극에 달해있는 음반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빌리 조엘이 밴드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시작했던(물론 시작하자마자 접기는 했습니다만) 음반이기도 합니다.

 

이 음반은 당시 유수의 싸이키델릭 팝앨범들과도 일합을 겨룰만한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빌리 조엘의 특유의 섬세한 멜로디가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고 7,8분정도되는 중편의 곡들을 무리없이 편곡하는 능력또한 진일보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 어두워지고 깊이를 더해진 시선은 첫 앨범의 가벼운 흥분감보다는 보다 성숙한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보이는 것 같아서 빌리 조엘의 팬된 자격으로 아주 기쁘게 접할 수 있는 음반이기도 합니다.

 

특히 저는 이 앨범에서 두 개의 노래를 아주 좋아하는 데 'Further Than Heaven'의 갑자기 탄력받아서 치고 달리는 능글맞은 기타솔로와 뒤틀린 오르간의 솔로는 그야말로 '이 놈 봐라' 하는 기분이 듭니다. 내가 아는 빌리 조엘과 너무도 다르지만 이토록 훌륭한 연주를 들려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안 해 봤던 일입니다. 역시 그가 록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거기에 'Hotel St. George'의 오르간, 오케스트레이션, 브라스까지 더해져 어떤 장엄함이 느껴지는 이 순간은 정말 다른 이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순간의 감수성은 빌리 조엘의 첫 음반 <Cold Spring Harbor>에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빌리 조엘과는 약간은 이질적으로 다소 서글프고 좀 더 클래시컬한 서정미, 다소 어딘가 과장된 듯한 느낌, 몽롱함까지 말입니다. 물론 <Piano Man>앨범에서도 이런 부분이 다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미 이때부터 빌리 조엘은 이 때까지의 빌리 조엘과는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주 공격적이고 그야말로 'IF'에 불과한 설일지도 모르지만 모딜리아니가 조각가로서 제법 큰 명성을 얻고 있으며 실제로 그의 그림이라는 것은 좌절한 조각가의 타개책일지도 모른다는 가설말입니다. 그런 것처럼 빌리 조엘의 해슬스역시 좌절을 맛본 싸이키델릭 팝 뮤지션의 그 좌절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라는 가설말입니다.

 

단순히 가설로 치부하기에 이 두 장의 음반은 굉장한 옥탄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지점도 존재합니다. 음... 이래서 팝이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성공의 흔적을 기억하기도 바쁜데 좌절의 흔적까지 살펴볼 여유는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이 좌절의 흔적이 실은 아주 훌륭하다라면 얘기는 달라지는 법. 저는 이런 흔적들을 아는 한 최대로 열심히 파내어 여러분께 공개하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빌리조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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