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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사교육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시행책이  각 시ㆍ도 조례에 근거를 둔 교습시간 제한을 `학원법`이더군요. 10시 이후에 교습을 하는 학원은 단속을 해서 밤 10시 이전에 학원 수업을 금지 시키겠다고 하더군요. 

 

 이 뉴스를 듣는 순간 긴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올해 33살, 학원 강의 경력7년차, 아이들과 눈빛을 마주하며 보낸 시간이 그토록 잘못된 길이었나하는 후회감도 들었습니다. 전업을 할까 고민도 해봤죠. 허나 학생들 앞에 서서 강의만 7년째 하다보니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더군요.

 

만약 이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고 10시 이후로 학원 수업을 금지 시키면 과연 내가 계속 강단에 서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학교라는 공공교육 기관에 속해 있지 못한 제 자신이 밉더군요.  만약 정식 교사가  될 수 있었다면 아이들 앞에 떳떳하게 서서 강의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이젠 잠재적 범죄자가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10시 이전까지 수업을 하면 될 텐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허나 저는 불행히도(?) 고등부를 주로 맡고 있기 때문에 10시 이후로 학원의 불이 꺼지면 9시가 넘어서 끝나는 고등 학생들을 대상하는 수업을 열 수가 없습니다. 그 만큼 저의 월급은 줄어들겠죠. 생활은 궁핍해 질 것이고,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면 이 직업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사교육 경감을 취지로한 학원법의 실효성(?)으로  인해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교육비는 줄이고 실업자는 늘리고….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어느덧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사교육비.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학원. 그리고 그 학원 밥을 먹고 살아가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 지더군요. 나름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가르쳐 왔는데, 학생들의 선생이자 친구로, 학부모님들의 상담자로 살아온 저의 경력이 어느덧 잠재적 범죄자가 저질러온 만행이 되어 버릴 판이고, 저라는 인간은 잠재적 잉여인간이 되어버릴 운명이라니 슬프기도 했습니다.  지나치게 확대해석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든 제 짧은 사견으로는 생각이 그곳까지 미치더군요. 

 

허나 잠시 생각해보니 잘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0시 이후로 학원에서는 수업이 되지 않더라도 과외는 가능하기에 학원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과외로 돌린다면 상당한 액수의 돈이 될 것 같더군요. 사교육의 공급이 학원에서는 줄어 들 수도 있겠지만, 사교육의 수요가 남아 있는 한 그에 대한 공급은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있으리란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원 수업 시간에 농담조로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학원에서 10시 이후로 수업이 금지 되면 혹시 과외로도 할 사람이 있는지.'

 

아이들의 반응은 과외 수강료만 어느 정도 감당이 된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대한민국에서 학원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대학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과외비가 학원비보다는 훨씬 비싸다는 것을 다  아실 겁니다. 그리고 교실에 함께 있던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어느 특정한 과목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학원 교습시간 제한'이라는 제도가  '특정 과목에 미진한 학생들에게 그리고 집안 형편이 어느 정도 넉넉한 아이들에게는 과외라는 형태의 돌파구(?)를 부채질 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학습권 박탈을 가져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제껏 제가 쓴 글이 제 생각을 너무 과하게 확대 해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 생긴 제도로 인해 밥그릇을 안뺏기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나온 이기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법이 만인을 만족 시킬 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어떤 법을 시행하면 그 법으로 인해 득(得)을 보는 사람도, 실(失)이 생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허나 어떤 특정한 법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면, 굳이 법제화를 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학원에서 분필가루 마셔가면서 수업하는 학원 강사들의 수업권과 생계수단을 제한시키면서까지, 그리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수업 선택권을 박탈하면서 까지 얻을 수 있는 게 진정 사교육비 경감일까요?  그로 인한 학원 강사들의 실업과 학생들의 박탈되는 학습권은 고려될 가치도 없는 것일까요? 학원 불만 꺼지게 하면 작은 오피스텔이나, 가정집에서 행해지는 고액과외도 다 막을 수 있을까요? 여름마다 겨울마다 영어를 배우러 떠나가는 어학연수자의 행렬은 막을 수 있을까요? 해마다 국제중학교를 보내기 위해, 특목고를 보내기 위해 쏟아붓는 학부모들의 경쟁적인 교육열의를 잠재울 수 있을까요? 대학간 실력있는 학생들을 모집하기위한 커트라인이 낮아지는 걸까요?

 

식견이 부족한 저로써는 어느 것에도 '그렇다'라는 답이 나오기 힘들게 보입니다.


태그:#학원교습시간제한, #사교육비경감, #사교육비경감대책, #사교육과선전포고, #학원시간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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