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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사모아대학(American Samoa Community College) '사랑해요, 한국어'반 제4기 수료식(25명).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Mr. Herbert Thweatt)  촬영: 이현휘(필자)
▲ 아메리칸 사모아대학 '사랑해요, 한국어' 반 제4기 수료식 아메리칸 사모아대학(American Samoa Community College) '사랑해요, 한국어'반 제4기 수료식(25명).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Mr. Herbert Thweatt) 촬영: 이현휘(필자)
ⓒ 이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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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공기가 제일 좋은 곳(*)으로 알려진 남태평양의 아메리칸 사모아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글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199위(꼴찌)인 '아메리칸 사모아'. 2001년 4월 2002년 한일 월드컵 오세아니아 1차 예선 호주와의 경기에서 0-31로 패하면서 A매치 세계 최다 득점차 패배 공인기록을 세운 나라.

최근 FIFA의 낙후지역 지원계획으로 잔디구장이 완공되어 축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실력은 세계 최하위이지만 열정만큼은 브라질 못지않다"는 평을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

그런데 '세계에서 공기가 제일 좋은 곳'이라는 말보다는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아메리칸 사모아 국민들'이라는 말을 더 듣기 좋아하는 이 나라에 요즘 '사랑과 열정'으로 다가서는 또 하나의 큰 관심거리가 있다.

바로 한국 방송(KBS-WORLD, MBC-TV, YTN - 위성수신 실시간으로 24시간 시청)과 한국어다. 전체 인구 7만에 불과한 조그만 이 나라에도 이른바 한류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그에 따라 아메리칸 사모아 대학(American Samoa Community College)이 지난 2006년 7월 31일 개교 이래 처음 개설한 '사랑해요, 한국어'반이 2006, 2007, 2008년 4월의 제 1, 2, 3기 수료식에 이어 지난 21일 제4기 수료식을 했다.

수강생은 모두 37명이었는데, 책 낭독(읽기 시험)을 통과한 25명만이 '읽기 수료증'을 받았다. 무려 12명이 중간에 탈락했으니 '읽기 수료증' 받기가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읽기 시험'을 통과한 25명은 사모안, 통가, 필리핀, 미국인, 한인2세 등이며 11세에서 60세에 학생과 교사, 신부, 직장인, 공무원(경찰 등등)들로 나이, 직업, 민족이 정말 다양하다. 특히 스타 키스트 사모아(Star Kist Samoa) 참치 통조림 현지 공장의 직원들이 3명이나 읽기시험을 통과하여 한국 동원식품이 현지공장을 매입·인수하는데 따른 현지인들의 관심과 기대가 많음을 알 수 있기도 하였다.

11세 소녀로 제일 어린 '마라에타 리(Marietta Lee)'양의 경우 지난 5월 KBS-1TV의 '러브 인 아시아'의 '아메리칸 사모아'편에서 나온 '이대종'씨의 손녀로, 같이 출연했던 '어머니(이멜다 씨), 오빠(이대종 Jr)'와 함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하여 읽기 시험에서 '최고의 점수'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리에타 리'양은 "이젠 온가족이 저녁 기도 시간에 한국어 공부 시간을 갖고 있는데요, 제가 반장이에요"라며 "지난 4월에 이곳을 다녀가신 한국의 고모할머니께 전화까지 하게 되었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13세의 소녀 '레이루아(Leilua Watson)'양은 '사우스 퍼시픽 아카데미' 한국어 반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으로 장래희망이 '통역사'라고 한다. 그는 "다른 국가 말보다 '한국어'를 제일 잘하고 싶다, 더 열심히 공부 할 것"이라며 "나는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아자!" 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하였다.

웬디(Wendy Crichton-여), 팻(Pat McEntire), 살레(Sale Iloilo)씨 등 3명은 스타 키스트 사모아 현지공장 직원으로 한국의 동원식품이 공장을 운영 관리하게 되면 "한국인 직원과 현지인 직원 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싶다"며 캠코더를 가지고 수업 전부를 녹화하는 열성파 들이다.

특히, 팻은 녹화해간 강의내용을 VCR에 옮기는 과정에 5살 된 딸과 계속 같이 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토끼야 토끼야 이리와", "누나가 자꾸 세수해요" 등등 딸이 자신보다 한국어를 더 잘 읽는다며, 한글이 이렇게 과학적이고 좋은 글인지 몰랐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은 아내도 한국어 방송에 TV 채널을 맞추고, 딸아이도 '뽀뽀뽀 아이 조아' 와 '파나 파니' 같은 프로그램만 시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페트라(Petrah Lanama-여)씨는 11월 4일에 실시된 아메리칸 사모아 '총독'선거운동에 참여하면서도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등 열심히 공부했다. 1차 투표에서 2등을 하여, 2차 투표(이곳은 과반수 득표를 못하면 1, 2위 득표자가 2주 후 2차 투표를 하게 된다)까지 갔는데 마침 읽기시험 당일이 투표일이어서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주최측의 배려로 특별히 수료식에 앞서 먼저 읽기 시험을 볼 수 있게 됐고, 전체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통과해 수료증을 받았다. 

필자는 지난 2006년부터 자원봉사로 강의를 맡았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권마태 한글학교' 교사연수교육(2007년)에 참가한 필자는 '권마태 한글교재'를 갖고 수업에 들어갔다.

당시 학생들은 ㄱ, ㄴ도 모르는 완전 초보상태였다. 2006년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러나 2007년과 올해는 첫날부터 자신 있게 '권마태 한글교재'를 크게 확대한 포스터를 '사랑해요, 한국어' 배너 밑 칠판에 붙였다. 'ㄱ, ㄴ, ㄷ'이 아니라 'ㄱ ㅋ, ㄷ ㅌ, ㅂ ㅍ, ㅈ ㅊ, ㄴ ㅁ, ㅇ ㅎ, ㄹ ㅅ' 을 '그 크, 드 트, 브 프, 즈 츠, 느 므, 으 흐, 르 스'로 읽게 하고, 'ㅏ, ㅑ, ㅓ, ㅕ' 를 'ㅑ-ㅏ, ㅕ-ㅓ, ㅛ-ㅗ, ㅠ-ㅜ, ㅡ-ㅣ'로 읽게 했다.

특히 'ㅑ---'를 계속 발음하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ㅏ'로 끝나게 되는 것을 필자 자신도 배우면서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읽을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필기체 글씨를 반복하고 읽는데 전력을 다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하나, 둘 적응하기 시작하더니 9-10일째 되는 날 지시봉을 갖다 대기만 하면 한글을 줄줄 읽기 시작했다. 한국판 일간지 신문을 한부씩 나누어 주었더니 아직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웃으면서 줄줄 읽었다.

한글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외국인들이 불과 10일 만에 한글을 읽게 된 것이다. 10일 만에 한글을 읽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을 가르친 사람의 마음을 기분을 누가 알 수 있을까! 그 때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을 얻었다.

그 때 학생들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느냐고 물어봤다. 초등학교 교사인 '페리시아(Felicia Moeai-여)'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에 "한국인 어린이(학생)들이 많아 한국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TV방송에서 한국 문화를 쉽게 더 많이 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빌리(Vili Foopouli)씨는 현직경찰(DPS)로 "스타 키스트 현지공장을 한국인이 운영하게 되면 앞으로 한국인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동원수산의 소속선 뿐만이 아니라 한국선박이 많이 입항하게 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한국인과 현지인들 간의 관련 사고에 경찰로서 업무수행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외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할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학생들 수준이 늘면서 필자를 놀라게 할 만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한 학생은 먹는 배, 타는 배, 사람이나 동물의 배가 어떻게 다른지 질문하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먹는 밤과 낮의 반대말 밤을 어떻게 각각 달리 읽어야 하는지 물었고, 밤을 잘 구분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식품점에서 까먹는 군밤을 사서 나눠먹기도 했다.

앞으로 '사랑해요, 한국어'반은 제 1, 2, 3기와 제4기반 읽기 수료자 전원에게 말하기, 쓰기 강의를 2009년 1월 13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제4기 '사랑해요, 한국어'반 읽기시험 및 수료식 소식은 현지 일간지<사모아 뉴스 Samoa News>, 공영< KVZK-TV> 등 신문, 방송을 통하여 지역 톱뉴스로 보도되었다.

* 미국 연방정부 공기측정 연구소에서 가로 x 세로 x 높이 각 1피트(33cm)의 통 안의 먼지 수를 측정한 결과 '남극=200개', '아메리칸 사모아=240개'', '하와이 10,000개'로 측정되었는데, 남극에는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에 '아메리칸 사모아의 공기'를 세계에서 제일 좋은 곳으로 선정 표준으로 정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태그:#남태평양 사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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