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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미술관MOMA 컨테이너 내부에는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club.cyworld.com/moma2008)
겸손한 미술관MOMA컨테이너 내부에는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club.cyworld.com/moma2008) ⓒ 윤호용

미술관이 겸손하단다. 간혹 미술관에서 소리 내 웃거나 떠들기라도 하면 얼마나 눈치를 주고 또 받았던가. 그렇게 '거만하게' 뒷짐 지고 있던 미술관이 스스로를 '겸손한 미술관'이라고 칭했다.

'도시가 작품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2008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에 하나로 선정된 '겸손한 미술관 MOMA(the Musem of Modest Art)'는 세종대 회화과 학생 30여명과 강사진들이 만든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손한샘(40·세종대 교수) 작가는 "일종의 도시갤러리다, 멀게만 느껴졌던 대학과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하나의 방법을 찾으려 했다"며 "무엇보다 지역주민과의 이런 소통을 위한 관계는 미술을 좀 더 친숙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겸손한 미술관'은 세종대 옆 광진광장에 위치해 있다. 깔끔한 광장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이 미술관은 컨테이너 2대로 이루어져 있다. 멀리서 보이는 컨테이너 자체부터 작품이다. 언뜻 하나의 작은 놀이터를 옮긴 듯하다. 그만큼 어떤 권위도 부담감도 없다.

컨테이너를 연결하는 커다란 PVC파이프는 지상과 지하로 뻗어있다. 이 미술관이 단순히 넓은 광장에 '턱'하니 놓여있는 존재가 아닌 타인 또는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려는 흔적이다.

이 소통의 노력은 단순히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겸손한 미술관엔 독특한 운영규칙이 있다. 일명 '맞짱 프로그램'이다. 예술가가 현장에서 만든 작품들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 또한 이에 대한 보답으로 어떠한 예술적 기여를 해야 한다. 즉, 주고받는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 속에 겸손한 미술관은 유지되어 가는 것이다.

이런 '소통' 속에 컨테이너 안은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작품들로 꾸며져있다. 아이들과 함께 자투리 헝겊으로 만든 인형, 버려진 골판지를 이용하여 만든 위험하지 않는 장난감 총, 종이컵에 그려진 그림 등 컨테이너 안은 마치 동심의 세계로 들어와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한다.

지역의 숨은 예술가 찾아 '전시' 열어...

그렇다고 겸손한 미술관이 광장에만 머물며 손님만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프로젝트의 이끌어가는 것은 학생들이다.

손한샘 작가는 "이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학생들과 지역민들이 중심이다, 이들을 돕는 작가들이나 스텝들은 단지 보조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그들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종대 회화과 학생들은 동네의 숨은 재주꾼을 발굴하고 섭외했다. 그리고 그들만의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열렸던 전시는 '돌아온 추리닝'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되었다. 세종대 인근 주택가에 버려진 각종 물건들을 수집하고, 해체조립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민씨 할아버지의 전시회였다.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심지현(22·회화과)씨는 "학교 안에서의 캔버스 작업은 '우물 안에 개구리'였다"라며 "이렇게 밖에 나와서 남녀노소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은 내 작업에도 발전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겸손한 미술관의 가능성

MOMA(Museum of Modern Art)는 뉴욕에 있는 현대미술관의 이름이다. 그곳이 어떠한 곳인가. 세계 미술계를 좌지우지 하는 '거만한(?) 미술관'의 대표 격이다. '겸손한 미술관'의 MOMA(the  Museum of Modest Art)는 기존의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권위와 엄숙함을 반전시키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컨테이너 2대의 전시관, 지역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들, 그리고 미래의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 미대생들의 작은 움직임은 새로운 공공미술의 활로를 개척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난달 20일부터 계속 진행되어 왔던 '겸손한 미술관'은 오는 10월 20일을 끝으로 한 달간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힘들여서 구축해놓은 미술관을 금방 철수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결국 프로젝트 구성원들은 광진구청 측과 협의해 11월 20일까지 그 기간을 연장키로 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를 지역주민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종종 미술관을 찾는다는 강리나(32·자양동)씨는 "사실 예술하면 부담스럽기 마련인데 꼭 전시관을 찾지 않고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진광장 양 옆으로는 멋들어진 조형물과 중고 컨테이너 '겸손한 미술관'이 있다. 겸손한 미술관에선 소리 내 웃거나 떠들어도 괜찮다.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공공미술은 소유가 아닌 '향유'이기 때문이다. 


#겸손한 미술관#광진광장#세종대 회화과#도시갤러리#공공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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