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일 주일 동안 드높았던 동해의 파도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같다. 일본이 우리의 바다 '동해'를 일본해로, 우리의 땅 '독도(獨島)'를 다케시마(竹島)로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미동맹(한미혈맹)' 운운하고 있는 미국마저 지명위원회(BGN)를 통해 우리의 땅 독도를 '리앙쿠르 록스'라고 표기한 사실이 밝혀져 한반도의 분노를 뜨겁게 달구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어제(미국 시간으로 7월30일) '한국영유권'으로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정말 우리로서는 어안이 벙벙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는데 일단은 마음을 놓을 단계라기보다는 그동안 가빴던 숨 고르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이 우리 땅 독도를 중·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 자신들의 영유권 안에 넣는다는 소식이 들려와 격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는 터에, 태평양 건너 미국마저 그 어떤 저의가 보이는 어긋난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우리에게 얼마나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는가. 우리의 바다 동해, 우리의 땅 독도를 이대로 놔두다가는 앞으로 일본이 어떤 행동으로 나설지가 주목되는 시점에서 미 지명위원회의의 '독도 한국영유권표기 원상회복'은 일단은 부분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겠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떠들썩한 것을 고려한 듯싶다. 

부분적 의미라? 그렇다. 부시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엔, 우리로서는 전체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걸림돌(암초)이 남아 있어 '부분적 의미'의 제스처로 판단된다. 미 지명위원회의의 데이터베이스 지오넷에는 우리의 땅 독도를 여전히 표준명칭을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로, 그리고 리앙쿠르 록스 변형어인 다케시마(Take-Shima)와 다케시마(Take-Sima)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때 에누리 없이 우리에게 달려드는 '교훈'이 있다. 가쓰라·태프트밀약과 먼로주의가 그것이다. 1905년 7월 29일 일본 수상 가쓰라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특사 태프트 사이에 맺은 이 밀약은 "미국이 일본의 조선지배를 묵인하는 대신에 일본은 필리핀에 대한 침략의도가 없다는 것을 다짐케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예컨대 미국이 한반도에서 일본의 '자유행동권(free hands)'을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조선 문제와 필리핀 문제와의 교환조건으로 맺어진 것인데 결국 이것은 일본의 한일합방의 예비공작이었다고 훗날의 역사는 진단한다.

이 감춰진 사실을 오늘의 독도문제와 결부시켜볼 때 어느 면에선 현 부시 행정부도 부분적으로는 다를 바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21세기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일동맹'을 우선으로 두고 있음이 최근 미국의 행보에서 감지된다. 말하자면 미국의 세계전략 구도 속에서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에 비해서는 국부(局部)적이라는 것이 미국의 전통적인 전략인 것처럼 비춰진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1823년 12월, 미국의 제5대 대통령 먼로가 연두교서에서 선언한 먼로독트린(먼로주의)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대목이다. 이 또한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먼로주의 즉 그들 특유의 '고립주의(중립주의)'를 내세운다.

어제는 번복했지만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한국의 독도영유권에 대한 표기를 '주권미지정'으로 변경하면서 명확하게 '한국영유권'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던 대목이 우선 그것이고 '독도'의 고유명사를 일본 명칭으로 '다케시마'로 놔둔 점이 그것이다. 이것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삼고자 하는 일본의 전략에 미국이 일정 부문 힘을 실어주는 그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한 사람의 이름을 두 가지, 세 가지로 부르는 것과 똑같지 않는가.

올해로 영국으로부터 독립선언(1776년 7월8일)한 지 232주년을 맞이한, 과거 우리들처럼 '식민지 원체험'을 절실하게 겪은 바 있는 아메리카 미합중국. 그러함에도 미국은 1만 년을 기점으로 동북아시아에 터를 잡고 살아온 'the Korean'을 모른단 말인가.

독도에 대한 역사적 기록(1481년 편찬 세종실록지리지, 1845년 김대건 신부에 의해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조선전도-독도를 로마자로 Ousan으로 표기)이 미국의 역사보다도 먼저였다는 엄연한 사실조차 무시한다면 그동안 힘겹게 쌓아올린 '한미동맹'도 금이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우리가 볼 때 적어도 조선시대(19세기)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가 보관된 파리국립도서관은 미국 지명위원회의 지오넷(21세기)보다 먼저 '국제적 신뢰'를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앞으로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하여서도 미국은 '독도'가 분명 대한민국(Korea)의 땅이라는 점을 저 준엄한 세계역사 속에서 '명쾌한 방법'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오는 8월 6일 한국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독도가 주한미군의 의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에서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땅 독도! Ousan! 그래야 이 작지만 '큰 섬'은 고독하지 않고 '평화의 등불'로 '한중미일'에게 플러스를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경우, 한국, 중국, 일본에게 있어서는 21세기가 적대적 대결이 아닌 우호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미국 역시 실천적 높은 관심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다짐하듯이 거듭 밝히지만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 세계평화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 지구적 여망과 대의명분을 미국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준태 : 1948년 전남 해남 출생. 시집으로 [참깨를 털면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통일을 꿈꾸는 슬픈 色酒歌] [불이냐 꽃이냐] [칼과 흙] [지평선에 서서] 외, 세계문학기행집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통일시 해설서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등 다수. 현재 조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작은 명상학교 [금남로 리케이온]을 마련하여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태그:#독도는 영원한 우리 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