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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불교의 만남은 20세기 이후의 세계를 열어갈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

한반도의 운명은 동북아만이 아니라 세계의 배꼽이라는 사실이다. -김지하 시인

사제라는 인생이 가야하는 길이 있다. 그것이 ‘십자가의 길’이다. -전종훈 신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길이다. -불교,108배 참회문

                             

           하느님 얼마나 기쁩니까

           부처님 얼마나 기쁘시기에

           그렇게 잔잔히 미소지으십니까

           천지신명님께서도 얼마 좋으시기에

           한강물 푸른 물속에 금강 낙동강 영산강

           800리 지리산 구비구비 섬진강까지 불러와

           저희들이 이렇듯 덩실덩실 춤추게 하십니까

 

           서울은 거대한 촛불의 기둥!

           서울은 거대한 하나의 신전(神殿)!

           서울은 하나의 거대한 생명공동체!

           서울은 하나의 거대한 미래공동체!

           서울은 하나의 거대한 동방의 등불!

           서울은 우리 모두 숙명하는 부처님 손바닥!

           서울은 우리 모두 참회하는 하느님의 대성전!

           아아 그리고 서울은 할머니의 하얀 치마에 안긴

           그 하얗디 하얀 치마폭에 안긴 어린 손자들의

           눈부신 이마 그 번쩍임의 살결 고운 에너지!

          

           하느님 얼마나 기쁩니까

           부처님 얼마나 기쁘시기에

           그렇게 잔잔히 미소지으십니까

           천지신명님께서도 얼마 좋으시기에

           춘하추동 피고 지는 모든 꽃들에게도

           촛불을 넣어 환히 밝히고 있으십니까

           그 기쁨 넘쳐 우리들 오장육부에까지 들어와

           넘실넘실거리는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두 쪽으로 갈라진 이 땅 한반도, 신부님들이

           미친 소떼들 울부짖는 광야의 길을 열어갑니다

           심심산골에서 맨발로 내려온 보살 스님들이

           신부님들과 손을 잡고 촛불, 촛불을 켭니다

           목사님들도 소떼들의 울음소리에 일어섭니다

           마포 나루터 할머니도 손자들을 등에 업고

           살 고운 고추를 내놓은 아가처럼 춤을 춥니다

          

           유모차 아가의 두 눈동자에서부터 빛을 받아

           이제야 비로소 눈을 뜨기 시작하는 대한민국!

           부산항에 상륙한 미친 소떼들의 뒷발굽에 밟혀도

           북한강 미루나무처럼 인왕산 소나무처럼 뿌지지직-

           일어서고야마는 된장 고추장 마늘의 배짱과 뚝심!

          

           우리들 오장육부에까지 들어와 거대한 촛불로

           넘실 넘실거리는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광화문에서 세종로에서 시민들은 노래합니다

          

           "됐어! 됐어! 알고 보면 우리는 갈라진 게 아냐

           지금까지 사방팔방 갈라져서 살아온 게 아니야

           됐어! 정말 됐어! 지금 우리는 하나로 가고 있어

           하나가 되면 하나로 손잡으면 하나로 걸어가면

           미친 소떼쯤이야 백두산 호랑이 앞에 고양이 아냐

           그래 지금 우리들은 새 살과 새 뼈가 돋아나고 있어

           하나의 촛불에서 영성(靈性)을 받아 머리칼도 나부끼고

           아아 먼 고향집 어머님께서 두 손 모아 빌고 빌던 촛불!

           바로 그 촛불이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서 타오르고 있어

           저기 먼 먼 제주도 한라산에서도 찬란히 솟구치고 있어"

   

           서울은 우리 모두 씨앗을 뿌리는 천리만리 평화의 지평선!

           서울은 우리 모두 어기어차 노(櫓)를 저어가는 통일의 바다!

           서울은 남대문시장터에서 젖꼭지를 물려주는 그리운 어머니!

           서울은 드디어 아아 드디어 세상천지가 하나로 태어나는 운명!

           서울은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 동자승(童子僧)을 무등 태워

           산이라면 큰 산을 넘어 강이라면 큰 강을 건너가는 아아 그러나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만은 건너지 않는 하느님의 둥근 호수!

   

           우리들 오장육부에까지 들어와 거대한 촛불로

           넘실 넘실거리는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이시어!

           아아 2008년 7월 5일 저녁 7시, 불 켜진 서울 코리아!

           서울은 미친 소, 미친 소떼들이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통일시대 The World Korea의 광활한 대초원! 대평원!

           서울은 생명굿판, 통일굿판, 사랑굿판, 민족자존의 굿판,

           인류의 궁극철학이 태어나고야 마는 영원한 여자의 몸!

           ―하느님, 당신께서 긴 칼과 황황한 불을 주지 않으셔도

           우리는 이미 저 높은 대지의 하늘로 가고 있습니다 아멘!

           ―부처님, 당신께서 목탁을 다비(茶毘)의 불속에 넣지 않으셔도

           그 목탁소리 북한산 관악산 인왕산 돌에 갇힌 세상 뭇생명들이

           참된 깨달음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2008년 7월 5일

                   남녘 땅 無等山에서 엎드리며 心祝, 合掌!

덧붙이는 글 | 김준태/ 시인. 시집으로 [참깨를 털면서] [불이냐 꽃이냐] [국밥과 희망] [칼과 흙]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꽃이, 이제 지상과 하늘을] [통일을 꿈꾸는 슬픈 色酒歌] [지평선에 서서] 등. 산문집으로는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와 세계문학기행집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외.


태그:#[기고 촛불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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