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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 천정을 후두둑 후두둑 돌아다니던 쥐 한마리를 잡았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쥐도 하나의 생명이라 같이 살아 볼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전깃줄을 갉아 먹더군요.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그래서 멸치 몇 마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우리 착한 아들 놈이...

힘들게 찾은 쥐구멍 앞에다가 말이예요.

그런데 이 놈의 쥐가 먹으면 먹을수록 식욕이 댕기나 봅니다.

당연한 걸 몰랐어요.

몸집이 고양이만큼 커졌으니 말이죠.

 

며칠 전에 집안 식구들이 회의를 했습니다.

이름하여 '쥐잡기 촛불 회의'

그 날은 천정의 형광등 전선을 쥐가 갉아 먹어 전기가 나간 상태였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촛불을 켜 놓고 회의를 해야만 했죠.

처음에는 오랜만에 촛불의 은은한 분위기에 젖어 맘이 약해지더군요.

우리 집 아들이 "아빠, 대화로 해요. 좋은 말로..."

"쥐가 사람 말을 어떻게 알아 듣니?"

두 살 많은 딸이 웃으며 말합니다.

"전기 줄만 먹지 마라고 말해 봐요"

그래, 그래 아빠가 말해 볼게"

멍청한 짓인 줄 알면서도 나는 아들이 이뻐서

"쥐돌아 우리 같이 사는 방법을 찾아 보자..."

"....."

그랬더니 천정에서 소란을 피우던 쥐가 조용해 지더군요.

우리 아들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 봐, 누나 쥐가 우리 말을 안다니까..."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잠시 촛불을 사이에 두고 다른 이야기로 웃음을 피웠어요.

 

그런데... 친구에게 온 급한 이메일을 확인하러 갔던 딸이 달려 왔습니다.

"아빠, 우리 다시 회의해요."

"왜?"

"인터넷이 안돼요."

잠자코 웃음을 지으며 지켜보던 아내가 화가 났나 봐요

"이 놈의 쥐가 잠자코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인터넷 선을 뜯어 먹느라고 조용했나 보네,

여보 어떻게 해봐요."

나는 우리 아들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실망스런 얼굴이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빠, 쥐 안 무서워요?"

갑자기 등짝이 오싹해집니다. 그러나 애써

"아니, 안 무서워, 잡자."

 

다음 날 쥐덫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쥐덫에 걸린 쥐를 발견했습니다.

"여보, 신문지 한 장 가져와 봐요."

"신문지? 없는데..." 그러더니 쥐덫에 걸린 쥐를 보더니...후다다닥

○○일보를 들고 나옵니다.

"신문지 없다더니."

"여보,이게 신문으로 보여요?"

"하하하."

 

통통하게 살찐 쥐 한마리가 ○○일보에 싸인 채 쓰레기 봉지에 넣는 순간

우리 아들 놈의 실망스런 얼굴이 생각이 납니다.

믿음이라는 것에 대한 배신감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착한 아들 놈을 위해 나는 쥐구멍에 이쁜 화분 하나 놓아 둘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받는 행복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태그:#쥐잡이, #쇠고기,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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