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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명동 한복판에 주황색 (도)깨비들이 나타났다. '깨비'란 올해로 20살이 된 2008춘천마임축제의 자원봉사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공연·홍보·행정·기술·마케팅·운영·교육 등 총 7개 팀으로 구성된다. 보통 2~3주 전에 선발돼 축제에 참여하는 깨비 100명과 축제 시작 3개월 전부터 축제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은 인턴 '깨비짱' 50명이 활동하게 된다. 마임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똘똘 뭉친 삼(三)색 깨비를 2008춘천마임축제의 생생한 현장 속에서 만났다.

"춘천 마임축제의 꽃은 깨비쇼단이죠"

개막난장인 '아!水라장' 하루 전인 24일 토요일 오후.

'달콤한 도살장' 공연 준비가 한창인 춘천어린이회관에서 깨비쇼단과 마주했다. 5명의 깨비짱과 깨비 1명으로 이루어진 깨비쇼단은 공연의 흥을 돋우고, 관객의 참여를 유도해 내는 춘천마임축제의 최전선 홍보단원이다. 이들은 우스꽝스런 복장과 분장으로 사람들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다채로운 쇼를 보여준다. 

2008춘천마임축제의 홍보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깨비쇼단이 각자 개성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 정도는 얌전한 포즈죠 2008춘천마임축제의 홍보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깨비쇼단이 각자 개성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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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야보다 일을 만들어내는 깨비쇼단은 추억도, 경험도 많이 남길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주변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비롯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이 매력적이고, 신나게 즐기면서 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 지원하게 됐어요."

깨비쇼단 이주영(20·한림대 청각언어학부 1)씨의 말이다. 매우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주영씨 역시 처음에는 남들 앞에 서는 게 쑥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호의적인 반응에 용기를 얻는다며 마임과 깨비쇼단은 일심동체라는 생각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이에 질세라 "관객들에게 나설 때면 나사 하나쯤 풀고 한다고 보시면 되요"고 말하는 깨비쇼단의 대장 최건우(32)씨. 그는 술자리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다가 깨비짱 '취중러브콜(?)'을 받았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들려주었다. 

"관객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공연 기획 관련 일을 해왔지만 개인적으로 마임이라는 공연을 몸소 느껴보고 싶었고, 몸으로 보여주는 행위 연주는 나이를 잊게 만들었어요."

최건우씨는 쇼단 내에서 든든한 삼촌으로 통한다. 띠 동갑 이상의 동생들과 함께 하면서 세대차이나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을 하자 "나이는 숫자일 뿐이죠. 특별한 대가 없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순수하게 축제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워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깨비쇼단은 춘천마임축제의 꽃"이라고 외치는 개성군단 깨비쇼단.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그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에요"라고 외치는 그들은 앞으로 펼쳐진 활약을 기대해 달라며 또 다른 퍼포먼스 준비로 자리를 급히 떴다.

야간에도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 밤도깨비가 된 깨비쇼단 야간에도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 박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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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축제는 내 모든 것을 뿜어낼 수 있는 그런 곳"

발걸음을 옮겨 춘천마임축제의 심장부인 브라운 5번가 사무처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태프이긴 하지만 오히려 깨비로 불리는 게 편하다는 일명 '스태프깨비' 조태훈(27)씨를 만났다.

태훈씨는 이번 마임축제에서 공연팀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별칭은 '붕붕깨비'. "스태프이긴 하지만 다른 깨비들이 저를 붕붕이라고 부르다 보니 이제는 그게 더 편해요"라며 스태프가 아닌 그냥 깨비로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태훈씨는 2년 전인 2006년 깨비짱을 시작으로 벌써 3년째 춘천마임축제와 인연을 맺고 있다. 마임 공연을 처음 접한 것은 2002년이지만, 마임보다는 오히려 깨비에 더 끌려서 2006년 큰 각오를 가지고 지원하게 됐다는 그. 작년까지 깨비짱으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스태프로 참가하자는 적극적인 제의를 받고 지금의 일을 택했다고 한다.

진지한 얼굴로 스태프로서의 자세를 말해 주고 있는 태훈씨
▲ 스태프가 되니 어깨가 무거워요 진지한 얼굴로 스태프로서의 자세를 말해 주고 있는 태훈씨
ⓒ 박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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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깨비랑 스태프가 별 차이 없이 비슷할 줄 알았는데 일단 마음가짐이 달라요. 깨비였을때는 편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일했는데 스태프가 되고 나니 보다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깨비짱일 때는 정말 말 그대로 마임축제를 충분히 즐기며 일했는데 지금은 워낙 일이 바빠 마냥 그럴 수만은 없다고. "2년의 깨비짱 경험이 있어서 지금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여러 가지로 스태프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스태프가 되니까 더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힘들고 고생스러울 때가 많죠. 하지만 관객들이 마임을 보고 즐거워하면 피곤한 것도 다 잊어요"라며 힘든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다.

"저는 마임축제가 좋아요. 축제기간만큼은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한 번에 쏟아낼 수 있잖아요."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짜짱가 엄청난 기운이….

만화영화 짱가의 주제곡 중 일부분이다. 지구를 짱가가 지킨다면 마임축제는 별동대가 지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깨비 집단, 별동대 대장 박용규(26, 강원대 무역학과)씨를 만나봤다.

몸은 피곤해도 환하게 웃어주는 별동대장 용규씨
▲ 왜 하나면 그냥 웃지요 몸은 피곤해도 환하게 웃어주는 별동대장 용규씨
ⓒ 박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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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팀 소속으로 총 8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별동대는 대장 1명, 부대장 2명 그리고 대원이 5명이다. 별동대는 물품 관리와 운반이 주된 업무이긴 하지만 그 밖의 문제 해결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군대에서의 '5분대기조'처럼 마임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쉴 틈 없이 항상 대기하는 것 또한 별동대의 임무 중 하나.

다른 분야의 깨비도 많은데 왜 굳이 일이 많은 별동대를 지원했냐는 질문에 용규씨는 "저는 활동적인 일이 좋아요. 또 이왕 봉사하는 건데 힘도 많이 쓰고 땀 흘리며 일하면 좋잖아요"라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용규씨뿐만 아니라 별동대 대원 대부분이 자진해서 별동대를 지원했다고.

"정말 봉사는 받는 것보다 하는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 이번 마임축제를 준비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일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대원들의 얼굴은 매우 밝아 보였다.

지난 27일 늦은 밤, 마임수비대가 명동 브라운 5번가에 떴다
▲ 마임축제의 짱가 별동대 출동이요! 지난 27일 늦은 밤, 마임수비대가 명동 브라운 5번가에 떴다
ⓒ 박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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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일을 하다 보니 축제 개막하고 하루에 보통 2시간씩 자요. 그리고 직접 몸으로 뛰는 일이 많아서 발에 물집도 많이 잡혔어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 정신적으로는 하나도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매일 축제가 끝난 후인 늦은 밤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별동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별동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마임축제를 지원하고 있었다.

"축제가 벌써 반 이상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저희는 30일 '미친금요일'부터 축제 마지막 날까지 제일 바빠요. 그때가 하이라이트니까요. 지금까지 한 건 아무것도 아니죠."

축제가 끝날 때까지 항상 즐거울 것 같다는 용규씨. 남은 축제 기간에도 변함 없이 맡은 일을 다 하는 별동대가 되겠다고. 덧붙여 마임 축제가 성공적으로 끝나길 바라며 관객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마임축제를 만드는 데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2008춘천마임축제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깨비와 깨비짱들 덕에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아무 대가없이 그저 마임이 좋아서 모인 이들. 참가한 이유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마임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이 있기에 춘천마임축제는 오늘도 이상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인 박진상, 천명은, 김지홍, 김혜경, 양희준 5명이 공동으로 취재했습니다. 또한 뉴스토피아에도 동시 기재 됩니다.



태그:#춘천마임축제, #마임축제, #마임, #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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