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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생산물품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재생 화장지, 수세미, 칫솔 등등.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생산품은 제품의 질도 떨어질 뿐더러 그 판매 방식도 지체장애인들의 방문판매, 측은지심에 기초한 의무적인 구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장애인 생산품을 제조 판매하는 대부분의 시설들은 다양한 아이템으로 비장애인들이 만든 제품과 견주어 뒤떨어지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그 판로도 나날이 넓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 국민의 의식수준을 생각할 때 아직도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인지도는 낮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와 연계한 장애인생산품 판매 모델이 될 만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6일 금요일. 국민은행 안양 평촌범계지점(지점장 홍학기) 영업장 정중앙에 장애인 생산품판매를 위한 가판이 설치되었다. 가판에는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빵과 쿠키 그리고 천연비누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 생산품을 만든 곳은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최영) 산하 안양시관악장애인보호작업시설로 안양7동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34명의 성인장애인이 직업재활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곳이다.

 

딱딱한 보호작업시설이라는 명칭을 친근하게 만든 기관 CI인 '벼리마을'이 눈에 띈다. '벼리'라는 말은 순 우리말로 '~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장애인 생산품의 중심이 되겠다는 굳은 의지로 벼리마을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아침 10시부터 판매가 시작되자 은행 일을 보러 나온 고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나둘씩 오기 시작한다. 판매를 담당한 벼리마을 사회복지사 2명과 장애인 근로자 2명이 밝은 표정과 인사로 손님들을 맞이하기 시작했고, 판매 물품에 대한 질문과 구매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이거 어디서 만든거예요?"

"정말 장애인이 만든거예요?"

"와! 맛있다"

"모양도 예쁘네"

"가격이 왜 이렇게 싸요? 이래서 남아요?"

"은행에서 이런 일도 하네!"

 

등등의 반응이다. 어떤 손님은 한 번 빵을 사가더니 한두 시간 후에 다시 와서 맛있다고 또 사간다. 그리고 주변에 홍보하겠다고 언제 다시 판매하는가? 어디서 살 수 있는가?에 대해 문의하는 손님도 있다.

 

은행이라는 장소에서는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아서였는지 은행을 찾는 고객들마다 관심을 둔다. 판매중 손이 모자랄 때는 은행 직원들이 판매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주변에서 자발적으로 홍보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판매를 담당한 장애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생산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우리가 만들었어요" 하고 자랑하기도 한다. 은행 지점장도 계속 판매장 주변을 돌며 고객들에게 홍보하는 등, 은행인지 장애인 생산품 판매장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협조적인 분위기였다.

 

이 행사는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되었고, 예상했던 수익금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자 모두가 기뻐한다. 게다가 국민은행에서는 고객들 사은품으로 '벼리마을' 비누를 선정, 구매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는 먼저 국민은행 평촌범계지점에서 제안해왔다. 안양시관악장애인복지관에 후원금을 전달하러 온 직원이 복지관 안내를 받는 도중 장애인 생산품에 대해 듣게 되었고, 이를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는 말에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를 했던 것.

 

그 이야기가 있은 후 2주 만에 장애인 생산품이 은행에 선을 보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 행사를 통해 장애인 생산품을 구입한 한 고객은 "장애인 생산품이 질이 떨어지고, 내용도 별로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직접 구매해 보니 그렇지 않네요"라고 하면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둘 것이라고 하였다.

 

단 하루의 행사였지만 많은 호응이 있었고, 은행 측에서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자주 판매부스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시관악장애인보호작업시설은 2000년 10월부터 제과제빵, 허브, 임가공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으나 그동안 낮은 기술 수준과 미약한 홍보, 주변의 낮은 인지도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6년 9월 안양 7동 복지회관으로 이전하여 전문가를 통한 기술 전수, 새로운 아이템 구축으로 품질 개선을 도모, 지역사회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는 모범적인 보호작업시설이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의의는 지역사회 기업에서 장애인생산품 판매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것과 영세한 사회복지시설들이 직접생산한 생산품을 비공식적인 판로를 통해 그 품질을 인증받을 수 있고, 저변이 확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안양시관악장애인복지관 최영 관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지역사회의 많은 단체나 기업들이 장애인 생산품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판로를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안양시관악장애인보호작업시설의 급여수준은 1인당 20만원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장애인들은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이 무척 어렵게 느껴지지만 지역사회가 관심을 준다면 그리 요원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장애인들의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희망을 잃어가는 때 장애인생산품의 적극적인 구매와 지역주민의 관심은 장애인 자립자활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첩경이다. 이번 행사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은행, 다른 기관에서도 릴레이로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안양시관악장애인보호작업시설에서는 지역사회와 더불어 장애인생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연락을 바랍니다.

장애인의 취업을 돕는 방법은 장애인 생산품을 많이 구매하는 것입니다. 장애인 생산품이 많이 판매되면 그 수익은 모두 장애인 근로자들의 급여로 활용됩니다.

벼리마을 생산품에 대해 알고 싶다면 031)466-7286, 467-2789.

이경국 기자는 안양시관악장애인보호작업시설 소속입니다. 


#벼리마을#장애인생산품#안양시관악장애인보호작업시설#장애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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