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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산업의 변화와 함께 유통형태도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직접 소비지시장과 직거래 방식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국내 유일의 양곡 공영도매시장인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은 갈수록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거래량이 300가마에도 못 미치는 상인들이 퇴출되면서 양곡도매시장엔 70여명의 도매상들만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도매상들은 그나마 수입 쌀, 잡곡, 참깨 등의 판매로 현상 유지를 하는 상황이다. 수년 전부터 농산물 유통 관련 전문가들은 양곡도매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양곡도매시장의 침체는 쌀 유통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양곡도매시장의 침체는 쌀 유통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 고영민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은 가락시장처럼 양곡부문에도 공영도매시장을 개설해 민간부문의 양곡유통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요구에 의해 지난 1988년 서울시가 부지를 공급하고 정부와 농협이 공동 투자해 개장됐다. 즉 공영도매시장으로서 양곡 수급 조절로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양곡 거래 기준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다.

하지만 양곡시장의 급격한 환경 변화로 1990년 23만7096톤이었던 연간 거래량은 2006년도부터 6만여 톤 이하로 떨어졌다. 1일 평균으로 계산하면 250~300톤 가량으로 지난 1990년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참깨, 콩, 팥, 녹두 등의 수입산 양곡거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양곡시장의 양곡수급 조절이나 양곡거래 기준가격 제시, 민간부문 양곡 유통기능 활성화 등 당초 개설 목적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도매시장법인도 2000년 이전까지는 거평, 대한 등의 도매법인이 참여했으나 현재 농협공판장만이 남아 있다.

궁극적 개선방향, 소비자 중심의 양곡유통체계

올해 초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관리공사가 의뢰한 양곡도매시장 활성화 연구용역 결과(수행: GS&J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양곡도매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존 양곡중도매인 제도를 ‘시장도매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구 보고서는 "중도매인들이 실질적으로는 시장도매인의 기능을 하는 데다 경매를 하는 도매법인도 없어 제도 도입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양곡 판매주식회사 유치, 양곡도매 전문 쇼핑몰 구축, 구매자 중심의 경매 시스템 구축 등을 양곡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양곡도매시장 중도매업협회의 박용상 회장(일흥상사)은 "시장도매인제를 양곡 유통 구조의 개선 없이 실시한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매상 대부분이 영세상인들인 상황에서 5억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고 법인등록을 거쳐야 하는 시장도매인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40Kg이상의 쌀을 판매하는 소매상만 허가제고 20Kg 이하는 신고만 하면 판매할 수 있는 현행 제도로 인해 도매상은 물론 재래시장의 소매상들에게도 피해가 많다"며 "양곡 유통구조 및 판매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박회장은 또한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직거래도 중간 벤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싼 운송료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쇼핑몰 거래가 절대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롭다는 인식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농협중앙회 양곡유통센터의 이재두 사장은 "유통변화에 따른 양곡도매시장 침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양곡시장관리사업소의 김대영 차장도 "향후 양곡도매시장이 시장도매인제를 추진하든 현행상태를 유지하든 도매상들은 물론 거래하는 재래상인까지 윈-윈 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싸고 질 좋은 양곡을 제공하는 것이 근본적인 개선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하역비, 운송비 등은 갈수록 인상되는 악조건 속에서 유통 마진은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의 해결책은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양곡 유통 구조 개선과정에서 찾아야 하는 숙제인 듯하다.


#양곡유통#양곡도매#쌀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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