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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 최대 이변지라 불리는 경남 사천을 찾았다. 이변일까, 필연일까 그게 궁금했다.

 

선거는 구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느냐는 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는 운이 좋았다. 민주당 후보도 없었고, 친박연대마저 응원했다. 지지율 차이가 근소한 엇비슷한 경쟁 상대였다면, 그 차이를 운으로 메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총선 직전만 해도 이방호(한나라)-강기갑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30~35%였다. 보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5%로 줄어들더니 결국 178표 차로 이겼다.

 

무엇이 선거판을 이렇게 요동치게 했는가. 그 깊숙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천 승리의 주역들을 만나보았다.

 

"밑으로부터 파고들자"

 

조수현 사무장. 7년 동안 시내버스 운전을 하다가 2006년 10월부터 강기갑 의원 사천사무소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강기갑 의원 그림자 역할을 했던 이다.

 

"말도 마십시오. 이루 말할 수 없는 설움과 수모를 겪었습니다. 제가 처음 사무장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강 의원이랑 다니면서 인사를 하면, 악수는커녕 인사도 안 받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정치후원금 부탁하러 전화를 걸면, 강기갑은 절대 당선 안 될 거라며 거절하고. 다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지요. 지금도 그럽니다. 토종계란이 바위를 깼다고."

 

'오리지널' 한나라당 텃밭이었던 곳. 한나라당 말단 조직까지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곳. 이곳에서 어떻게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었을까.

 

"한나라당과 이방호 의원을 공격하는 방법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파고들자고 결심했습니다. 바닥 민심을 끌어내자, 농민 노동자들의 계급투표를 성사시키자는 게 우리의 전략이었습니다."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민주노동당 사천시위원회 위원장인 이정희 시의원의 말이다.

 

"강기갑 의원은 농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고 농업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 사람이라는 믿음, 민주노동당 사천시위원회가 그동안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며 쌓아온 신뢰가 우리의 무기였습니다."

 

 

마을로 찾아가 개최한 200번의 의정활동 보고대회

 

그들이 선거를 준비하며 첫 번째로 주력한 일은 마을로 찾아가는 의정활동 보고대회였다. 사천지역 400개 정도의 마을 중 200개를 방문해 의정보고를 하는 강행군을 진행했다.

 

"의정활동 보고대회가 법적으로 가능한 기간에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낸 겁니다."

 

보고대회를 조직하는 일을 도맡아 한 조수현 사무장의 자평이다. 그 다음 그가 쏟아놓는 사연도 눈물겹다.

 

"아마 한나라당 의원이었다면 손쉽게 수백명 강당에 모아놓고 보고대회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찾아가면 아예 도망가 버리고 없는 이장, 마을 방송도 안 해주는 이장, 마을회관 문을 잠가놓고 사라진 경우…. 갖가지 일들이 다 있었습니다. 일일이 한 집 두 집 찾아다니며, '어머님 아버님 좀 있다가 강기갑 국회의원이 와서 의정활동 보고를 하는 데 좀 들어보시지요' 하고 설득하고 손잡아 이끌고 차 태워 모셔오고, 그렇게 적게는 10명 많게는 30~40명 정도 모아놓으면 강기갑 의원이 와서 활동보고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농촌 어르신들 중에는 강기갑 의원 보러 갔다가 이방호 의원한테 밉보이면 어떡하나, 혹시 불이익이 없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의정활동 보고대회의 성과는 컸다. 민주노동당이 기초노령연금법을 제정한 것도, 친환경 국산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학교급식법을 개정한 것도, 무상의료를 진전시킨 것도, 영세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시킨 것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바쁜 사람 오라더니 먹을 거 하나 안 주냐?"고 불평하며 돌아가는 이도 더러 있었지만 "알고 보니 털보 국회의원이 참 많은 일을 했네"라고 칭찬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이정희 시의원은 "농촌 마을 구석구석까지 국회의원이 직접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주는 충격도 컸습니다"고 덧붙인다.

 

농협기술센터에서 해마다 하는 '정자나무 사랑방'이라는 영농교육이 있다. 강기갑 의원이 방문했는데 용치마을에서 온 젊은 부부 농민이 있었다. 강 의원은 "젊은이들이 다 떠나는 농촌에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 내가 꼭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6개월 후 약속을 지켰다.

 

한 번은 딸기하우스·묘목농사를 하는 농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젖소를 키우는 강 의원은 "우리 집에 소똥이 많으니 드리겠습니다"고 했고, 얼마 후 덤프트럭에 가득 실린 소똥이 배달됐다. "강기갑은 한 번 한 약속은 절대 지키더라"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먹을 거 안 주냐"고 불평하던 유권자들 "알고보니 털보가 일 잘했네"

 

강기갑 의원이 농민들을 만난 곳이면 어디서든 벌어지는 풍경이 있다. 보통 국회의원들은 악수하고 금방 떠나기 마련인데, 강기갑 의원 주변에는 농민들이 빙 둘러싸서 즉석 농업 토론이 벌어지는 것이다. 비료값 문제는 무엇이고, 재해보상법은 어떻게 되고 있으며,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이냐 하면서 국회의원과 농민들 사이에 생생한 의견들이 오간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기 시작하니 농사지은 채소 뜯어와 먹으라고 안겨주시는 할머니, 농민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워줘서 고맙다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났다.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가서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반갑게 인사를 받는 이들이 늘어났다. 비 오는 날에도 밤 11시가 넘도록 삼천포 술집을 다 돌아다녔다. 일곱 번 악수했다는 사람, 명함 모아놓은 것만 다섯 장이라며 더 이상 얘기 안 해도 다 안다는 사람도 만났다.

 

수줍어서 도망가는 사람도 쫓아가서 악수하는 강기갑 후보, 명함을 돌릴 때도 일일이 싸인을 해서 주는 정성스런 모습을 사람들은 기억했다.  "농민·농촌을 위한 국회의원이 한 명은 있어야지"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농민 선거 조직을 책임진 김봉균 사천농민회 전 사무국장은 "선거운동이 재미있었다"고 표현한다. 원래 수십 년 역사를 가진 한나라당 조직세가 있다 보니 농협도 보수적이고 젊은 농민들도 소극적이었는데, 이번 선거는 눈에 띄게 분위기가 좋았다는 거다.

 

"만나는 사람마다 찍어주겠다고 말하니까 재미있게 선거운동을 했지요. 4년 동안 농민들 피부로 와 닿게 의정활동을 한 성과구나 여겼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서 진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출구조사에서 10% 차이난다 했지만 차분히 기다렸습니다."

 

 

발전소 사유화 막으려면 강기갑 의원이 돼야

 

"사천시민의 승리이자 우리 조합원들의 승리입니다."

 

발전노조 삼천포화력지부 강수현 지부장도 자긍심이 서려있는 목소리로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 5%대로 격차가 줄었다가 막판에는 3퍼센트까지 좁혀졌습니다. 투표율 고려하면 750표면 이기는 거다, 협력업체까지 합쳐 발전소에서 일하는 직원이 총 1200명이니까 우리가 당락을 결정한다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강수현 지부장은 전조합원 간담회를 연속적으로 진행하고, 비조합원들도 일일이 다 만났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부장이 말 안 해도 다 안다. 발전소 사유화 막으려면 강기갑 의원이 되어야지."

"우리 부친이 '찍을 사람 없어 투표 안 할 거다' 하는 거, '한나라당이 당선되면 발전소 민영화되고 그럼 저 잘립니다, 꼭 투표하셔야 합니다'라고 설득했다."

"마산에 있는 딸한테 사천에 와서 투표하고 가라고 신신당부해 놓았다. 걱정 마라."

 

상대적으로 강기갑 의원이 열세였던 삼천포지역에서도 발전소 사택이 있는 벌용동 4투표구는 강 의원 표가 더 나왔다. 

 

사천군과 삼천포시로 있다가 95년 사천시로 통합되면서, 작은 지역감정이 형성됐다. 불 꺼진 항구로 변해가는 삼천포의 박탈감은 더 커져갔다. 이방호 의원이 삼천포 출신인데다, 여당 실세니까 삼천포 발전을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다수 여론이었고, 사실 총선 후에도 그러하다. 타지역에서 '사천'이라 하면 삼천포를 포함한 사천시 전체를 말하는 거지만, 사천에서 '사천'이라 하면 삼천포를 뺀 지역을 말하는 거다.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조합원들은 당선을 반신반의했다. '이방호의 아성, 한나라당 텃세가 있는데 정말 당선될까?' 하지만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조합원들은 작은 힘이 모이니까 정말 큰 힘이 되는구나를 실감하고 자신감이 커졌다고 한다.

 

일반노조 조합원들의 헌신적인 선거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사천지역에는 일반노조 하수종말처리장지회, 사천휴게소지회 등 지방자치단체와 관련이 있는 사업장이 많다. 사천시청이 원청회사 격인 하수종말처리장의 경우 작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에서 함께 하고 있다. 현역 시의원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사천시위원장과 제갑생 시의원의 도움이 컸다.

 

"민주노동당에 감동한 조합원들이 하나둘 가입을 해서 이제 조합원의 90%가 당원입니다. 그동안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총선에 나섰지요. 연고자 지지카드를 작성하고, 근무 끝나면 같이 돌아다니며 선거운동하고. 설마 되겠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결과가 나오자마자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지회 투쟁과 총선을 분리하지 않고, 총선에서 이기는 게 우리 투쟁이 잘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수종말처리장지회 서의제 사무장의 말이다.

 

승리를 결정지은 두 번의 분기점

 

"당선돼도 기적이고 안 돼도 기적이다."

 

강기갑 후보와 조수현 사무장이 선거운동 기간에 나눈 말이다. 이기기에는 한나라당 텃세가 너무 강고하고, 민심을 보면 질 수도 없었다. 이정희 시의원은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기면 사람들이 돌아섭니다. 그게 당락을 결정하는 거죠. 산으로 보였던 이방호가 무너질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이 확산되는 두 번의 분기점이 있었습니다"고 말한다.  

 

두 번의 분기점. 첫 번째는 3월 8일 사천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총선승리 필승 결의대회'였다. 이 날 1500명이 참가했다. 이번 선거에서 57.7%의 높은 투표율에 득표율 47.12%로 당선된 강기갑 후보의 득표수는 23,864표였다. 1500명이 사천에서 얼마나 엄청난 동원력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사천실내체육관으로 향하는 버스가 증편되기도 했다.

 

"당원, 민주노총 조합원, 시민단체만으로는 그만큼 안 됩니다. 마을회관·경로당에서 강기갑 의원을 만났던 어르신들까지 찾아오신 거죠."

 

당원들 말고는 초대장을 보낼 수 없는 선거법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그 만큼 모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을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더라. 강기갑이 일낼 수도 있겠다"는 소문이 삼천포까지 퍼져나갔다.

 

여세를 몰아 지지자카드 작성운동을 벌여나갔다. 사천은 당원이 총 250명밖에 안 된다. 그것도 지난 4년 동안 다섯 배가 늘어난 숫자다. 그런데 당원들과 선거운동원들이 제출한 카드는 6천장이 넘었다.

 

 

두번째 분기점은 3월 말 여론조사 결과였다. 5%대로 격차가 줄어들자 그 동안의 "설마 당선이 되겠나?"란 분위기에서 "이젠 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지율을 봐왔기 때문에 남은 기간 역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때부터 색다른 내용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이 풀리는 걸 막아야 합니다. 그것만 막으면 당선할 수 있습니다."

 

각계각층에서 금권선거에 대한 걱정과 조언이 쏟아지던 4월 4일, 지역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금권선거 추방, 공명선거 실현을 위한 감시단 활동'을 공식 선언했다. 전농 소속 농민 50여명도 감시단 활동을 위해 모여들었다. 이들은 곳곳에서 감시의 눈을 번쩍였고, 의심이 나는 차량은 적극적으로 따라 붙었다. 그런 노력 때문이었을까. 특별히 금권선거는 포착되지 않았다.

 

"당선시켜줬으니 잘 하이소"

 

강기갑 의원이 당선된 후의 사천의 민심은 어떨까.

 

"얼마 전까지는 진주 옆에 사천이었는데, 지금은 사천 옆에 진주라고 한다."

"삼천포 터미널에서 만난 사람이, 강기갑 의원이 당선된 사천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무턱대고 내려왔다고 하더라."

 

특별한 상품이 없었던 사천의 히트상품 '강기갑'에 관련된 이야깃거리는 넘쳤다.

 

그러나 다른 면도 있다. 협박 아닌 협박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당선시켜줬으니 잘 하이소. 잘못하면 4년 후에는 똑 떨어질 테니."

"삼천포 발전은 영 글러먹었다. 아무려면 여당 실세가 돈을 끌어와도 더 끌어오지 투쟁만 하는 민주노동당이 뭔 발전을 시키겠노."

 

심지어 "이방호 정신 차리라고 표 몰아줬더니만 강기갑이 정말 당선될 줄은 몰랐다"는 시민도 있다. 사천에서의 민주노동당 지지율 23.4%와 강기갑 후보 지지율 47.12%의 격차가 보여주듯,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표가 모아져 극적인 당선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요구도 다양하다.

 

"작년 강기갑 의원의 노력으로 2년이나 방치됐던 국도 3호선 공사 예산을 확대 편성해 공사를 진척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사천지역 주요 현안 중 하나였거든요. 지역개발 예산확보와 관련해 당 차원의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지역구 의원을 향한 민원, 사업요구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반면 당은 아직 지역·부문별 조직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보니, 요구를 조절할 단위도 없습니다."

 

이정희 시의원은 현황을 설명하며 "지역·부문별 조직을 꾸리는 사업부터 시작하겠다"고 한다.

 

"이제 지역에서 선출해줬으니 지역을 위해 돈 많이 끌고 오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힘도 써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입법을 하고 지역주민뿐 아니라 전체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갑생 시의원의 고민어린 발언이다.

 

오만한 정치를 심판한 사천 시민의 당당함

 

강기갑 후보 공식선거대책본부 평가서의 첫 문장은 "사천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선거를 책임졌던 일꾼들의 입에서도 "민주노동당의 승리, 강기갑의 승리"라는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민심이 천심""사천 시민의 승리"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됐다. 오만한 정치를 심판하고 위대한 승리를 일군 사천시민은 당당했고, 스스럼없이 요구하는 것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취재 도중 삼천포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신선한 해산물이 주종을 이루는 반찬에 감탄하는 기자에게 이정희 시의원은 이런 비유를 했다.

 

"삼천포에서는 식당주인도 손님도 싱싱하지 않는 해산물을 한 눈에 알아봅니다. 함부로 내놓을 수가 없죠. 정치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사천 시민은 '민심의 힘'을 보여줬고 강기갑 의원은 '섬김의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늘 싱싱한 해산물을 준비하는 긴장감과 자존심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강기갑은 한 번 한 약속은 절대 지키더라"는 지금의 입소문이 4년 후에는 사천 시민 전체의 평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기갑 의원 당선에 발 벗고 나선 태안 주민들의 이야기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 소속 주민 9명은 사람들이 많은 일요일을 택해 4월 5일 밤 태안을 출발했다. 충남에서 경남까지 밤새 달려 4월 6일(일) 아침 7시부터 늦은 밤까지 사천지역 모든 시장을 돌며 선거운동을 했던 그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태안투쟁위원회 강상우 부위원장은 삼천포를 고향으로 둔 데다가 같은 강씨라서 고향 친구, 일가친척 모두에게 지지를 부탁했다. 그는 사실 한나라당 지지자였다. 강 부위원장은 "저는 강기갑 의원이 한나라당이면 한나라당을, 민주당이면 민주당을 밀었을 겁니다"고 말한다.

 

그도 다른 삼천포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삼천포 발전을 위해서는 이방호 의원이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상우 부위원장은 "삼천포를 위해서는 이방호가 나을 수 있어도 대한민국 국민, 노동자 농민을 위해서는 강기갑이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논리로 주변을 설득했다.

 

"다른 국회의원들은 삐까삐까한 차타고 고급 옷 입고 다니는데, 강기갑 의원은 대통령 취임식한다고 외국사절단 오는 날까지도 국회 앞에서 두루마기 입고 단식했습니다. 자기도 체면이 있는데 그게 국회의원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거든요. 5000만원짜리 집 팔아서 선거운동자금 마련하는 국회의원이 어디 있습니까. 강기갑 의원이 단식하는 모습, 그 열악한 몸으로 한미FTA·태안특별법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감동을 받았어요. 다른 국회의원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강기갑'이라는 이름 석자가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이런 사람이 10%만 있으면 돈 없는 사람들이 큰 도움 받겠다, 정말 뭔가 하나라도 보답을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내려와서 사천사람들 손잡고 때로는 1분, 5분, 10분씩 열변을 토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쟁위원회 이주석 사무국장의 첫 마디도 "저는 사실 민주노동당 무척 싫어했습니다"였다. 그는 1월 18일 태안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 심상정 의원 등이 왔을 때 연설순서를 배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겨우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국회에 올라가 강기갑 의원을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바뀌어갔다. 민주노동당을 '빨갱이 정당'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서민을 위한 정당이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그는 태안 주민들의 마음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당의 의원들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의 헌신과 희생, 노력과 봉사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태안 사람들끼리 약속했습니다.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꼭 보답하자고."

 

이주석 사무국장은 한 마디로 "인간 강기갑에게 감동받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사천 시민들을 만나 "강기갑 의원은 사천의 자랑일 뿐 아니라, 전 국민의 자랑입니다"고 호소하고 다녔다. 3월 8일 총선승리 필승대회에도 먼 길을 달려와 참석했다.

 

태안투쟁위원회 강상우 부위원장과 이주석 사무국장은 "178표차로 이기니까 우리가 한 활동이 도움이 돼서 승리한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노동세상 5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기갑, #민주노동당, #사천,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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