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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려고 한다. 이것은 어쩌면 광우병에 걸린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쇠고기야 안먹으면 그만이지만 병원에 안가고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당연지정제가 무엇인지 알기는커녕,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려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총선에서도 이슈화되지 못했고 주요 언론에서도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는 무능하고 언론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4월 25일 금요일, 마포FM의 시사방송 '100.7 시사집중 오늘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유혜원 건강연대 정책국장과 전화 인터뷰가 있었다.

 

-MC 이웅장(이하 이웅장):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무엇인가요?

유혜원 건강연대 정책국장: "현재 국민들이 병원이나 약국 등을 이용하실 때 (의료보험 이용에) 제한이 없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가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지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의료기관, 병원이나 약국 등이 설립이 되면 전부 다 건강보험에 적용을 받아야 하고 당연히 건강보험증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전국에서 어떤 병원을 이용하더라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요양기관 계약제'라고 해서 건강보험을 관장하는 건강보험관리공단과 계약을 맺은 병원에서만 건강보험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분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증을 가지고 만약에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이 안 된  병원을 찾아가면 건강보험증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 당연지정제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제도가 폐지되면 경쟁을 통해 의학수준이 발달하고 의료서비스가 오히려 발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은 당연지정제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요?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어떤 결과가 예상이 되나요?

"당연지정제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의료서비스 선진화 이런 얘기를 하는데, 선진화의 내용은 고급 의료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을 일부 계층에게 주자, 이런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얘기는 조금 더 잘 사는 사람들이나 이런 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그들의 주장은 일부 몇 개 병원이라도 건강보험과 관계를 맺지 않는 병원을 허용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은 특수병원, 고급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계층을 위한 제도입니다. 당연히 그런 병원은 시설이 고급화될 수밖에 없고 비용 자체도 상당히 높게 책정될 것입니다."

 

-서비스 부분에서 더 좋아지는 것은 맞는 것인가요?

"그런데 그 '서비스'라는 부분이,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병원에 있어서 외관이라든가 시설에 있어서의 고급화를 서비스의 격차라고 보면 안 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의료기술이나 의사들의 의료수준이 상당히 높은 상태입니다. 지금 생각하기에 외부적으로 좋다는 병원들은 시설이 상당히 그럴듯하고 서비스 자체가 고급화되어서 1인실 병원이라든가 식당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든가, 이런 것으로 판단하게 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죠."

 

-의료실을 고급화하면 입원비를 더 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그렇죠. 그래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공단하고 계약하지 않는 일부 병원이 생기게 되면 그런 병원들은 고급 서비스를 지향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세금처럼 내는 건강보험료를 받고 운영할 수는 없겠죠. 그러다보면 별도의 아주 고급의 민간 의료보험들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민간의료보험도 상당히 비싸게 책정될 것입니다. 외국의 예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당연지정제 폐지는 아주 고급의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고급병원들이 허용되는 토대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국민들과 이용하지 못하는 국민들, 이렇게 양극화 되는 현상들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건강연대나 기타 시민단체들은 당연지정제를 폐지했을 경우 이익이라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을 대리해서 병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요양기관 계약제를 하게 되면, 국민들이 힘이 아주 세고 계약의 주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힘이 있을 경우에는 의료기관과 계약을 하는 사이에 아주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공공병원이 10%도 안 됩니다. 나머지는 전부다 민간 병원입니다. 그러다보니까 공적으로 병원들이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갈 수 있는, 견인할 수 있는 제도 자체나 인프라 자체가 상당히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 하나만 가지고 일정 정도의 공공성을 담보하면서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그러한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계약제로 돌린다고 했을 경우에 국민들에게 유리하게 (의료제도가)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상당히 시기상조라는 생각입니다. 만약에 이런 것들(당연지정제 폐지)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만 한다면, 그럴 수 있는 토대는 사전에 일정 정도 의료 공공성이라고 하는 것들을 끌어갈 수 있는 공공병원의 인프라가 좀 더 확산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을 통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장률'이라고 하는 것이 거의 반이 조금 넘어가는 60% 수준입니다. 이 보장성도 획기적으로 확대가 된 이후에나 이 부분(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도입을 고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시민단체와 보건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식코>)도 있는데요. 돈이 없으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건강보험을 어떻게 운영을 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하는 것들이 영국 같은 경우에는 거의 60에서 100% 정도의 수준이고, 하물며 아까 말씀하신 <식코>의 배경이 되는 미국 같은 경우에도 30% 이상은 됩니다. 저희는 아까 말씀 드린 대로 10% 수준인 것이고, 보장성이라고 하는 것도 다른 나라는 '필수의료'(일반의료에서 고급의료,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것)-아프기 때문에 당연히 진료받아야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거의 건강보험에서 커버해주고 있기 때문에 거의 80% 이상의 보장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의료비 지출이라는 면에서만 놓고 보면 OECD 국가들 중에 상당히 많은 의료비를 투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의료수준이 상당히 낮은 상태입니다. 개인이 지불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서 국민이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 봐요 식코"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강창구 건강연대 운영위원장,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 천영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전병덕 민주노총 부위원장
"함께 봐요 식코"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강창구 건강연대 운영위원장,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 천영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전병덕 민주노총 부위원장 ⓒ 보건의료노조

-우리나라가 30%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건강연대 측에서는 제도 폐지에 대해 찬성을 하시겠다는 건가요? 시기상조라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검토가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구요, 제도라고 하는 것은 그 제도를 시행하는 사회 상황이라든가 이런 것에 따라 상당히 긍정적으로 내지는 독으로 나타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일반 서민 입장으로서 당연지정제 폐지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의료양극화나 의료비를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가기가 쉽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논의할 가치가 없는 문제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의료=산업'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자율경쟁을 통한 의료 산업 선진화',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의료와 관련해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부분은 딱 두 가지입니다. 자율경쟁을 통한 의료 선진화를 추진하기 위한 실질적인 과제로 얘기한 것은 병원의 영리법인화,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입니다. 이것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당연지정제 폐지와 연관이 있습니다.

 

물론 국민들 생각에 '지금 병원들이 전부 다 영리화 되어있는 거 아니냐' 하고 얘기하실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비영리이고,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창출한 이윤 자체를 타 산업으로 전용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에 의료산업에 재투자해서 의료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것을 비영리 법인화하면 '주식화 병원' 같은 경우도 가능해집니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그런 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의료기관들이 영리행태를 많이 보이고 있는데 더 강화될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민간보험 같은 경우도 국민의 거의 세대별로나 반 이상이 한 개씩 들고 있고 그 액수도 어마어마합니다. 건강보험의 재정에 맞먹을 만큼의 비용을 민감보험에 투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현재 민간보험 시장이 (건강보험에 막혀)상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당연지정제 폐지를 통해서 이런 민간의료보험의 좁은 시장들을 개척하려는 흐름들이 보험사를 통해서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보험 활성화,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 민영화' 정책의 패키지인 것이며 그 결과는 아까 이야기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시면 충분히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의료 민영화가 국민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론과 정치권은 지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인거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좀 말씀해 주세요.

"이것은 그쪽(언론, 정치권)에 물어보셔야 하겠습니다. (웃음) 의료를 일부의 '시혜' 아니면 개인적으로 이용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라고 이해하고 있었던 데서 오는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공기를 마시듯, 그리고 밥을 먹고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만 생활이 가능하듯이 병을 고치는 부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필요에 따라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기본적 의식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권리의식이 없기 때문에 정책 입안하는 사람들도 그런 식의 제도를 만들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부족한 것이고 바로 이 '의무감 부족'에서 생긴 일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 그리고 국민들이 권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고취하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방송 내용은 http://www.mapofm.net/bbs/board.php?bo_table=sisa_radio&sca=&wr_id=47 에서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당연지정제#건강보험#건강연대#식코#의료보험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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