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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물가 상승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라면 값이 100원 인상할 거다' '계란·밀가루 원자재 값이 올라 치킨 가격도, 피자 가격도 모두 올랐다' '서민들 생활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등 끊임없다.

연이은 기사의 향연은 여름이면 덥다고 난리고, 겨울이면 춥다고 난리인 언론의 단순한 습성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50원짜리 알사탕이 100원이 되는 그 순간에도 이렇게 목이 '턱' 하고 막혀오지 않았다(물론 경제가 뭔지도 잘 몰랐던 어린 시절이지만). 그렇다고 가정을 꾸려가는 주부·직장인들만 물가 상승을 느끼는 상황도 아니다. 철없이 부모님께 용돈 받는 대학생마저 급격히 오른 물가에 추위를 느끼고 있다.

100원, 500원 인상이 모여 몇 천원 몇 만원 되네

농심이 오는 20일부터 주요 라면과 스낵 제품 가격을 100원씩 평균 11.3% 인상한다고 밝힌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사고 있다.
 농심이 오는 20일부터 주요 라면과 스낵 제품 가격을 100원씩 평균 11.3% 인상한다고 밝힌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사고 있다.
ⓒ 연합뉴스 서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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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생활 3년 차, 나는 물가 상승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자취를 시작하고 처음 장을 볼 때는 어떤 게 비싸고 어떤 게 저렴한지 몰랐다. 그저 가격표에 적혀있는 가격이 최적의 가격이라 믿었다.

시간이 흘러 장보는 지혜가 생기면서 어떤 채소가 좋은지 알게 되었고 가격은 그램(g)이나 개수 단위로 계산하는 게 합리적임을 깨달았다. 매주 한 번씩 이루어지는 나의 '장보기'에 폭풍이 불어닥쳤다. 그것도 아주 거세게. 게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지난 2월 설 연휴 마지막 날, 비워진 냉장고를 채우러 애용하는 마트로 향했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 채소 값이 100% 육박하는 인상률을 보였다. 나만 그렇게 느꼈나 싶었는데 내 옆을 지나가는 한 아주머니가 혀를 내둘러 치셨다. "왜 이렇게 비싸? 왜 이렇게 비싸?" 연신 이 말을 내뱉었다. 이 때부터 내 장바구니에 바람이 몰아쳤다.

장을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 포장마차를 보고 또 다시 눈이 커져 버렸다. 어라? 포장마차에 '공고문'이라니? 내용인즉, 식재료 값이 올라 5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후 나는 2000원이던 떡볶이·순대 등이 2500원이 된 메뉴판을 보고야 말았다. 이뿐이랴. 4개 1000원 하던 붕어빵은 3개 1000원으로 바뀌었다. 겨울이면 동생과 하나씩 먹고도 남았던 붕어빵이 이제는 한 가족이 먹기에도 부족한 양이 되어버렸다니.

흰 요구르트여 안녕~

시간이 흐르고 흘러, 꽃피는 춘 3월이 되었지만 물가 안정의 봉우리는 보이지도 않는다. 요즈음은 매주 마트를 갈 때마다 뒤통수 맞는 기분이다.

지난 주에 두부 값이 150원 올랐다. 그깟 150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매일 먹는 흰 요구르트도 200원, 나머지 물품들도 몇백원씩 올랐다. 몇백원들이 모이니 꽤 돈이 부풀었다. 결국 난 흰 요구르트보다 저렴한 황색 요구르트를 먹기로 했다. 10년간 지속되었던 흰 요구르트와의 인연은 200원을 이기지 못하고 그렇게 끝났다.

어떤 순간보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신속 정확한 듯하다. 작년 3월 아이스크림 담합이 적발된 뒤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년이 지났지만 가격은 여전히 그대로다. 정상가로 되돌리는 데는 1년의 시간도 역부족인 것처럼 보이는데 물가 인상은 참 쉬워 보인다.

물가 인상은 배 채우는 문제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머릿속을 채우려 하니 여기서도 물가 인상이 나에게 손을 건넨다.

두 종류의 신문을 구독하는데 다음 달부터 각각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한단다. 한 달에 2만4000원이던 신문 구독료가 3만원이 된다. 숫자 2와 숫자 3의 느낌은 뭔가 달라도 확 다르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데 이걸 꼭 구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영화 관람요금'도 오른다는데 도대체 안 오르는 건 무엇일까?

정말 '희망'소비자가격이 있었으면...

전국 대학생 교육대책위 학생들이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이명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들에게 연행되고 있다.
 전국 대학생 교육대책위 학생들이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이명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들에게 연행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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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중 '등록금'만큼 강한 종목이 있을까 싶다.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학생들은 대개 12학점에서 15학점을 듣는다. 친구들 역시 저 정도의 학점을 수강한다. 12학점을 수강하면 보통 3학점짜리 4개를 수강할 수 있다. 이렇게 따지면 하나에 약 120만 원짜리 수업을 듣는다는 말이다. 돈 없는 사람은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쥘 수도 없겠구나 싶다. 아니면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쟁이 신세로 사회로 나가거나.

대학생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이 취업한다고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집값도 오르고, 식품 값도 오르고,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의식주 값이 모두 오르고 있으나 임금은 이를 든든히 받쳐주지 못한다.

기업들은 이 때다 싶어 다 같이 올리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소비자들이 이러다 말겠지, 예전에도 그랬듯이 조금만 참으면 다 적응하겠지 하는 생각보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건지, 어떤 주기로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지 조금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포장지에만 '희망소비자가격'이라고 표시하지 말고 정말 희망소비자가격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식(학교 식당 밥)만이라도 가격을 안 올렸으면 좋겠다. 3000원짜리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학교 식당은 이제 사라졌다. 다시 가격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 놈의 물가 상승은 언제 끝을 맺을까? 옷장에는 드라이크리닝해야 할 겨울옷들이 한 무더기인데 세탁비도 올랐겠지? 올라도 조금만 오른 상태이길.


태그:#물가 상승,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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