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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올해는 무자년 '쥐해'다. 그러다 보니 쥐에 대한 기사들이 실리곤 한다. 세계에는 수많은 쥐 종류들이 살고 있고, 허름한 내 방에도 두 종류가 살고 있다.

올해 신문과 방송에서 뜨는 쥐 종류 가운데 '사향쥐'가 있다. 'muskrat(머스크랫)'을 직역한 것이 사향쥐인데 보도된 내용이나 포탈 사이트 소개에 잘못 올라 있거나 부정확한 내용이 있기에 바로 잡고자 한다.

[1] 사향쥐의 학명은 Ondatra zibethicus(온다뜨라 지베씨꾸스)이다. 예전의 학명은 Soncus murinus(손꾸스 무리누스)인데 사향쥐를 검색해 보면 이 학명이 더러 눈에 띈다. 사향쥐라 하지 않고 사향뒤쥐로 소개된 책자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뒤쥐나 땃쥐 따위 땃쥐과 짐승들은 앞니가 자라나는 쥐류가 아니다. 녀석들은 고슴도치나 두더지 따위 식충류에 딸린 종류들이므로 사향뒤쥐로는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관련자료 : <아카데미 동물대백과> 5 소형초식동물 편)

[2] 물과 뭍에서 사는 물뭍살이 짐승으로 녀석들이 주로 먹는 것은 물풀이다. 그런 까닭으로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소개(네이버 백과사전 '사향쥐'http://100.naver.com/100.nhn?docid=704756)되어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향쥐는 본디 미국을 비롯한 북미에서 사는 짐승으로 19세기에 유럽으로 들어왔는데 유럽에서는 아주 해를 많이 끼쳤다. 녀석들은 물 속에 젖은 갈대나 물풀들을 말아서 둥지를 만들어 물에 띄워 놓고 사는데, 그뿐만 아니라 저희들이 살기 위해서 사람들이 만든 둑에 구멍을 내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향쥐는 물풀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밭에 심어놓은 푸성귀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물새들이 낳은 알들도 잘 먹고, 기회가 되면 물고기들도 잘 먹는다. 그러니까 녀석들이 물풀을 먹고 산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무엇보다도 물가에 사는 다른 동식물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3] 사향쥐는 본디 구대륙에 살던 종류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살지 않는다. 몇 해 전에 어느 사육업자가 들여와서 증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 "새해엔 ‘황금’ 많이 낳을게요")에는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살았던 종류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이는 잘못이다.

[4] 이들 사향쥐가 세계 여러 나라에 발견되고 있는 것은 사향쥐의 털가죽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새끼치기를 해서 가죽을 얻으려고 러시아,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북한에도 우리나라보다 앞서 들여갔다.

따라서 이들은 여러 나라 곳곳에서 풀려나 자연 상태로도 발견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들여왔고, 신문과 방송에도 별로 문제 의식 없이 소개되었으니 앞으로 우리나라 습지에서도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향쥐보다 선배격의 들온종이 있다. 이미 들여와서 소벌늪에 퍼져서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뉴트리아((<매일신문> 기사 <생태계 교란 뉴트리아 우포늪 대량서식 '비상'>)다. 이녀석들도 사향쥐처럼 이용가치 때문에 들여온 종류였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싶다. 

[5] 우리나라에 사는 짐승 가운데 사향노루가 있다. 사향노루의 사향은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향쥐 역시 그 이름 때문에 사향쥐에서 나오는 사향이 사향노루의 사향 못지않게 가치로울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사향쥐의 사향에 주목한다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보다 한참 앞서서 사향쥐를 들여간 유럽과 일본은 물론이고, 본디 사향쥐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만약 사향쥐의 사향이 그처럼 가치롭다면 우리보다도 앞서 사향쥐를 길러온 다른 나라들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잠잠할 까닭이 있겠는가?

끝으로 황소개구리나 뉴트리아처럼 들온종이 우리나라에 풀려나서 문제가 되는 것도 걱정이지만 그에 앞서 혹시라도 쥐해에 높은 가치를 지닌 짐승이라는 솔깃한 소식들에, 순진한 농민들이 이들 사향쥐를 여러 마리 샀다가 판로를 찾지 못해서 낭패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 자료]
1. 아카데미 동물대백과 5 소형초식동물 편
2. 네이버 백과사전 '사향쥐'
3. <조선일보> 기사 <"새해엔 ‘황금’ 많이 낳을게요">
4. <매일신문> 기사 <생태계 교란 뉴트리아 우포늪 대량서식 '비상'>
5.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쥐띠해 '명품 사향쥐'>
6. 한국동식물도감 제7권 (포유류)
7. The International Wildlife Encyclopedia Vol.12

덧붙이는 글 | 이글은 물살이(mulsari.kr)에도 올립니다.



태그:#사향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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