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교단독 조리장에 조리한 음식을 교실에서 교사의 도움을 받아 급식 당번들이 위생복을 갖춰 입고 배식하고 있다. 후쿠오카 메이호쿠 초등학교.
 학교단독 조리장에 조리한 음식을 교실에서 교사의 도움을 받아 급식 당번들이 위생복을 갖춰 입고 배식하고 있다. 후쿠오카 메이호쿠 초등학교.
ⓒ 한중권

관련사진보기


지난 12월 경남교육청에서 마련한 4박 5일 동안의 학교급식 담당공무원 일본 연수에 경남교육청 급식점검단 단원의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제한된 시간과 여건으로 여러 곳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학교급식에 관심을 가지고 급식점검단 활동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급식과 우리나라의 급식을 견주어 보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본 야마구치 현, 후쿠오카 현 학교급식 센타와 초 , 중학교를 방문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지산지소’ 였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신토불이다. 식재료 품목과 예산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공급받기도 하지만 가까운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공급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계획 재배가 쉬운 품목인 시금치, 고구마 따위는 계획 생산을 하고, 수량이 많이 나는 것은 정해진 규정을 통해 재배된 채소들을 입찰을 통해 구매하고 있었다. 야마구치 현의 경우, 지역에서 제 때 나는 신선한 야채를 공급하고 3년 이내 지역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공급하는 비율을 5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 농산물을 학교 급식으로 공급하는 비율 50%가 목표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지역특산물을 학교급식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하고 있는 친환경 급식, 거창에서 나는 사과를 학급급식에 사용하거나, 일부 생활협동조합 등에서 ‘로컬푸드’ 라는 이름으로 소규모로 운동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대다수 지역에서는 학교 급식에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저농약 또는 무농약으로 재배된, 산청 산나물, 함안수박, 김해 유기농채소, 밀양 깻잎과 딸기, 진영 단감, 거창 사과, 함양 잡곡을 학교급식으로 직거래 하는 일을 검토 해 볼만하다.

일본의 지산지소는 수십 년 동안 학교급식을 체계적으로 연구 관리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구마모토 현 카미 초등학교는 지산지소 시범학교로 지정되어 아이들에게 식·농 교육의 일환으로 직접 야채를 길러 급식에 활용하기도 하고,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서 지역 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산지소 사업이 가정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학부모 교육을 하는 등, 식재료 구매를 단순하게 급식에 관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지역경제와 교육으로 연계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지역에서도 표준 식단제를 만들어 계획 생산을 하고, 공동구매를 통해 식재료를 구매를 하게 되면 지산지소를 통해 농어촌도 살리고, 신선한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예측한 계획 생산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그러기 위해서 우선되어야 할 것이 표준 식단제를 만들고 공동구매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급식지원 센타를 설립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본의 급식은 품질 검사가 철저하고 체계적이다. 업체를 통해 식재료를 구매하더라도 납품업체에서 기본적인 위생 검사가 이루어진다. 학교급식 센타에서 식재료를 구매해서 단독 조리하는 학교에 공급하거나, 음식을 조리해서 학교에 공급할 경우에는 급식 센타에 물자선정위원회를 따로 두어 식재료의 맛이나 재료의 신선도를 정기적으로 검수를 해서 식재료를 구매하고 있었다. 또 영양사를 학교에 정기적으로 파견해서 맛이나 신선도를 조사하도록 해서, 식재료 납품업체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본적인 규정을 지키지 않은 식재료 납품업체는 아예 발붙이기 힘들게 만들었다.

일본의 급식은 품질 검사가 철저

소고기 유전자 검사 이외는 제대로 된 검사 체계가 없는 우리나라와는 식재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많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급식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식재료와 위생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학교급식에 들어오는 식재료 만큼 일정한 규정을 정해서 정기적인 위생검사, 잔류농약검사를 할 수 있는 도 단위의 ‘농식품검사 센타’가 필요하다. 공산품에 대해서는 군납처럼 식재료에 ‘학’ 자 마크를 부착해서 학교급식 식재료를 차별화함으로써 식재료의 신뢰성을 높여 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초·중학생만 학교급식을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급식을 하지 않는다. 고등학생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성장 연령이 지났고, 먹을거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성인으로 인정해서 점심도시락을 직접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점심, 저녁을 학교급식으로 해결하는 모습과는 차이가 난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이유로 고등학교에서 급식을 하지 않는다면 학생은 어떤 생각을 하고, 학부모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반응이 궁금했다.

일본은 초·중학생이 보통 한 끼 당 230엔에서 250엔 정도 식비를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식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일본은 학부모가 내는 급식비가 모두 식품비로 지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 끼 당 1600원에서 2500원하는 식비 중에 조리종사원의 인건비, 운영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순수한 식품비가 적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급식의 질이 일본에 비해 부실해 질 수밖에 없다. 도 교육감선거 때 공약으로 무료급식을 내세우기도 했는데 무료급식보다는 이런 방법이 급식의 질을 높이는 데는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초·중학교 급식은 일주일에 다섯 번을 한다. 야마구치 현의 경우 세 번은 주식인 밥을 주고, 두 번은 빵이나 또는 분식류을 주고 있다. 때에 따라 학생들에게 세계의 맛을 접한다고 한국의 비빔밥 또는 유럽의 대표적인 음식을 급식에서 제공하기도 한다. 나라마다 음식에 대한 문화와 관습이 다르긴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학교급식으로 빵을 준다면 학부모의 반응이 어떨까 싶었다. 아마도 집에서는 피자나 통닭으로 한 끼를 때워도 급식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다.

일본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우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현에 따라 학교급식에 우유만 제공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후쿠오카 현 메이호쿠 초등학교에서 만든 빵을 먹게 되었다. 그 빵은 지역에서 생산된 밀로 만들고 햄버거 같은 빵에 넣어 먹는 소스도 주재료를 콩으로 만들었다.

수입산 밀가루가 대부분 차지하는 우리와 분명히 달랐다. 우유도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친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제공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도록 조리하는 것도 좋지만 급식을 통해 건강을 함께 생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초등학교 낮은 학년은 식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빵, 빵에 넣 어 먹은 콩으로 만든 소스, 떠먹는 요구르트, 우유, 나물이 전부 다. 후쿠오카 메이호쿠 초등학교 급식 모습.
 초등학교 낮은 학년은 식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빵, 빵에 넣 어 먹은 콩으로 만든 소스, 떠먹는 요구르트, 우유, 나물이 전부 다. 후쿠오카 메이호쿠 초등학교 급식 모습.
ⓒ 한중권

관련사진보기


초등학교에서 만든 빵을 급식으로 주기도...

우리나라에서도 급식으로 우유를 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초코나 바나나 우유처럼 맛을 낸 우유는 잘 먹지만 흰 우유는 잘 먹지 않아 선생님과 곧잘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미각으로만 음식을 먹는 요즈음 아이들의 식습관이 급식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후쿠오카 메이호쿠 초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에게 급식이 제공되기 전에 먼저 시식을 하고 확인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아이들 입맛과 어른들의 입맛이 다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학교급식이나 일반적인 음식이나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먹는 음식이 구분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급식에 대한 노력의 흔적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야마구치 현에서는 부루커리와 중국 채소를 결합시켜 새로운 종자로 만든 ‘하나꼬리’라는 야채를 식재료로 공급하면서 영양교육 시간에 하나꼬리 의 영양가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또 후쿠오카에서는 새롭게 지은 학교건물에 영양교육실을 따로 두고 있었다. 영양교육실에서 설탕이 몸에 끼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토론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작년에 방문한 자료에 의하면 나가사키 현 하사미초 급식 센터에서는 그 지역에서 나는 도자기를 학교급식용 강화 도자기를 만들어 식기로 사용한다고 한다.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보다는 견고하지는 못하지만 미래와 교육을 위해서 적극 투자하는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 교육부에서 음료수가 청소년 건강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학교에 음료수 자판기를 철거하도록 한 예가 있다. 생각만 바뀌면 우리도 큰 투자 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급식을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급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육의 효과가 크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 식재료납품업자 그리고 급식관계자들이 각기 급식에 대한 동상이몽을 가지고 있는 한 제자리를 잡아가는 일본의 급식은 내내 우리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단지 기우이기를 바란다. 

급식의 교육적 효과

또 다른 특징으로 일본 급식에는 우리나라처럼 국물이 많은 음식이 적었는데, 이 역시 생각을 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데치거나 볶음을 해서 국물이 적다보니 아이들이 직접 배식을 해도 뜨거운 국물로 인해 화상을 입는 경우도 적을 것이다. 이것은 드러나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건강이 숨어있다. 짜고 매운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우리나라는 염분의 과잉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성인병으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음식 중에서도 국물 음식은 소금 섭취가 최고다. 거기에다 제 맛을 내기 위해 이런 저런 양념을 많이 사용한다. 어릴 때부터 소금섭취를 멀리하고 담백한 식습관을 급식을 통해 배운다면 그 또한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급식의 한 특징이라면 식재료의 검수나 선정에 있어 면밀한 검토를 거치는데 비해 표준식단을 마련해서 식단은 단순화 한다는 점이다. 후쿠오카 시 학교급식 센타에서는 하루에 세 가지 식단을 조리하는데, 세 가지 식단을 3일 동안 연이어 조리한다. 그래서 학교에는 3일 동안 다른 식단으로 나가지만 급식 센터에서는 세 가지 식단으로 3일 동안 조리함으로 식재료 원가 절감도 하고, 조리도 쉽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동 조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밥, 빵, 우유는 전문 업체에서 만들어 학교에 직접 배달하고 있어 조리원들이 해야 할 일이 적어 여유 있는 조리가 가능하다. 국처럼 복잡한 조리 방법으로 인해 우리나라 급식소의 노동 강도는 일본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음식을 만드는 조리실도 구조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식재료를 세척한 작업대 밑으로 물이 빠져 나갈 수 있는 배수로를 만들어 바닥에 물이 떨어지지 않는 건조방식으로 해서 바닥에 물기로 인한 습기를 차단하여 오염원을 없애고 있다. 조리장의 환기와 위생을 생각해서 공동조리장도 높게 지어서 방문자는 조리장을 위쪽에서만 볼 수 있게 되어있다.

튀김의 경우도 많은 양을 튀길 수 있는 튀김기계가 있고 조리한 음식은 벽에 설치된 온장고에 바로 보관해서 음식이 식는 것은 방지하고 있다. 대부분 공동 조리장에서는 두부 이외에는 칼을 사용하지 않고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급식소의 위상 상태는 좋으나 식재로 가공업체는?

우리나라는 학교급식소의 위생 상태는 좋은 편이다. 그러나 식재료를 가공하는 업체에서 전처리를 할 경우 칼 소독기도 없는 곳에서 전처리를 작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가공 업체도 급식 위생의 연장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학교 급식소에 오븐기가 없어 따끈한 조리가 힘들고, 예산이 없어 바닥에 배수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교실을 개조해서 만든 급식소에서는 환기가 되지 않아 여름철에는 더위와 싸우는 급식소가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시설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잘 먹고 잘 살고 싶어 한다. 잘 먹는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다. 배부르게 먹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잘 먹는다는 것은 좋은 것을 먹어서 건강하게 산다는 의미가 강하다. 일본은 나라 전체가 잘 먹는다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바람직한 급식은 대부분은 사회적인 인식과 함께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 학교 급식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을 잘 지킨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급식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생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건강은 나라의 경쟁력이다. 우리도 이제 학교 급식에 대한 인식을 더 크고 넓게 가져야 함을 일본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태그:#학교급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