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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청학교급식점검단은 2007년 하반기에는 평가 신청업체 10곳, 납품 을 많이 하는 업체 14곳을 방문했다. 육류가공업체를 방문하여 식재료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경남교육청학교급식점검단은 2007년 하반기에는 평가 신청업체 10곳, 납품 을 많이 하는 업체 14곳을 방문했다. 육류가공업체를 방문하여 식재료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한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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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른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맞벌이라는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머니들이 한가하게 살림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바쁘기로 치자면 지금보다 훨씬 더했다. 요즘에야 아이들이 대개 한 두 명이지만 아침마다 여러 명씩 되는 자식들 도시락을 싸는 일은, 일거리는 많고 먹을거리는 부족했던 그 시절에는 예삿일이 아니었을 거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세상이 많이 편해졌다. 버튼만 누르면 빨래, 청소, 밥은 가뿐하게 해결된다. 먹을거리도 지천으로 흔하다. 그럼에도 한 끼 도시락 싸는 일을 번거롭게 여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학교 급식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질 좋은 영양을 공급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익히기 위함이라는 본래의 좋은 취지를 접어두고라도, 맞벌이를 하던, 하지 않던 간에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야하는 부담에서 해방시켜준 급식제도를 이구동성 반기는 주부들이 많았다. 시절이 그렇다보니 급식의 질은 두고라도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편리함만으로도 감지덕지 여기는 것이 우리나라의 학교 급식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편리한 급식이 제대로만 되면 더없이 좋으련만, 잊을만하면 이러저런 사고 소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분개를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때의 기분으로는 당장 급식 문제가 해결되고 질이 좋아질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대개 그런 관심과 열기가 오래가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정부나 급식 관계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마땅한 대안을 내 놓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건이 그러하듯이 시간이 지나가면 또 그렇게 넘어간다.

전혀 전처리 위생시설을 갖춰지 않고 작업하는 업체도 있다. 사진은 위생시설을 전혀 갖춰지 않고 채소와 수산물을 가공하는 모습
 전혀 전처리 위생시설을 갖춰지 않고 작업하는 업체도 있다. 사진은 위생시설을 전혀 갖춰지 않고 채소와 수산물을 가공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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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문제되면 그때만 관심 가져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흥분만하고 말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급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것이 학교급식점검단이다.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누구보다 학부모들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들 바쁜 시간을 쪼개 발품을 팔아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활동을 하면서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우리의 급식 현실을 좀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원칙을 지키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급식도 만찬가지다. 복잡한 것 같지만 식재료를 구매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으로 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다.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관리가 소홀하고, 입찰 방법이 옳지 못하면 좋은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나서서 했던 일도 식재료 납품업체의 실태를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눈으로 확인하고 업체 간의 현황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만드는 일이었다.

학교 급식은 대부분 그 날 그 날 들어온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식재료의 대부분을 전처리 작업을 해오거나, 일부 가공된 식재료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학교 급식에 있어 식재료를 가공하는 공장과 전처리를 하는 유통업체의 위생관리는 급식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유통업체의 위생시설이나 유통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실태가 어떤지 전혀 짐작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모든 업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업체를 찾아다니며 그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위생상태가 심각한 업체들이 많았다. 위생 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고 전처리 작업을 하는 유통업체가 있는가 하면, 유통기간이 지난 재료를 보관하는 업체, 식재료 보관 창고에 쥐가 드나들어 쥐약을 식재료와 함께 놓아두는 업체 등 여러 문제점이 눈에 띄었다.

학교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대부분 위생 문제 많다

지금은 잘 먹는 것을 삶의 가운데 둘 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를 살고 있다. 웰빙을 외치며 건강을 생각해서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먹는 급식환경은 여전히 예전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을 보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도 인정하고 시정하기는커녕 학교에 납품할 것이 아니라는 등 발뺌을 하는 업주들의 식재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위생뿐만이 아니라 허술한 관리를 틈타서 업체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양식이나 운영상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수산물 취급 허가를 받아놓고 농산물도 함께 허가를 받은 것처럼 꾸미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유명수산물 상품 인 것처럼 바꿔서 파는 업체, 햅셉 지정만 받고 다른 곳에서 가공하여 납품하는 업체,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업체도 있었다. 심지어는 전화기 한 대만 두고 주소지에 업체가 없는 유령업체도 있었다.

이런 문제가 방치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허술한 납품업체의 시설기준에 있다. 온도계를 부착한 냉동 탑 차 한 대에 냉동 탑 차를 세차할 수 있는 세차장 사용 계약서 그리고 차를 세워둘 수 있는 전용차고 사용 계약서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영업소도 다른 영업소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 마디로 냉동 탑 차 한 대만 사면 다른 것은 빌려서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고 조건이 허술하다 보니 이름만 있고 영업소가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사업장은 한 곳인데 여러 사람 이름으로 신고해서 입찰 확률을 높이기도 하는 등 편법이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2006년 cj 대형급식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계기로 급식환경이 엄청 개선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후 학교 식재료 납품업체에 대해 처음으로 관할 감독관청에서 형식적으로 한 번 점검을 나오고 그만이었다. 그리고 업체를 관리하는 것이 특별하게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런 형식적이고 허술한 관리로 인해 부실한 업체가 양산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학생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회사 상표도 붙이지 않고 납품 하는 냉동 탑차도 많다.
 회사 상표도 붙이지 않고 납품 하는 냉동 탑차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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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감독관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문제

급식에 있어 또 다른 문제는 식재료를 구입하는 방법에 있다.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할 때 크게 두 가지를 가지고 씨름을 하게 된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다. 급식도 마찬가지다. 좋은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아 그 혜택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가는 것이 최선은 목적이다.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저가 입찰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업체를 방문하면서 급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업주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많은 업주들이 입을 모아 저가 입찰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전자입찰을 통해 저가 입찰을 하는 것은 식재료 구입비의 단가를 낮추고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는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입찰 시 낙찰을 받기위해 업체가 단가를 낮추면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장 가격보다 낮게 낙찰 될 경우 납품업체로서는 정해진 식재료를 납품하기가 힘들어지고, 이로 인해 기업은 이윤이 떨어지다 보면 자연히 질 낮은 식재료 납품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질과는 상관없이 가격만 싸면 다른 것은 상관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저가입찰제는 결국 식재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문제가 저가입찰제에 있다고 단정을 할 수 없지만 저가 입찰제로 인해 식재료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 하나는 공정성 문제인데 입찰을 하지 않으면 학교장이 감사 때 공정성 시비로 문책이나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업체를 선정할 때 학교장이나 관계자가 업체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급식소위원회에서 업체를 방문하여 평가 한 결과를 바탕으로 업체를 공정하게 선정하면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저가 입찰로 많게는 30% 적게는 10%를 예산보다 낮게 들여왔다면 그만큼 돈이 남게 된다. 남은 돈으로 특식을 주는 학교도 있고, 다음 회에 이월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 정당하게 돌아가는지 투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적정한 방법으로 좀 더 나은 식재료를 구입해서 그 혜택이 아이들에게 제 때 돌아가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업체에게도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야 식재료 질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듯이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방법을 구지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식재료 공급을 전문화 세분화 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지금은 모든 분야가 세분화 전문화 되고 있는데. 식재료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급식재료는 여전히 한 식재료 업체에게 모두 맡기는 경우가 많아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작년 모 업체에서 전문 수산물 업체 이름만 바꿔서 질 낮은 수산물을 납품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런 문제도 육류, 수산물, 김치류, 공산품, 농산품 등으로 품목을 나눠서 구매를 하면 유통 과정도 줄이면서 좀 더 싼 가격으로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 중에 하나가 학부모가 관심을 가져도 급식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보라 해봐야 알림장에 적어 보내는 월별 메뉴가 고작이다. 현재 학교는 물론, 식재료 납품업체들이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업체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가 적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고 어떤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업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다. 학교에서 급식에 관한 예 . 결산을 공개하는 것도 학부모들에게 급식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급식 신뢰 높이려면...

식재료를 구입할 때, 일선 학교에서 급식 담당자들이 일일이 납품업체의 현황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학부모들이 업체를 방문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한 자료를 학교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활용을 한다면 좋은 식재료를 구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급식 업무에 관여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급식을 위해서는 학부모들과 함께 한다는 급식 담당자들의 열린 생각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급식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급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급식의 문제점을 살펴보았지만 급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뿐만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들어오는 식재료를 확인하고, 틈을 내서 업체를 다니며 자료를 마련하는 등의 활동이 주부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런 노력이 교사와 급식을 담당하는 모든 실무자들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급식의 질은 얼마든지 좋아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중권 기자는 경남교육청 학교급식점검단장입니다.



태그:#학교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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