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헌법재판관들이 '이명박 특검법'을 일부 위헌 결정함으로써 특검 자체는 진행된다. 10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명박 특검법 위헌 소원'에 대하여, 특검법 제 6조 및 18조의 참고인 강제 동행 조항에 대해서만 위헌 결정을 내리고, 처분적 법률인가 하는 수사 대상 문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는가의 여부 등 기타 쟁점에 대해서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 주문과 요지를 전반적으로 본다면, 헌법기관이 국회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국회의 손을 들어주는 한편, 현실적으로 국가의 예비 최고 원수에 대한 수사가 대단히 어렵고, 정치적 혼란을 우려하는 국민 여론도 감안하여 적절히 절충한 판단을 내린 것 같다.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에 대한 도덕적, 법적 흠결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주장해온 나는 이번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 혹시나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수사의 현실적 어려움이라는 정치적 고려 때문에 위헌 결정이라도 날 것에 대한 우려는 씻은 셈이다.

 

헌재 결정의 정치적 의미 '국민의 여망 수렴'

 

이제, BBK 특검팀은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해야 하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수사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된다. 헌재가 반(反) 이명박 진영들만으로 구성되었던 국회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국민들의 진실 규명에 대한 열망을 외면할 수 없다는 데 근거하여 특검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의 입장이나 정치적 고려를 거부한 것이다.

 

BBK 의혹이 대선 전부터 반 이명박 진영의 정치 공세 수단으로 활용된 면이 있다는 점을 헌재가 모를 리 없다. 그러면서도 헌재는 또 한편으로 검찰 수사 결과를 믿지 못 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 한 것이다.

 

구랍(舊臘) 12월 5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이른바 BBK 의혹 사건에 대한 2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반(反) 이명박 후보 진영은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면서 검찰에게로 칼날을 돌렸다. 그것이 곧 특검 추진에 불을 붙였다.

 

그 때 검찰 수사는 무엇이 문제였던가? 반 이명박 진영에서 문제삼은 '이명박 봐주기' '유력 후보에 대한 검찰 줄서기' 등은 정치권이 제기한 문제라고 치고, 어느 당도 아닌 일반 국민으로서 내가 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사 과정의 의혹이다.

 

그 때 검찰은, 김경준의 진술뿐만 아니라 계좌추적 등을 통해서 이명박 후보가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그 수사 과정에서 많은 잘못을 했다. BBK 대표의 명함 사용 의혹, 각종 언론에서 한 이명박 후보의 발언 등 반드시 이 후보를 조사해야 할 부분에서도 그것을 하지 않았다. 소환은 물론 서면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반감시켰다.

 

더욱 큰 문제점은 이명박 후보 스스로 혐의가 없다면 왜 떳떳이 제 발로 검찰에 걸어가 소명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검찰 수사는 소극적이거나 편파적인 것으로 의혹을 받았고, 단지 수사를 기피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명박 후보가 무언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특검도 추진되었다.

 

진실 규명은 물론 정치인들도 심판해야

 

이제 특검은 헌재의 결정으로 활동에 힘을 얻게 되었다. 힘을 얻은 만큼 특검이 해야 할 책임도 무겁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특검 계속의 근거는 국민들의 의혹과 진실 규명에 대한 열망이다. 그러므로 그 의혹 해소와 진실 규명이 책임의 전부이다. 그 진실 규명의 의미를 쪼개보면 특검은 중요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

 

첫째, 특검이 도덕성에 많은 문제와 의혹을 안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이니까 묻어두자는 발상을 한다면 그것은 정치지 수사가 아니다. 국민은 특검에 수사 단계에서 미리 그런 정치적 고려를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둘째, 이 당선인의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 못지않게 특검이 중요한 이유는 국가 형벌권의 발동 주체인 검찰의 명예 회복이다. 과연 특검에 앞선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반 이명박 후보 진영의 공격대로 정치검찰이었는지, 은폐라도 했는지를 반드시 밝혀주어야 한다. 검찰이 툭하면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아온 의혹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셋째, 특검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책 대결보다는 김경준의 입술만 쳐다보며 네거티브에 전력을 투구한 정치인들에 대한 심판도 겸한다. 국민들의 대축제인 대통령 선거를 온통 불확실한 의혹과 비방의 난장판으로 만든 정치인들에 대해 진실을 가려줄 책임을 지고 있다.

 

만일, 그들이 근거 없는 비방전에만 열을 올렸다면 법적 처벌은 못 하더라도 적어도 4월 총선을 통해 퇴출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선거 때만 되면 판을 치는 폭로와 비방전에 대한 징계이자 향후 우리 정치권에 대한 교훈이 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 이제는 수사에 협조해야

 

앞으로 특검은 계속 되겠지만, 특검 수사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다. 한 국가의 최고 실권자를 상대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겠는가? 삼척동자도 그 점을 우려한다. 더구나 참고인 동행을 강제할 수도 없게 되었으니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은 뻔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당선인측의 수사 방해다. 사실상 압도적 지지로 정치권력을 장악한 당선인측이 그 권력을 수단으로 특별 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려 할 수도 있다. 설사 방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도적으로 협조를 안 할 수도 있다.

 

결론을 말하면, 집권 세력의 수사 방해 혹은 비협조는 차기 정부의 도덕성이나 정책 추진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수사가 이명박 당선인측의 비협조 내지 방해로 진실이 미궁에 빠지거나, 역시 미진한 수사로 또다시 면죄부만 줄 때는 임기 내내 국민의 불신에 시달릴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명박 당선인 스스로 협조하는 것이다. 설사 특검이 알아서 당선인 소환을 어려워하더라도 스스로 걸어가라. 그가 아무 잘못도 없이 떳떳하다면 망설일 게 무엇인가? 최고 지도자의 권위는 수사에 비협조하는 게 아니다. 그건 치사한 일이다. 오히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떳떳이 국법을 지키는 멋진 모습을 보여 달라.

 

혹시라도 떳떳하지 못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 당선인은 제 발로 청사로 걸어가 수사를 받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수사 결과가 어떻든 그 이후의 처분은 국민들에게 맡겨라. 이 당선인이 그런 말끔한 처신을 하지 않는다면 가깝게는 4월 총선에서 궁지에 몰릴 것이며 임기 내내 국민들의 불신과 싸워야 할 것이다.

 

정치 잘 하는 것도 우선 국민들의 신뢰를 구축해야 가능하다. 다행히 한나라당도 헌재의 판단을 수용한다고 논평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결단을 기대하며, 그의 측근 추종자들이 대도(大道)를 걷지 않고 잔머리를 굴림으로써 그를 궁지로 몰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태그:#헌법재판소 , #이명박 , #특검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