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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와 대학은 어떤 관계일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공부하기 위해 가는 곳이 대학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나올 즈음이 되면 자연히 생각하게 되는 곳이 대학이기도 하고, 대학은 미래를 위한 안전한 선택이라는 사회적 흐름이 만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한번쯤 스스로에게 자문해볼 필요는 있다. 내게 대학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필요해서 대학에 가는 걸까? 12월 20일, 대안공간 ‘민들레 사랑방’에 다니는 이윤선(17)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실 이윤선양은 하자센터의 카페에서 인턴 직원으로 있어서 필자와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하자센터안의 어느 고요한 공간. 그곳에 조용히 준비를 하던 필자는 곧 부산스럽게 들어오는 이윤선양을 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이렇게 수다(?)를 떨기 좋아한다는 이윤선양은 인터뷰 때에도 자신의 경험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을 이야기했다.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고 있다

 

호랑 :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윤선 : 이름은 이윤선이고, 17살이다. 지금은 민들레와 하자센터를 왔다 갔다 하고 있고, 민들레에는 화요일, 목요일마다 나가고 있다.

 

호랑 : 어떻게 민들레에 오게 되었나?

윤선 : 어머니가 초창기부터 민들레를 알고 계셨고, 대안학교 관련 잡지를 보면서 계속 민들레를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가 민들레를 추천하셔서 오게 되었다.

 

호랑 : 민들레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했을 것 같은데?

윤선 : 처음에 공간디자인이란 수업을 받았었다. 그 수업을 받으면서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했는데, 남들과 함께하는 법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수업은 3명이서 한 조가 되어서 하는데, 어느 날 문득 보니까 나 혼자서 작업하고 있었다. 몰론 동료들이나 선생님이 나에게 책임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나 혼자 생각하고 작업하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하고는 겉으론 함께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동료들과 타협하지 않았었다. 그때 잘못을 깨달으면서 남들과 함께하는 법을 많이 배운 것 같다.

 

호랑 : 지금은 어떤 것을 하고 있나?

윤선 : 하자센터에 있는 카페 '그래서'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다.

 

호랑 :  '그래서'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

노디 : 커피를 배우기 전에 하자에서 하는 사진 프로젝트를 신청했었는데, 프로젝트가 폐강되었다. 수강료도 다 냈었는데 환불받으려니 좀 아까워서 대신 커피를 배우게 되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카페에 관련해 관심이 있었는데, 기회가 왔을 때 커피를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커피 프로젝트를 듣다가, 그래서의 관계자 분이 “여기서 일 해보면 어떻겠냐.”고 추천해주셔서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호랑 : 여럿이 카페에서 일하다보면 트러블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윤선 : 처음엔 정말 많았다. 초기에 나는 배운지가 얼마 안 된 탓에 내가 만든 커피가 손님 앞으로는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손님에게는 ‘맛있는 커피’를 내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겼다. 카페에 ‘바리’라고 같이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나한테 막 화를 내면서 “네 거는 네가 뽑아라.“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면서 “너 계속 그런 식으로 피하면 커피 한잔도 못 뽑는다.”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사실 그때는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 사회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있다.

 

호랑 : 지금은 민들레에 다니면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하고 싶은 것은 없나?

윤선 : 예전에 미술을 했었다.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을 하다가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잠시 떨어져있다.

 

불안하지 않은 미술

 

호랑 : 처음 미술을 배우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윤선 : 어렸을 때 엄마가 오빠랑 함께 피아노랑 미술을 보내셨는데, 오빠는 미술이 재미없다며 피아노를 쳤고, 나는 피아노가 재미없다며 미술을 배웠다. 그렇게 계속 배우다가 내가 정말로 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중학교에 들어와서부터. 특별한 이유 없었고, 단지 미술이 하고 싶었다. 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면 안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 느낌이 들 때도 내가 정말 이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 : 미술을 하면서 불안한 때는 없었나?

윤선 : 화가를 직업으로 삼기로 한 것은 아니다. 끄적거리는 걸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일러스트레이터 쪽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사실 내 주변을 보면 미술하면서 먹고 산다는 게 너무나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예전에 가르침 받던 선생님 같은 경우는 학원 문 닫으신 뒤에 대리운전을 하고 계시고, 다른 분은 공책에 일러스트하시는 걸 많이 봤다. 그래서 미술은 정말 돈벌이가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한다면 문제는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고, 정 안된다면 어떻게 해서는 먹고사는 것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대학이 필요한가?

 

호랑 : 난 아직 대학은 생각이 없는데, 대학을 생각하고 있는지?

윤선 : 높은 목표지만 한예종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고, 자신이 원하는 과에 가서 최대한 열심히 한다면 그게 더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호랑 : 아직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대학을 생각했을 때는 가장 먼저 필요성에 대해 생각했었다. 대학이 자신에게는 어느 부분에서 필요한가?

윤선 : 사실 필요성은 잘 모르겠다. 우리는 아직 어려서 사회에 안 나가봤으니까 대학을 나온 것이 나중에 얼마나 꼬리표를 달고 다닐지도 모르는 것이고,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서 확정하기 힘들다. 부모님도 네가 좋은 대학가는 건 별로 바라지 않는데, 대학을 가고 안 가고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거라며, 직접 대학에 가봐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스스로 경험하고 느껴봐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신다. 내가 밖에서 바라보는 대학과 직접 안에서 경험해보는 대학은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호랑 : 꼭 필요해서 대학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왜 대학만 찾는지 모르겠다.

윤선 : 나도 예전만해도 대학은 안 가려고 생각했다. 왜 가는지를 잘 몰랐었고, 주위에 보면 애들이 뭘 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런데 목표는 전부 대학이다. 그런 걸보면 좀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뭐가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대학만 찾으니까. 홍대학생들을 정말 싫어하는데,  미술학원에 다니는 언니들을 통해 공부를 그럭저럭하는 사람들이 1년 학원 바짝 다녀서 전부 홍대가려고 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봤다. 내 친구들도 그러고 있고. 그 사람들 나름대로 무언가가 있어서 그곳에 갔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보고 느낀 대로라면 이건 미술이 아니라 기술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많이 났다. 나와 내 또래는 아직 어리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나이 때 그냥 대학을 가는 것과, 무언가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대학을 가면 배움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날 것 같다. 굳이 서둘러서 대학에 갈 필요도 없는데, 조금 여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다가 대학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자

 

진로에 대해서 회의적인 필자와는 다르게 이윤선양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이 정한 길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다. <대안학교 마을 만들기> 팀의 좌담회 차 민들레 사랑방에 다녀온 때에도 그랬지만, 민들레의 학생들은 다들 진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건 ‘뭐든 할 수 있다’라는 또 다른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정해진 길은 없다. 몰론 그 때문에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어떠한 길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선택에 자신을 가져도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인터뷰였다. 인터뷰에 응해준 이윤선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태그:#하자작업장학교 , #지도그리기, #민들레, #민들레 사랑방,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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