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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고?

 

수십 년 전 조국의 부름을 받아 이역만리의 전쟁에 참전하여 무공훈장까지 받은 사람이 사망했다. 국립묘지에 안장하려고 보훈당국에 신청을 했는데 이미 이 사람은 몇 년 전에 죽어 국립묘지에 묻혀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가족들의 기분이 어떨까.

 

이런 황당한 일이 두 달 전 미국 뉴욕 주에서 있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두 달 후인 지난 16일 뉴욕 주 소재 캘버튼 국립묘지.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금요일 하오 전직 군인 한 사람의 목관이 다른 곳으로 이장되기 위해 자신이 4년 동안 묻혔던 무덤에서부터 들어올려지고 있었다.

 

 "타인의 묘지로부터 불명예 제대"라는 11월 16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기사에 따르면 이 보기 드문 사건의 주인공은 윌리엄 헤이즈라는 이름의 전직 해병. 그는 2003년 11월 뉴욕시 브롱크스 구의 한 양로원에서 60세를 일기로 사망하여 크리스마스 이브에 캘버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사망 당시 그는 무일푼이었고 아무런 연고자도 없었다. 

 

신문에 따르면 윌리엄 헤이즈가 자신이 잠들어 있던 국립묘지에서 쫓겨나게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 9월 30일 뉴욕 시 할렘에서 인쇄공이었던 "윌리" 헤이즈가 59세를 일기로 사망한다. (윌리는 윌리엄의 별칭이다.) 그는 월남전 참전 용사로 그의 가족이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하자 같은 이름의 사람이 이미 4년 전에 사망하여 캘버튼 국립묘지에 묻혀있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매장된 사람의 이름도, 군 시절 계급도, 출생 날짜도, 사회보장 번호도 똑같은데다 월남전 참전 이력까지 일치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신원을 정밀 대조해본 결과 상이점이 발견되었다. 할렘 출신인 윌리 헤이즈는 육군에서 근무했고 월남전에서 무공훈장을 여러 번 탄 후 1970년 명예 제대한 반면 브롱크스 출신 윌리엄 헤이즈는 윌리 헤이즈보다 다섯 살 위로 해병대에 근무했으며 '마뜩찮은' 사유로 제대하여 국립묘지 피장 자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이 두 사람의 신원에 착오가 생긴 것은 윌리엄 헤이즈의 명의도용이 아니면 사무착오 때문이라고 관계 공무원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 달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국립묘지 측은 윌리엄 헤이즈의 대리석 묘석을 뽑았으며 그가 묻혔던 자리를 계속 공터로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명의도용 의심을 받고 있는 윌리엄 헤이즈의 시신은 뉴욕의 한 사설 장례업자가 자비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나서 떠돌이 고혼 신세를 면하게 되었다.

 

미국 국립묘지 사상 신원착오로 시신 파낸 경우는 처음

 

자신의 자리를 한동안 빼앗겼던 윌리 헤이즈의 생전에 명의도용의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질녀에 따르면 수년 년 전부터 삼촌의 보훈연금이 중단되었는데 당시 삼촌은 지불이 완료되었으려니 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윌리 헤이즈는 사망했으며 연금을 받으려면 그가 살아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라는 이야기를 관계공무원으로부터 들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 산재해 있는 국립묘지는 125개로 여기에 약 3백 3십만 명의 전사자 및 국가유공자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연방정부 국립묘지 관리국에 따르면 150년 가까운 미국 국립묘지 역사상 신원착오로 묻혔던 시신을 다시 파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1978년에 문을 연 캘버튼 국립묘지에는 약 21만여 명의 참전용사 및 국가 유공자들이 묻혀있는데 그 중 헤이즈란 성을 가진 사람은 162명이며 그 중 이름이 윌리엄인 사람이 다섯 명, 윌리인 사람이 두 명이라고 한다. 동명이인을 둘러싼 기연치고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윌리엄 헤이즈#캘버튼 #국립묘지#뉴욕#불명예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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