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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에서 대안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간에 좌담회가 열렸다. 졸업을 앞둔 대안학교 학생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만 고민하고 있다면 해답은 나올 수 없기 마련. 학교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봄으로써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좌담회 참여자>

이우학교 졸업생, 대학교 재학 _ 김정현
작업장학교 졸업생, 한복예상 근무_ 한선화
산청간디학교 졸업생, 하자센터 근무_ 김한성
금산간디학교 졸업생, 인권운동사랑방_  이재영
작업장학교 글쓰기팀_ 금강산, 이호랑, 김단비, 김혜준
금산간디학교_ 곽제규

대학 외 다른 선택하기 겁났다

곽제규=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더 편안하게 고민을 하고 싶다. 좋은 이야기를 부탁한다. 그럼 대안학교를 졸업할 때 어떤 기분이었나?

이재영= 나 같은 경우 중학교도 대안학교를 나왔다. 그래서 중학교 3년동안 소수의 사람들과 있었기 때문에 헤어짐이 아쉽고, 슬퍼서 떠나기 싫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중학교 때와 달리 담담했다.  

김한성= 사람들이 말하는 파라다이스에서 살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밖으로 나가면 폭력 앞에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름의 각오를 하면서 졸업을 했던 것 같다. (하하) 누구나 그렇듯 이제 학교가 바뀌니 이리저리 뒤섞인 기분이 들었다. 여러모로 감정이 복잡했던 시기였다.

곽제규= 그럼 졸업을 한 뒤에 했던 일들을 말해줄 수 있는가?

김정현= 대안학교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입시준비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은 떨어졌고 그래서 한동안 힘들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대학입시를 제대로 못해 아쉬움이 들어 재수를 했다. 사실 떨어지고 나니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하)

한선화= 대학에 갈 생각은 없었다. 대신 졸업을 하고 바로 취직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른 직업학교를 통해 취직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끝났던 것 같다.

김한성= 무대연출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졸업을 하고 바로 대학을 갔다. 대학이 아닌 다른 길로 가도 되었지만 대학에 간 것은 아무래도 다른 것을 선택하기가 겁나서였다. 사실 대학에 얽매이지 말자고 대안학교에 갔는데, 오히려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에 가게 되었다. 내가 산청간디학교 1기 졸업생인데 같은 동기 16명 중 80%가 대학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1기여서 사람들이 우리의 진학상황에 관심이 많았고, 부담스러웠지만 모두가 지켜본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이재영= 대학을 갈 생각이 없었다. 졸업을 하고 한동안은 집에서 미국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CSI 시즌7까지 보기도 하고. (하하) 그러다 혼자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그러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진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원래 환경생태운동 그리고 인권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어 인권운동사랑방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다.

곽제규= 직업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왜 직업을 선택했는가?

이재영=  흥미를 끄는 과도 없었을 뿐더러, 대학을 간 주변 사람들이 공부보다는 술마시고 놀기만 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대학에 가서 저렇게 될 것 같은 두려움도 생겨났다. 그리고 비싼 등록금을 투자해서 그 돈에 비교될 만한 학문을 따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바로 직업을 갖게 되었다.

한선화= 나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에 학문보다는 재주가 우선시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학문 수준의 차이는 있을 것 같다.

김한성= 요즘은 수업자체가 테크닉적으로 가기 때문에 사실상 별 차이없다.

곽제규= 그럼 지금의 자리에서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었는가?

김정현= 학교현장에 가서 아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배워야 하는데 대부분 이론 위주의 강의만 있었다.

김한성= 이벤트 기획을 배우려고 갔지만 학과 핵심 교과과정이 광고기획쪽이어서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강의를 들어야 했다. 듣다보니 재미있어서 광고학과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진짜 광고계처럼 공모전이다 뭐다 해서 치열했고, 수업도 실제기업의 광고를 찍게 되었는데 그 때마다 기업의 가치관과 나랑 잘 맞지 않아 힘들었다. 그런 일들이 계속 되면서 실무에 나가서도 힘들겠다는 생각에 재미가 없어졌다.

한선화= 나는 계획대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다. 바느질부터 배우기 위해 바느질방에서 기술을 익혔고, 지금은 한복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한복계를 3가지로 나눈다면 그 중 2~3가지는 다해봤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일은 다 해본 것 같다.

대안학교를 제대로 잘 알려야 한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에서 대안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간에 좌담회가 열렸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에서 대안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간에 좌담회가 열렸다. ⓒ 김단비
곽제규= 대학 혹은 직장에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 해주길 바란다.

김한성=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약간 이상한 느낌을 주는 친구들이 보이는데 대안학교 출신 친구들이었다.

금강산= 이상한 느낌이라면 어떤 느낌을 말하는 건가?

김한성= 예를 들면 대규모 술자리를 싫어하는 사람, 마초를 싫어하는 사람 등을 제외하고 찾다보면 주변 사람들의 스타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중에 약간 느낌이 이상해서 말을 걸어봤더니 “나 풀무학교(충청도에 홍성군에 위치한 전원형 대안학교) 나왔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모두 웃음) 한번은 기숙사 세탁실에서 만난 사람이 “세제 좀 써도 되요?”라고 물어봤다. 이 때 느낌이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원경고(경상남도 합천군에 위치한 대안학교) 나온 사람이었다. (모두 웃음).

이호랑= 아까 “나 풀무학교 나왔어”라고 고백하던 사람처럼 대안학교 출신임을 숨기는가?

김한성= 누가 물어보면 말하는 편이고, 먼저 말을 하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신기하다는 듯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안학교 출신들이 많아 그런 일은 없어졌다.

김정현= 나 같은 경우에는 “이우학교 어때?”라고 물어본다면 “좋아”라고 말해준다. 길게 설명해주면 오히려 잘 믿지 않거나 질문한 사람이 다른 말로 넘기곤 했다. 그래서 짧게 대답한다.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김한성= 대부분 대안학교 출신들은 자신이 나온 학교를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일반학교를 나온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출신학교를 숨기거나 혹은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말을 한다.

한선화= 처음에 바느질방에서 일할 때 매우 답답했다. 거기에 계신 여사장님은 나이차별, 학력차별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처음 대안학교 출신임을 말하고 대안학교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번번이 제지하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처음엔 대안학교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지만 나중에는 각자 일을 하면서 대화가 단절되었다.

차이는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곽제규= 일반학교 학생들과 대안학교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이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김한성= 대안학교는 좁은 공간에서 일정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의미가 커진다. 조그만한 행동도 크게 다가가고 엄청 예민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졸업 후의 괴리감은 나뿐 아니라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에게 일반적이다.

한선화= 지금 일하는 곳의 실장님과 내 위의 사수와 함께 게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징그럽다고 하든가, 아예 게이와 젠더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인정해주고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일반학교의 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김정현= 대안학교와 일반학교 학생들은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해도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가는가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할 수 있을 텐데, 다른 일을 한다거나, 혹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것에 접목시키는가에 따라서 차이를 보일 것이다.

김한성= 보통사람들은 둔감해 모르거나 알아도 무서워 지나치는 것들을 대안공간에 있던 애들은 체험하면서 살아와서 이미 알아버린 경우가 있다. 이 때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것에  대응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것 같고, 그 부분부터가 개인차가 큰 것 같다.

사실은 일반학교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곽제규= 대안학교 졸업생 중 대학 진학 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김한성= 대안학교들은 물리적인 폭력은 물론, 언어나 다른 것들을 존중하고 챙겨주는 공간인데 밖은 안 그렇다. 어떻게 보면 대안학교가 온실이라고 볼 수도 있다. 모두가 대안학교에 입학하면서 한 가지씩의 가슴속 상처를 안고 갔다. 그런데 대안학교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그 상처가 치유되다 못해 면역력이 없어질 만큼 치유가 되어버린다.

이재영= 대안학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적응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현= 실제로는 대안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에 와있는 일반학교 학생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배운 방식이 서로 다르니 우리의 부적응이 더 눈에 띄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사람들과 소통해야 

곽제규= 이제 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졸업을 앞두고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기를 바란다.

한선화= 이것만큼은 마지막 질문으로 하지 말길 바랐다. (하하) 문제는 여전히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고민만 한다면 문제지만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계속 고민을 하면 한계를 넘을 수 있다.

김한성= 자기 일을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목표를 세워서 꾸준히 해야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설정해 놓은 커다란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으면 좋겠다.

김정현= 자기가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되, 너무 거기에만 빠져서 지내면 안 된다. 고민은 혼자 짊어가는 것이지만 고민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가진 사람들은 주변에 많다.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고민의 짐을 덜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재영=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 직접 창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항상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도 좋다.

덧붙이는 글 | 김단비 기자는 하자작업장학교 글쓰기 팀에서 활동하는 고등학생입니다.



#하자센터#하자작업장학교#10대#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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