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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부터 시작해서 10월 7일까지 개최됐던 슈퍼차이나 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한중수교 15주년기념 - 거대 중국문화 태풍'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거대한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 말과 탈을 행사가 마무리 된 지금, 차근차근 얘기해보려 한다.
 
5월 말쯤, 필자는 어느 한 공연을 보러 대전엑스포 아트홀에 갔다 왔었다. 거기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전봇대에 붙어있는 슈퍼차이나 페스티벌 광고를 보게 되었다. 평소에 중국문화를 좋아하던 필자는, 호시탐탐 어떻게 해서든지 갈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행사가 끝나기 하루 전, 6일 행사장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밝은 중화문 덕분에 행사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연 막바지고, 주말이라 그런지 예매소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간신히 표를 끊은 나와 일행은 화려한 대당문의 위세에 플래시를 터트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행사의 흥을 돋운 사이언스 페스티벌
 

대전과학공원에서는 그 외 '상상! 사이언스 탐구여행'이란 주제로, 과학기술 테마축제인 사이언스 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오대호 정크아트 초청 전시회가 눈길을 끌었다. 평소에 잘 보기 힘든 정크아트라는 점과 어둠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로봇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는 결국 '잠깐 들어가 볼까~'로 시작하여 거의 삼사십 분을 마음껏 즐기고 나왔던 것 같다. 낮에 왔으면 기계부속품이라던가 로봇들의 각 연결기관들을 자세히 관찰 할 수 있었겠단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가면 갈수록, 정크아트 특유의 기이한 모습이 저녁이란 시간과 맞물려, 독특함이 더해졌다.
 
대전시와 엑스포과학공원의 노력 
 
그 밖에 페스티벌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내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첨단과학전과 체험프로그램인 상상 사이언스 탐구여행전,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 등이 있었다. "예전에 열렸던 과학축제의 소재가 다소 무거웠다는 얘기들을 수렴하여 이번 해에는 가족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엑스포과학공원 관계자의 말처럼, 과학공원을 예전처럼 활성화시키고 부흥시키려는 대전광역시와 엑스포과학공원측의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뜻밖의 선물, 이형숙 한지인형전
 
이형숙 한지인형전도 예상하지 못한 이득이었다. 물론 중국과는 거리가 있어보였지만, 한중수교라는 큰 테두리로 본다면 괜찮을 듯했다. 종이만으로 만든 작품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섬세한 인형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가을하늘을 장식한 음악분수쇼
 
▲ 레이저음악분수쇼
ⓒ 김세진

본격적인 문화대전 행사장에 들어서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주말 공연의 첫번째 순서인 레이저 음악분수쇼를 즐기고 있었다. 앞자리에선 가끔 시원한 가을바람을 머금은 물방울들이 튀어 아이들을 깔깔거리게 만들었고, 연인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분수가 쏟아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쏟아지는 분수를 스크린삼아 떠오른 영상은, 어지러운 세상에 중국이 내려와 평화를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동방자룡과 병마용의 자태
 
100m 장룡은 단연 압권이었다. 파란무늬가 들어간 하얀 사기접시를 엮어, 만들어진 용은 그 넓은 행사장 중앙을 가로지르며, 조명과 함께 신비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병마용은 유물이니만큼 건물 안에 전시될 줄 알았는데, 한빛탑 바로 앞 야외에 줄지어 서 있었다. 알고보니 출토된 유물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복원 한 것들이었다. 작아서 그런지 덕분에 어린아이들과 보기 좋게 나란히 사진찍는 병마용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외 설탕공예, 유리병안에 그리는 그림, 서커스 기예단등이 눈길을 끌었다.
 
조형물들의 부실
 
우산조형, 개미조형과 같은 중국과 상관없는 조형물들과, 얇게 만들어져 찢어진 틈새를 보이는 조형물들은 둘째치고라도, 천으로 만든 계단을 보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걸 밟고 건물위로 올라가라는 것인지… 그래도 올라가보려고 했는지, 아이들의 걸음으로 구멍나버린 계단을 바라보며, 쉽게 철거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는 일행의 말에 필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요린 어디에…

음식 한 그릇에 왜 그리도 비싼지, 일행과 나는 그래도 저렴하다는 컵에 든 닭고기 -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미트볼이었다- 강정으로 저녁을 때웠다. 미리 저녁을 먹고 오라던 사람들의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중국문화대전이라고 했지만, 이곳저곳 음식점을 둘러보아도 결국 제대로 된 딤섬 하나 보지 못한 게 아쉬움을 더했다.
 
88가지의 특급 프로젝트!?
 
88가지의 많은 프로그램수를 곧이곧대로 믿은 필자는, 잰 걸음을 보채며 관람시간을 맞추려 노력했건만, 다 보고나니 사실상 차 시간은 남았고, 떠오르는 프로그램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친구와 필자는 등불 하나, 그림 한 점 등까지도 프로그램이라고 기재해놓은 팸플릿을 보며, 그제야 어째서 그게 88가지인지를 깨닫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적혀진 프로그램들은 (찢어진) 우산등, (곤충 붙은) 곤충등, 전통의상관, 중국어교실 등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거나, 돈을 내야하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웃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사실 대당문을 들어서면서부터 '8800여명의 제작 연인원이 투입된 특급 프로젝트!'라는 게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가이드 맞아요?
 
행사장에 오기 전, 검색한 블로그에서 변검 사진을 보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던 나는 조형물 앞에 앉아 계신 가이드께 물었다. "Where is the change masks show?" 한국말로도 물어보고, 영어로도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건 '저쪽으로 가서 사진 찍으세요'라는 듯 한 바디랭귀지 뿐이었다. 분명히 변검 사진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나중에 알고 보니 변검은 서커스공연 중 일부였고, 가이드께서 말씀하신 '저쪽'은 '변검'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인형조형물이었다. 이 행사에서 공연은 음악분수 / 오토바이쇼 / 서커스 이렇게 3개가 있었는데, 많지도 않은 그 공연의 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알려주지도 못하는 가이드를 왜 불러놓은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며…
 
한중수교 15주년을 기념한 이번행사는, 한 나라의 문화대전이라고 하기엔 어느 정도 부족함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의 다른 여러 볼거리와 더불어 가족이나 친구, 또는 연인이 와서 충분히 즐기고도 남을 그런 문화엑스포를 만들어내었다. 왜 이탈리아전이나 사모아전 같은 건 없을까… 아무래도 같은 동양권이 아니니까 그런 걸까? 등의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면서 우리나라가 더 많은 나라들과 친해지고, 또 그런 나라들의 전시회가 열려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찾고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가 되어, 앞으로 또 다른 도시나 지방에서 이런 색다른 전시회나 문화체험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슈퍼차이나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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