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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원래는 사과머핀을 구울 생각이었어요. 최근에 어떤 책에서 사과를 졸이지 않고 넣는 머핀을 봤거든요.

 

처음에는 사과 두 개를 넣어서 만들었어요. 맛있긴 한데 사과를 조금 더 넣으면 씹히는 맛도 생기고, 맛도 더 풍부해져서 훨씬 괜찮은 작품이 나올 듯했어요.

 

다음번에는 사과 3개를 잘라서 넣고, 또 새콤한 맛이 약간 들어가면 좋을 듯해서 레몬즙 한 큰술도 넣었어요.

  

모든 재료를 다 꺼내놓고 오븐까지 예열해 놨는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어요. 재료를 다 섞어놓고보니 머핀컵에 넣기에는 반죽양이 너무 많아요. 사과를 더 넣으면 맛있겠다는 생각만 했지, 생과일을 넣으면 부피가 많이 늘어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보통 건조한 과일이나 견과류의 경우에는 재료의 분량을 늘리거나 줄인다고 해서 들어가는 수분량이 달라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재료의 양을 늘리면 다른 재료의 비율도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깜빡했나봐요. 사과를 졸여서 넣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하지만 생으로 넣어보니 이게 더 맛있고 만들기도 편하던데요.

 

기왕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 넋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 오븐은 돌아가고 있고 내 앞에 반죽은 자기를 구워달라고 아우성치고 있고.

 

실수는 실수고 일단 수습을 해야죠. 반죽양이나 모양으로 봐서 원형 틀에 넣어서 구우면 될 거 같았어요.

 

180도에서 한 35분쯤 구우니까 너무너무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나더군요. 바로 먹어보고 싶었지만 완성한 시간이 밤 9시였어요. 지금 먹으면 바로 살찔까봐 얼른 냉장고에 넣어버렸어요. 또 머핀이나 케이크들은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서 하룻밤 두면 더 촉촉하고 맛있어지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기대되는 마음으로 한 조각을 잘라서 먹었는데… 완전히 반해 버렸어요. 생과일을 써서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성공적인 작품이 나왔어요.

 

보통 베이킹을 할 때는 생과일을 쓰지 않아요. 베이킹은 계량이 생명인데 생과일은 굽는 동안 물이 나와서 수분 비율이 변하고 결국 반죽을 질게 만들거든요. 보통 충전물들은 설탕에 절이거나, 말린 걸 쓰죠. 하지만 이 케이크는 달라요.

 

생사과를 듬뿍 넣었기 때문에 반죽이 질어졌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빵 부분이 부드럽고 촉촉해졌어요. 레몬즙을 넣어서인지 요구르트 맛도 약간 나고요. 향기롭게 씹히는 맛도 일품이에요.

 

새콤달콤한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면서 실수는 안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수습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생과일을 더 넣으면 반죽의 부피가 늘어난다는 걸 미리 생각했다면 이건 못먹었겠죠. 그러고 보니 바보 같은 실수에 감사해야겠네요.

 

사람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저도 참 한심한 실수를 많이 해요. 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런 짓을 저지르죠. 오래 아프다가 사회로 다시 돌아가서인지 아직도 사람을 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요. 물론 아프기 전에도 무뚝뚝하고, 무신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직설적으로 말하는 버릇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는 이야기도 꽤 들었고요.

 

그런 말들을 듣고 말이나 행동에 신경을 쓰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앞으로는 더욱 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하지만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또 실수를 하겠죠.

  

만약 실수를 했다면 사태를 파악하고 빨리 수습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피해도 줄어들고 운이 좋으면 사과케이크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죠. 실수할 게 두렵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잖아요.

 

재료


사과 3개. 포도씨유 1큰술, 꿀 1큰술, 메이플시럽 1큰술, 바닐라 설탕 8g, 두유 140ml, 전분 2작은술, 생콩가루 15g, 쌀가루 180g, 소금 1/2작은술, 레몬즙 1큰술, 베이킹파우더 2작은술.

 

만드는 법

 

자세한 과정 사진은 http://blog.naver.com/marientaiji/80043155674로 오세요.

 

1. 사과3개는 껍질을 벗기고 잘게 잘라주세요

2. 두유에 포도씨유와 꿀과 메이플시럽, 레몬즙을 넣고 잘 섞어 줍니다.

3. 쌀가루와 전분, 생콩가루,소금, 베이킹파우더 혼합물을 체로 쳐주세요.

4. 두유에 사과 자른 걸 넣고 잘 섞어주세요.

5. 체친 쌀가루와 사과 혼합물을 잘 섞어줍니다.

6. 틀에 잘 채워놓고 공기가 빠지게 몇 번 탁탁 쳐주세요.

7.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35-40분 정도 구워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ediamob.co.kr/pinkmania
             http://blog.naver.com/marientaiji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과, #케이크, #채식,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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