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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사회의 복제판이자 축소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병들어갈수록 학교 폭력도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학교 폭력의 근본원인인 사회개혁이 이루어지기만을 마냥 넋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지금 학교 폭력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심리적 충격은 매우 크다. 작게는 정서적 불안과 공포가 생길 수 있으며, 심할 경우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 장애가 올 수도 있다.

이는 가해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점점 더 폭력적으로 분출하게 될 것이다. 이런 품행장애(Conduct Disorder) 아이들은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결국 범죄자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란 아동 및 청소년이 타인의 기본권리를 침해하거나 사회적 규범이나 규율을 위반하는 반사회적 행위 또는 일탈행위를 지속하는 상태를 말한다.(<정신의학 4판>, 김용식·이정균 편저, 일조각 2005, 530쪽)

학교 폭력은 초기에 대처를 잘해야 한다. 초기대처를 미온적으로 할 경우에는 아이들이 입는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본 상담소에 학교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부모의 상담전화가 왔었다.

제보자의 아이가 입학한지 얼마 안 된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안경을 쓰고 있던 그 학부모의 아이의 얼굴을 심하게 때려 안경은 모두 깨지고 눈 주위가 시퍼렇게 멍이 든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가해 학생은 이미 전에도 다른 학생의 안경 쓴 얼굴을 때려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으며 느닷없이 친구의 고추를 만지는 성적 장난을 반복적으로 하기도 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가해 학생을 만났으나 그 아이는 “제가 그랬는데요”라고 태연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 아이의 얼굴에서는 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해 학생의 어머니를 만나보니 그 아이는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문제를 계속 일으켜왔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에게 엄중하게 주의를 주었으니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끝내자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가해 학생의 어머니에게는 아이를 적절한 소아청소년 정신과치료를 받게 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그 어머니는 “주님께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가해 학생을 치료받게 만드는 게 해결책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의 대처는 많은 경우 매우 미온적이어서 폭력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한 원인으로 되고 있다. 평상시에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과 폭력문제를 선생님이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정작 문제가 터지면 그때에는 학교체면이 손상된다면서 ‘쉬쉬’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의 잘못된 대처는 가해 학생 학부모의 안일한 대처로 이어진다. 폭력 학생 뒤에는 반드시 문제 있는 부모가 있다. 빈번하게 폭력(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잔뜩 화가 나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그 ‘화’를 폭력을 통해서 표출하는 방법에 이미 습관화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폭력 학생의 가정에는 폭력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고 어머니는 일방적으로 당하며 사는 경우, 아이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당하며 사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쌓이게 된다. 그리고 아이는 너무나 자주 보아왔던 아버지의 폭력 행동을 모방하며 자신의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당하는 어머니의 아이들은 어머니에 대해 양가감정을 갖게 된다. 한편으로는 어머니를 불쌍하게 여겨 측은해 하지만 다른 편으로는 당하는 어머니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당하며 사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만행으로부터 자식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부모-나 관계의 비밀>, 김태형·전양숙 공저, 새뜰심리상담소출판사 2005, 47쪽)

만일 가해 학생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면 병든 가정의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으며, 적어도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의 행동에 제동을 걸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만일 폭력을 사용하는 학생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이를 그냥 방치한다면 폭력 사태는 필연적으로 재발될 것이고, 다수의 아이들은 계속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피해를 입은 자신의 아이가 입은 상처(육체적,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는데 그치지 말고 가해 학생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가해 학생을 처벌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이기 때문이다. 품행장애 아이들은 이미 처벌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처벌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피해 학생 학부모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가해 학생의 부모들은 대체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다.(가해 학생의 부모는 아이를 폭력적으로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문제를 계속 회피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가능하다면 학교 측의 협조를 얻어 가해 학생을 강제적으로라도 치료를 받게 만들어야 한다. 만일 학교 측이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시민단체나 정부기관을 활용하거나 폭력과 관련된 진단서를 끊어 가해 학생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해주든가 적절한 치료기관에서 일정기간 치료를 할 것’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는 식으로 치료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피해 학생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노력한 만큼 아이의 학교생활도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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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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