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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초구의 재정자립도는 90.5%에 달하고 있으나 관악구 28.3%, 노원구 28.8%, 중랑구 29.5% 등으로 서울시의 자치구별 격차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 간 극심한 세수 불균형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지방재정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사전에 마련하지 않고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어 그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에서 자치구간 지방재정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공동세' 도입을 제안하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공동세 제도는 '상하위 정부간 또는 지방정부간 동일한 세원에 대하여 정부간 구분없이 과세한 후에 세수입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독일, 대만, 미국 등에서도 운영되고 있는 제도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서울시의 자치구별 세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구별로 거두어 들인 재산세의 50%를 별도로 구분해 공동세로 조성한 후 25개 구에 고르게 분배하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세목교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으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동세'가 도입되면 서울시 내 각 자치구별 재정불균형을 해소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자치구별 세입 예산안에 따르면 지방세의 약 80%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재산세 규모가 가장 큰 강남구는 2090억원에 달하고, 가장 적은 강북구는 158억원에 불과하다. 무려 13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만약 50% 공동세안이 확정·시행되면 이것이 1/3 수준, 즉 4배 정도로 축소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수의 격차확대는 부유한 지역을 더욱 부유하게 하고,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난한 지역은 더욱 가난하게 하는 지역간 부익부 빈익빈을 야기한다. 또한 서비스 차원에서도 부유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각종 문화·체육·복지 시설을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가난한 지역에서는 이보다 비싼 비용으로 복지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공동세 도입으로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음에도, 현재 이 제도는 일부 부유한 자치구의 반대라는 예상된 암초를 만났다. 강남·서초·송파·중구 등 4개 자치구는 공동세 비율이 재산세의 50%나 되어 너무 높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4개 구청장들은 지난 12일 '공동세 도입 반대 공동합의문'을 발표하였고, 서초구의회는 13일 임시회에서 '공동세 추진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또한 강남구 26개 동 주민자치위원장들도 전체 회의를 열어 반대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대체로 반대 자치구 주민들은 거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재산세를 다른 구에 제공하는 것은 조세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지금의 강남은 스스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과거 강북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한 투자와 개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북에 있던 주요 고등학교들의 이전과 같은 강북의 희생이 없었다면 강남 발전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또한 재산세는 해당 지역 비거주자 소유 재산에 대해서도 부과하기 때문에 일정부분의 공동세 조성이 조세정의에 전적으로 어긋나는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반대 자치구들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율 문제도 50%가 버겁다고 주장하면, 20~30% 선에서 시작하여 차츰 비율을 올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동세제가 도입·시행된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로 기록될 것이다. 지방자치가 지역이기주의와 배타적 자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경계를 넘어선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실질적인 첫 시도가 될 것이다.

나아가 서울시 내 자치구간 재정 불균형보다 더 큰 문제인 광역자치단체간과 서울시 외 기초자치단체간의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여 실질적 상생의 길을 도모할 수 있는 재정평형 제도들의 도입 논의도 이번 계기를 통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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