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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대학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짝 논의가 일고 있다. 그러나 논의수준이 단순히 등록금 인상률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어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문제는 첫째, 교육비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보장할 만한 수준인가'. 둘째, '저소득계층이 무리 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인가'. 셋째, '국가의 지원은 충분한가'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등록금 문제 핵심을 짚고 있지 못하다

@BRI@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은 첫째, 대학생1인당 연간 공교육비가 세계최저 수준이다. 한국의 학생1인당 고등교육비는 2002년을 기준으로 겨우 6047달러에 지나지 않아, OECD평균 1만3343달러의의 절반수준도 되지 못하며 미국의 1/3에도 이르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웬만한 선진국들의 중고등학생1인당 교육비보다 낮은 비용으로 공부를 하고 있으며, 미국,일본,덴마크 등의 초등학생1인당 교육비보다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교육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둘째 등록금 수준이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 미국과 비교해 보면, 2004년 미국의 1인당 GDP가 3만9700달러인 상태에서 수업료와 기숙사비 및 식비를 포함한 공립대학의 등록금은 평균 1만3833이고, 사립평균은 2만9500달러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만4100달러인데,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연간 650만원이 넘고 국공립대학은 350만원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처럼 숙식비 등을 포함한다면, 우리나라의 등록금은 미국보다 결코 낮지 않다.

미국의 사립대학이 전체의 27%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78%에 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훨씬 높아 세계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셋째, 국가의 교육비지원이 너무 적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비중이 전체 고등교육비의 15%에 지나지 않아 OECD 평균 78.1%의 1/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민간부담은 81.5%로서 고등교육비 대부분을 학생이 부담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사부담 비율은 각각 54.9%와 58.5%에 지나지 않는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액을 우리 돈으로 환산(편의상 1달러=1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덴마크 1486만원, 핀란드 1133만원, 독일 1007만원, 프랑스 795만원, 미국 926만원, 영국 851만원, 일본 485만원으로서 OECD 평균 1042만원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단돈 90만원에 지나지 않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따라서 국가의 지원을 늘리고 민간의 부담은 낮추면서 전체적으로는 고등교육비를 지금보다 증액시키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주장 가운데, 학자금융자제도의 확대는 학생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폐지되어야 하며, 한나라당의 등록금절반 인하 주장은 대학교육의 질을 후퇴시킬 것이기 때문에 선거용에 불과하다. 기타 여러 가지 방안들도 본질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현실에서 가능한 유일한 답은 등록금후불제이다.

등록금후불제란 무엇인가?

등록금후불제는 대학생들이 재학 중 등록금을 일체 납부하지 않고 교육을 받는 대신 졸업 후에 교육비의 일정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가 교육비를 일단 부담하므로 모든 대학생들은 재학 중 일체의 등록금을 내지 않는다.

대학졸업 후 소득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정해진 기간 동안 교육비의 1/2에서 1/4에 해당하는 액수를 세금으로 납부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제도이다. 즉, 국가와 개인이 고등교육재정을 분담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대학은 매년 등록한 학생의 수만큼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게 되므로 대학의 부담은 전혀 없다.

우리 현실에서 가능한 구체적 방식으로는 모든 대학생이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받고, 대학졸업 후 연소득 2000만원이 넘는 직업을 갖게 된 경우에 한 달에 10만원의 세금을 15년간 국가에 납부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조정이 가능하다. 전문대학 출신은 이 액수의 절반정도를 납부하면 될 것이다. 또한 법학대학원이나 의학대학원, 약학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출신은 20-25년간 내게 하면 된다. 교육비의 크기는 국가위원회를 두어 전공별로 정하게 하고, 현재처럼 선불로 내기를 원하는 학생이나 외국인학생은 선불로 납부하게 한다.

첫째, 교육의 양극화 및 교육기회의 불평등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대학생들이 경제적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중단하고 있으며, 장시간의 시간제 노동에 시달리는 학생들도 많다. 이 제도는 대학생들이 재학 중 경제적 부담 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교육의 양극화 해소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둘째, 등록금 갈등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매년 등록금 인상폭을 둘러싸고 학생회와 대학당국이 갈등을 계속하고 있어 대학이 마치 물건을 흥정하는 공간처럼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제지간 불신감의 증폭과 함께 행정력의 낭비도 엄청나다. 등록금후불제의 도입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준다.

셋째,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가 이루어진다. 등록금후불제의 도입으로 고등교육비에 대한 국가지원을 높인다면 그만큼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강화된다.

넷째, 대학교육 질이 획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이를 관할하는 위원회가 전공과 교육과정별로 일정한 교육여건을 정하여 표준교육비를 계산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기 때문에 대학교육의 질은 획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다섯째, 사학의 교육여건 개선과 비리척결에 기여한다. 등록금후불제는 국공립대학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과 심사를 통해 인정을 받은 사립대학의 재학생에 한해 적용하게 된다.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학은 학생모집이 어려워지므로 사학의 교육여건 개선과 사학비리 척결에 기여하게 된다.

여섯째, 사학교직원의 임금과 생활안정에 도움이 된다. 등록금후불제의 실시는 대학 자퇴생이나 군입대휴학생 등의 감소와 함께 대학의 운영수입 증가를 가져와 이를 통해 사학 교직원들의 임금안정과 생활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또 비정규직 교수들에 대한 대우를 현실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곱째, 민간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등록금후불제의 실시는 대학생 자녀를 둔 국민들에게 연 11조원의 소득을 지원해 주는 것과 같다. 이는 다시 소비지출의 증가를 초래하고, 승수효과를 통해 최소 33조 - 50조까지의 국민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슨 돈으로 하나?

국채를 발행하면 쉽게 해결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총액은 연간 약 11조원이다. 이 액수는 모든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 및 대학원 학생들의 등록금을 합한 액수이다. 이 액수만큼의 국채를 발행할 때, 그 비용과 효과를 계산해보자.

첫째, 국채발행 비용은 연간 3,333억 원 정도이다. 국채 이자율이 연리 3%이므로, 연간 이자부담이 3333억이다. 이것이 일차비용이다.

둘째, 국민경제 증가효과가 33조원 이상으로 나타난다. 11조원의 소득을 국가가 가계에 지원한 것이고, 각 가계는 한계소비성향에 따라 지출할 것이므로 소비성향을 0.7정도로만 잡더라도(최근 그렇게 조사되었음), 국민소득 증가효과 = 11조원/ (1 - 0.7) = 33조3333억원이 된다.

셋째, 국민소득증가에 따라 6조7천억원 정도의 세수증대가 예상된다. 소득증가는 세수의 증대를 가져오게 된다. (소득 가운데 일부는 개인소득이 되고 일부는 기업의 소득이 되어 세율 또한 각각 다르게 적용되겠지만) 편의상 20%의 소득세를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세수증가액 = 33조3,333억원 x 0.2 = 6조6666억원

넷째, 비용을 종합적 고려하면 실제 부담은 3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정부가 11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6조6666억원만큼의 세수증가가 있게 되어, 그것으로 이자 3333억을 갚고 원금도 6조3333억만큼 갚을 수 있게 된다. 또 실시 후 4년이면 졸업생들이 기여금을 납부하게 될 것이므로 실제 부담은 매년 3조원 남짓에 불과하게 된다.

OECD 회원국들은 평균 대학진학률 53%수준에서 GDP 대비 1.3%의 금액을 고등교육에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91%의 대학진학률 수준에서 GDP 대비 0.6%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등교육비만 부담하고 있다. 진학률을 감안한다면 GDP 대비 1.5%까지 고등교육지원액을 늘려야 하겠지만, 일차로 OECD 평균수준으로 국가부담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현재보다 최소 5조원 이상을 추가로 고등교육부문에 지출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확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등교육제도의 개혁은 비용분석에 우선하여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참고로 유상→무상→후불제로 정착한 호주와 무상→유상→후불제를 채택한 잉글랜드의 경제학자들도 이 제도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캐나다, 스웨덴 등 많은 국가들이 이 제도의 시행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대학교육비를 부모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말고, 학생 스스로 돈을 벌어 갚게 하는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되었다.

"우리가 졸업 후 갚을 테니까, 일차로 국가가 교육비를 부담해 달라"고 떳떳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등록금후불제 도입을 위한 각계각층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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