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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 없는 마을'의 중국식당
ⓒ 김혜정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국경 없는 마을'이 있다. 필자는 지난 11월에 주말마다 이곳을 찾아 외국인 노동자 현황을 살폈다.

'국경 없는 마을'의 외국인 노동자는 중국,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등 약 30개국에서 온 3만여 명. 이곳에 처음부터 외국인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1997년 IMF 이후 인근 공단에서 일하던 한국인들이 빠져나가자,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된 것.

그 후 1999년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하는 박천응 목사가 '국경 없는 마을'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서울의 이태원은 외국인들이 쇼핑, 여가 등 문화생활을 하는 곳인 반면 이곳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리 잡고 살아가는 터전이다.

@BRI@'국경 없는 마을'답게 거리를 걷다보면 중국어나 인도어로 쓰인 간판들이 많이 보인다.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기도 하는 식료품점과 음식점들이다. 음식점에는 양고기 카레, 한국의 빈대떡과 비슷한 '로띠'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외국 식당들이 대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맛이 바뀐 것과 달리, 이곳의 식당들은 자국의 맛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슈퍼나 가게 곳곳에는 '전화 거는 집'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전화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코시안의 집', '안산이주민센터' 등을 설립하고 대가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밤마다 '국경 없는 마을'의 순찰을 도는 권용호(원곡본동 기동순찰대)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고 하면 보통 범죄도 많고 분위기가 이상할 거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호칭을 친근하게 부르고 조금만 더 신경 써 주면 외국인도 한국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처음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기희(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총무)씨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갈등한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 처리 문제였다"고 말하고 "한국말에 익숙하지 않아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사용을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반 봉투에 담아 남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길거리 청소를 함께하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조선족 노동자 고지신(32)씨는 "국경 없는 마을 내에 있는 중국 교회를 다닌다"고 말하고 "원곡동에서 열리는 체육대회나 문화 행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인들과도 친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어설픈 한국말로 "한국 좋아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외국인 비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과 한국인이 하나 되어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국경 없는 마을'의 전화 거는 집
ⓒ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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