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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산 박두진 기념사업회 회장에 추대된 이병호 법무사
ⓒ 진병일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 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빛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靑山)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陽地)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8년 전 우리 곁을 떠난 박두진 시인의 <해> 전문이다. 2001년 6월 프랑스 아비뇽 근처, 고대 로마유적지로 알려진 베종 라 로망(Vaison la Romaine)에 이 시의 첫 구절을 앞면은 한글로, 뒷면은 프랑스어로 번역해 새긴 시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14일 오후 5시부터 안성시 안성노인복지회관에서 혜산 박두진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고, 재조명하여 선양하기 위한 ‘혜산 박두진 기념사업회’가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올해 6월부터 박청자 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장, 임충빈 사무국장, 이병호 안성사회발전연구소 소장, 신동성 미양초등학교 교무부장 등이 자발적으로 기념사업회 발기위원에 참여해 ‘혜산 박두진 기념사업회’가 태동하는 산파역을 맡아왔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안부미 안성시 여성단체협의회장, 이수철 안성시 새마을회장, 한표국 안성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박종현 전 여성단체협의회장, 홍화상 방송작가, 조정근 변호사, 이병성 정비사업조합 안성지부장, 약사 정대의씨, 가수 강진주씨 등 30여 명의 후원회원이 참석했다.

오재근 안성시의회 부의장은 “안성이 고향인 우리 시대의 큰 시인의 기념사업회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려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혜산 박두진 기념사업회의 태동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의 큰 발자취를 기리는 데 앞장서서 재조명 사업에 힘을 보태겠다”면서 참석한 이들에게 기념사업회 일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기념사업회장에 추대된 이병호 법무사는 제1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을 제정된 것을 계기로 그의 생애와 시세계, 높은 선비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해 세계에 널리 알리고, 혜산 박두진 기념관 건립과 기념공원 조성을 위한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문인협회안성지회와 혜산 박두진 문학제 및 문학상 운영위원회에서는 ‘제6회 혜산 박두진 전국백일장’ 기간을 10월 31일까지 연장하여 우편 및 온라인 접수를 받는다. 최우수작품상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여한다고 한다. 다음달 20일에서 25일까지 6일간 안성시일대에서 제6회 혜산 박두진 문학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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