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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시크릿 선샤인>에 조연으로 출연하는 오만석(왼쪽)씨와 김종수씨가 24일 울산 북구청 광장에서 영화데뷔 소감을 밝혔다.
ⓒ 김정숙
"거창한 생각은 안 해요. 그저 20년 연기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연극하는 후배들에게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지역 연극계에서는 처음으로 유명 감독의 영화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오만석(41·울산 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자)씨와 김종수(42·울산 문화가족 '길' 수석배우)씨는 "물론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지만 대중영화라는 또 다른 장르를 통해 연기를 즐길 수 있다는 자체가 무엇보다 좋다"고 데뷔 소감을 밝혔다.

조연급 출연도 의미가 있지만 보통의 배우들이 '이 사람의 영화면 출연해보고 싶은 욕심에 다들 덤벼드는' 감독의 작품이라 더 관심을 끌고 있다. <박하사탕>,<오아시스> 등 작품성 있는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고 문화부장관까지 지냈던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시크릿 선샤인>이 그것.

이 감독이 '한국사회의 아주 전형적인 소도시'라고 생각했던 밀양을 영화의 배경으로 잡다 제목도 <밀양>으로 생각했다가 누군가 반 농담으로 '밀양(密陽)'을 영어식 표현으로 'Secret sunshine'라고 얘기한 것이 영화 제목이 됐다는 후문이다.

"우리 삶의 무게 중심은 여전히 '연극'"

이 감독과 영화사는 밀양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단순한 연기 차원이 아니라 구수한 경상도 토박이말과 몸짓이 몸에 밴 순수 경상도 연기자들을 원했다. 사투리 구사력 뿐 아니라 '지역색 묻어나는 정감있는 외모'도 필요했다고.

이에 따라 밀양은 물론 부산, 대구, 포항 등 경상도 일대에서 오디션이 실시됐고, 지난 6월 울산에서도 1차 오디션이 열려 당시 20여명의 울산 연기자들이 테스트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19일 열린 최종 2차 오디션에서 합격해 은막 데뷔의 기회를 잡게 됐다.

두 사람은 "영화에 관심이 많아 언젠가는 영화에도 한 번 출연해 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그 소망을 이루게 됐고 무엇보다 이 감독과 인연이 됐다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연극이 우리 삶의 무게 중심이라는 것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역 연극인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최근 부산 연극인들이 영화계에 진출해 개성 있는 연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부산의 경우 연극인 조합이 형성돼 영화 진출에 많은 힘을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울산 연극계는 여전히 지방이라는 한계가 있고 활로를 찾지 못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이번 계기가 울산 연극인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기에 인생을 걸었지만 울산에서 더 이상 전망을 찾지 못해 서울 등 외지로 '떠남'을 선택하고 결국 그렇게 서울에 가서야 또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울산 연극인들의 애환이 하나씩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울산에도 '개성파 배우' 있다는 사실 알리겠다"

두 사람은 다음달 중순 밀양 곳곳에서 대중 스타들과 함께 촬영에 임한다. 영화의 세세한 줄거리나 인물의 성격 등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주인공이 송강호와 전도연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이들이 맡은 배역의 구체적인 캐릭터도 마찬가지. 단지 '어떤 역'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이창동 감독은 그 역을 연기하기 전에 아무 편견 없이 생각을 비우라는 주문만 하고 있단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잘생기지 않고 '촌놈' 같은데다 또 나이가 40대라는 게 캐스팅된 배경이었을 걸요. 이 감독이 원했던 것도 그거니까.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 울산에도 개성파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오만석씨는 지난 87년 연극 <카덴짜>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40여 편의 연극 무대에 올랐으며, 최근 <귀신고래 회유해면> <돼지사냥> 등에서 연기에 대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전국연극제 연기상(2002년), 울산연극제 최우수 연기상(2005) 등 다수의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김종수씨는 지난 85년 <에쿠우스>로 데뷔해 <베니스의 상인>,<품바> 등에 출연하며 20년 넘게 연기 인생을 걸어오고 있으며, 경남연극제 최우수 연기상(1996)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현재 울산 소극장 '이솝'에서 연출자 겸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KBS울산 <줌 인 울산 속으로> MC를 맡고 있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울산 북구 웹진 '희망북구'(www.hopebukgu.ulsan.kr)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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