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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숙 수녀님
오영숙 수녀님 ⓒ 조혜진
이미 새만금 방조제는 지난 4월 공사가 완료되었고, 바다로 흐르던 강물도 조금씩 그 길에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새만금 갯벌의 숨통이 막힌지도 2달이 되어 갑니다. 벌써부터 새만금 갯벌과 그곳에 깃대어 살고 있던 주민들의 삶에는 적지 않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즈음 오 수녀님이 계화도와 해창갯벌을 찾았을 때, 지역주민들은 갯벌과 바다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심하기 때문에 더 이상 조개를 캘 수도, 뱃일을 할 수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리 가지도 않던 밭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이대로 있을 수 없으니깐, 적어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백합과 동죽, 맛들이 풍부하게 나오던 생금밭은 이미 사라지고, 어민들은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마을은 거의 공황상태였어요. 사실 미래가 불투명하죠. 이 사업이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것은 뻔히 다 아는 사실인데, 보상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지금이라도 더 나서서 반대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적어도 계화도 사람들은 '우리 안에서 일치를 모으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한 마을에서도 새만금 갯벌과 간척사업을 바라보는 시선과 동기는 다 다르거든요. 그 모두의 이해를 하나로 끌고 나가기란 매우 어렵지요."

오영숙 수녀님는 계화도 지역 주민들을 보면서 새만금 사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같아선 연극 '라이어'가 많이 생각나더군요. 주인공 남자가 부인 모르게 두집 살림을 하는데, 한번의 거짓말을 덮으려 또 한번의 거짓말을 하고 결국 이 거짓말들이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 거짓말이 들통 나게 되는 내용인데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는 정부, 지금의 새만금 상황과 똑같아 보입니다. 처음부터 거짓된 말로 주민들을 현혹시키듯…."

지금 계화도 앞 갯벌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사막같습니다. 검고 촉촉했던 갯벌은 간데 없고, 역풍이 불면 모래먼지가 날아와 집안 가득 쌓입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염생식물 씨앗을 뿌려 군락지를 만드려는 등 여러 방법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역부족. 1인당 5만8천원에 계화도 주민들의 인력을 사용하려 했으나, 계화도 부녀회장이 "우리 할 사람 없다"며 거부했으니, 정부의 계획도 그리 척척 진행되지는 않나 봅니다. 단지 염생식물 씨앗 파종 일에 1억원을 풀었다는 황당한 소문만 떠돌 뿐입니다.

물을 맑게 해주고, 육지의 유기물을 걸러주고, 그 속에서 사람도 자연도 잘 살 수 있도록 끝없이 생명을 일구어내는 새만금 갯벌. 그곳을 지키기 위해 한결같이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을 지원해온 '새만금 수녀', 오영숙 수녀님. 그의 마음에도 처음부터 '새만금 갯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안21
부안21 ⓒ 부안21
지난 2000년 11월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총회가 있기 전 수녀님들이 현장체험을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오 수녀님은 고향이 부산인 터라 바다도 보고 쉬러 갈 참에 부안 새만금을 택했습니다.

"갯벌에 가서 직접 발을 담그고 갯벌이 땅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갯벌이 아무 데나 밟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속의 수많은 생명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거지요."

새만금 갯벌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수녀님들은 1박2일의 체험을 통해 새만금 갯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마침 총회의 오픈 미사에서 부안성당에 계시는 문규현 신부님이 새만금 갯벌 살리기에 대한 강의를 하신 터라 수녀님들은 '갯벌을 살리는 데 적극 지원하겠다'는 성명서를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인간이 하는 행위들이 인간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만금 갯벌을 지키는 마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후에 깨달음이 있을 것입니다. 갯벌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그리고 분명 새만금의 바다는 트일 것입니다."

새만금 갯벌을 지키는 마음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오영숙 수녀님, 그가 다시 새만금을 찾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다음 번에 새만금을 찾아갈 때는 계화산 봉수대에 올라 먼 갯벌을 바라보고 싶어요. 또 죽어가는 생명들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도록, 갈 수 있는 곳까지 갯벌에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http://kfem.or.kr)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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