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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보는 사람들
ⓒ 오인환
3일 오후 1시 고슴도치섬에서 춘천마임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도깨비 난장' 공연이 시작되었다. 4일 새벽 5시까지 계속된 이 행사에서는 국내외 많은 공연팀들이 다리 밑 무대, 숲속 무대, 난장 무대 등 여러 곳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였다.

고슴도치섬은 주말을 맞아 놀러 나온 가족, 연인들로 붐볐다. 밤이 깊어지면서 도깨비난장을 보기 위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공연을 관람하던 중 숲속 무대 관객석에서 특별한 단체관람객들을 발견했다. 공연보다 그 관람객들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공연을 보며 너무도 해맑게 웃고 즐기는 그 사람들 모습에 이끌려 나도 그 옆에서 함께 공연을 지켜보며 어울렸다.

그들은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맑음터'라는 장애인재활기관에서 생활하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었다. 1988년 4월 만들어진 '맑음터'는 가정과 사회에서 정신적,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 15세에서 25세 정도의 정신지체 소녀들이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자기 존중심을 배우고 익히면서 공동의 삶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한 '그리스도 가정 공동체'이다.

이곳에서 지내는 장애인들은 몸은 불편하지만 춘천마임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멀리까지 왔다고 했다. 공연을 함께 보면서 장애인들과 동행한 자원봉사자 이창욱(35)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마임 축제를 직접 관람하러 온 계기는?"
"장애인들이 사회경험을 익히고 여가와 레크리에이션 문화를 즐기도록 하기 위해 전국에서 개최되는 행사 중 몇 가지를 선별한 후 관람하게 한다. 춘천마임축제에 모두 관심이 많았고 꼭 경험해보고 싶어서 직접 오게 됐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했나?"
"이번 춘천마임축제에 23명이 왔다. 이동시에는 자원봉사자들의 개인차량을 이용한다."

"춘천마임축제 공연 관람 후 장애인들의 반응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평소 집중력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공연을 관람하는 내내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재미있게 공연을 봤다는 뜻이다. 특히 저글링 공연 모습을 신기해하며 가장 관심을 갖고 보았다."

이날 축제를 찾은 23명의 장애인들이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즐거워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장애인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축제 참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멋진 공연을 보여준 공연팀에게 비장애인보다 더 열렬한 박수와 함성을 보내며 화답하는 모습에서 '맑음터' 가족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축제를 즐길 줄 알 뿐 아니라 충분히 즐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그들의 밝고 환한 모습을 보며 춘천마임축제가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답해야 할 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춘천마임축제에서 '맑음터' 식구들 뿐 다른 장애인들이 더 편하게, 더 가까이서 즐거운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진호 오인환 김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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