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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8일 춘천 명동
2006년 5월 28일 춘천 명동 ⓒ 유형식
“어린시절의 학대와 배고픔을 이겨내고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 화재로 인해 한줌의 재가 되는 순간 제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오랜 방황 끝에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수많은 인파 속 명동거리에 눈에 띄는 큰 키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풍선인형을 선물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국내외 마임공연자들을 제치고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2006년 5월 28일 춘천 명동
2006년 5월 28일 춘천 명동 ⓒ 유형식
긴 장대다리를 끼고 270cm의 키로 춘천 시내 곳곳을 누비며 지역주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사랑 받아온 춘천 명물 '키다리 아저씨' 김동주(52)씨. 그를 28일 춘천 마임축제 전야제인 '아! 수라장'에서 만났다.

우연히 TV에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긴 장대다리를 이용해 바다에서 그물을 걷어내는 장면을 본 그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방법으로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터라 공사장에서 구해온 각목으로 다리를 만들어 30cm부터 시작했다. 냇가에서 넘어지기를 수십, 수백 번. 그를 보고 사람들은 '미쳤다'며 손가락질하기도 했지만 2년간의 피나는 연습 끝에 자유자재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270cm의 커다란 높이만큼 우리 모두의 앞에 우뚝 섰다.

2006년 5월 28일 춘천 명동
2006년 5월 28일 춘천 명동 ⓒ 유형식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는 김동주씨는 한 달에 열흘 정도 일이 없어 쉬는 날이면 아무리 힘들고 바쁘더라도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한다. 알록달록 키다리 바지와 긴 각목다리부터 챙기고 어려운 형편에도 기꺼이 사비로 풍선을 구입하는 아저씨는 자기로 인해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지난 달에는 사람들에게 더 큰 희망을 주고자 수원에서 부산까지 도보여행에 도전하기도 하였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후원해 주는 곳이 없어 하루 10시간 이상을 걸으면서도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힘들고 외로운 여정이었다. 도중 부상으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유에 중단할 수밖에 없는 아픔을 겪었지만, 지켜봐주는 사람들의 응원과 집념으로 결국 완주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2006년 5월 28일 춘천 명동
2006년 5월 28일 춘천 명동 ⓒ 유형식
'키다리 아저씨'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생계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자신으로 인해 희망을 얻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자신이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보람을 얻는다고 한다.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키다리 아저씨'로 살고 싶다는 김동주씨는 6월 3일 춘천마임축제 도깨비 난장에서 다시 한번 희망을 선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재헌, 김소영, 조슬기, 홍성미 기자와 공동 취재하였습니다.
인터넷 신문 뉴스토피아에 공동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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