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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새로 나온 손석춘씨의 칼럼집
ⓒ 정옥재
'작은 김중배', 손석춘의 새 칼럼집이 나왔다. 제목은 <과격하고 서툰 사랑고백>.

스스로를 '과격하다'고 고백한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각을 세우며' 칼럼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손석춘의 펜끝은 늘 '한국의 부자신문과 친미언론'에 향해 있다. 각 칼럼은 쓰여진 당시 언론의 잘못을 꼬집고 시작된다. 그는 미디어 담당 기자 출신이다.

그의 칼럼이 언론을 향하게 된 계기는 91년 '동아일보 신보도지침 사건'이다(154쪽). <동아일보> 사주 김병관은 그해 8월 "'인민민주주의' 추구를 용납할 수 없다"며 당시 김중배 편집국장을 전격 경질한다.

김중배 국장이 소설가 윤정모, 빈민운동가 고 제정구, 국사학자 안병욱의 글을 <동아일보>에 소개했다는 이유에서다(칼럼 "동아일보는 왜 몰락했는가").

손석춘은 이에 맞서 <기자협회보>에 "숨은 권력과 편집국 민주주의"를 기고했고, 이를 계기로 김중배와 함께 <동아일보>를 떠난다. 이후 언론개혁 운동에 매진하게 된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그를 '작은 김중배'라고 불렀다.

손석춘의 칼럼은 항상 많은 논쟁을 불렀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의 두 번째 칼럼 "추기경의 근심, 백성의 걱정"(2004년 2월 2일 <오마이뉴스>)을 둘러싼 논란은 유난히 뜨거웠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을 "실제 민주화운동에서 과대평가된 대목이 많다는 사실을 알 사람은 다 알면서 침묵해 왔다"며 "그만큼 이 땅의 '영혼'이 가난해서였다"고 평가했다(18쪽).

천주교 마산교구 백남해(42) 신부가 <경남도민일보>에 추기경을 비판한 '추기경 전하'를 기고했고,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손씨의 집 앞에서 규탄집회를 여는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그런데 손석춘이 자신의 칼럼들을 두고 '서툰 사랑고백'이라고 이름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가 상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해서가 아닐까. 그는 노무현 대통령, <조선일보> 김대중 이사기자, 콘돌리사 라이스, 정연주 기자, 이해찬 전 총리 등을 직접 거론한다.

<오마이뉴스>에서도 네티즌들로부터 수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손석춘은 북한으로 가라"는 댓글도 더러 있었다.

동료의식이 강한 언론계에서 타사 언론인이라 하더라도 일부 논설위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관계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서툴다'고 고백한 것은 아닐까.

그는 이 책과 칼럼을 끊임없이 '사랑고백'이라 부르고 있다. 비판을 업으로 삼는 언론인이 과연 누구를 사랑하는 것일까. 나는 그 사랑의 대상은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라 생각한다. 여기에는 북녘동포도 빠지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고백은 이 땅의 민중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노무현 정부든, 언론이든, 미제국주의든, 신자유주의든. 스스로 말한 과격하고 서툰 방식으로 이 땅의 민중을 사랑했기에 독자들은 '불편'한 게 아닐까.

▲ 책의 이해를 돕는 '작은 사전' 중
ⓒ 정옥재
'명토박아 말해둔다', '톺아보면' 등의 우리말 표현들도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

칼럼에 '명토박아 둔다'가 나오면, 대체로 결론에 이르렀다고 보면 된다. '톺아보면'이 나왔을 때는 상대의 논리를 따져 볼 경우다. 손석춘의 이런 우리말 표현까지도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 <과격하고 서툰 사랑고백> 말미에는 자신의 우리말 표현의 사전적 정의가 실려 있다. 독자들은 손석춘의 글을 읽으며 일일이 국어사전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

이 책은 2004년 1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옹근' 2년 동안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에 실었던 칼럼을 묶은 책이다.

손씨는 현재 <한겨레>기획위원,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연세대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과격하고 서툰 사랑고백>은 지난달 후마니타스에서 출판됐다. 1만원.

과격하고 서툰 사랑 고백

손석춘 지음, 후마니타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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