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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월 2일자 사설 "한국은 美·北 사이에 낀 '인질국가'가 될 것인가"
조선일보 2월 2일자 사설 "한국은 美·北 사이에 낀 '인질국가'가 될 것인가" ⓒ 조선일보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니스트가 2월 1일 자신의 칼럼에서 밝혔듯이, 불과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라 불리는 현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 참모진은 전원이 국방부 출신으로서 '도전받지 않는 미국'이라는 목표를 위해 핵심 관심사를 군사력의 유지와 사용에 두는 군사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외교적 방법'의 뒤에 항상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막강한 군사력을 배치해둔다. 그리고 내부 군수업체들의 과잉공급을 해결함과 동시에 보수세력의 지지를 확고히 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때로는 '외교'보다도 '전쟁'을 앞세운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2006년 2월 1일 [양상훈칼럼] 불카누스의 행군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침략하여 친미정권을 세운 전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 미국이 북한을 대내외적으로 압박하고 비난하는 것은 절대 '민주주의'니 '세계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그들이 북한을 '폭정국가' 혹은 '악의 축'이라 매도한다면, 과연 그 진실성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미국의 대북봉쇄정책부터 풀어라

… 이 조치에 대해 미 의회조사국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기관은 미국과 거래할 수 없게 해 금융기관들이 미국과 북한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앞서 가진 신년회견에서 "미 정부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붕괴를 바라는 듯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한미간에 마찰이 생길 것"이라며 '한미 마찰을 피하려면 대북 압박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한미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북한을 압박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 <조선일보> 2006년 1월 31일 사설 「韓-美 대통령 정반대로 말하다」


북한이 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길을 걸어가고만 있는가. 과연 그것이 미국의 말대로 북한정권 자체가 폭압적 독재정권이기 때문이고 선천적으로 구제불능이기 때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국제사회로의 편입에 있어 최우선시 되는 분야인 경제부터가 미국에 의해 꽁꽁 묶여 있는 상태이다.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 민중의 고통을 덜고,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이라 할 수 있는 의식주라도 해결해보려고 하여도, 북한으로의 자금유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미국 때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이런 미국이 과연 북한을 폭정국가라 말할 자격이 있는가.

… 북한의 딜레마는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핵문제, 북미관계 등 외교 안보분야에서는 꽉 막혀 움직일 공간이 없고, 경제분야는 '7·1개혁'으로 일부 증산은 이루어졌지만 여러 가지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우 커서 불안정한 상황에 있다. 그런데도 서방세계와의 교역, 투자, 에너지 협력은 난망하다. 지난달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의 남방 경제특구들을 방문한 것도 기약 없는 대미관계와 안보 부문으로부터 '경제'를 일시 '분리'해 내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 개혁·개방을 활성화함으로써 경제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 <조선일보> 2006년 2월 2일 아침논단 「미·북 '無대책과 無행동의 균형'」


심지어 같은 조선일보에도 위와 같은 글이 실릴 정도이니 오죽하겠는가. 테니스 라켓과 연필은 각각 플라스틱부분을 이루는 화학원료와 흑연이 폭탄의 재료로 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쌀과 솜은 군사용으로 불법전환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북으로의 반입이 불가능하다.

경제가 봉쇄된 북한은 체제 및 국가의 붕괴위협을 느끼게 되고, 당연히 자국보호수단으로서의 군사력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이라크만 보아도, 핵사찰을 인정하고 군사력을 약화시키자마자 미국에게 점령당하지 않았는가.

강한 바람만이 능사가 아니다

… 미국은 머지않아 '강한 바람'으로 북한의 옷을 벗기겠다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에 햇볕을 쬐어 봤더니 소용이 없더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미국이 이러면 이럴수록 북한은 한국을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러다간 한국은 올 한 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낀 인질국가처럼 끌려다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조선일보> 2006년 2월 2일 사설 「한국은 美·北 사이에 낀 '인질국가'가 될 것인가」


우리, 솔직히 얘기해보자. 미국이 언제 한번이라도 북한에 햇빛을 쬐어본 적이 있단 말인가. 북미간의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일방적인 경제봉쇄로부터 비롯된 양국갈등과, 이어진 경수로사업 지원과 중유 지원의 중단으로 인하여 유명무실해져 버렸고, 이는 동북아의 정세에 살짝 구름이 걷히려고 하자 깜짝 놀란 미국이 얼른 더 짙은 먹구름으로 덮어버린 격이다. 그 이외엔 시종일관 행여나 햇빛이 날까 노심초사 걱정하며, 국제사회의 따가운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 큰 덩치로 북한을 향한 세계 도처에서의 햇살들을 온몸으로 막아오지 않았던가.

거센 바람은 그 본질상 아무리 강하게 분다 하더라도 나그네의 옷을 벗기지 못한다. 미국은 우선 대북봉쇄정책부터 풀어야 한다. 그런 이후에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두 나라간의 합의점을 천천히 찾아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경제원조와 동북아평화를 위한 국제여론 형성 노력 등은 따뜻한 햇살이 되어 북한이 두꺼운 외투를 벗는 것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러한 따스한 햇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북·미 사이의 '인질국가'가 아니라, 둘 사이를 잘 조정시켜 나가면서 북과의 점진적 통일을 준비해 나가는 주체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전 동화를 다시 한번만 읽어보자. 나그네는 매서운 바람에는 더욱 옷깃을 여미다가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자 그제야 옷을 벗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덧붙이는 글 | 박일순 기자는 언론비평웹진 필화(www.pilhwa.com)에서 필명 '박수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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