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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의원실 보좌진들이 이 총장과 손기정 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재윤 의원실 보좌진들이 이 총장과 손기정 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성한
손기정기념재단은 사무용 테이블 3개와 조그만 회의 테이블, 손기정옹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이자 외손자이기도한 이준승씨를 만났다.

이준승 사무총장은 "유족 입장에서는 기증물품이 육영재단에 있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육영재단으로 인해 마음이 아팠고 본인(손기정 옹...필자주)도 많이 아파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손기정기념재단과 육영재단이 보유한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제대로 된 곳에서 관리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당시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준 손 선생의 뜻을 기리는 기념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전시된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한다.

생시 손기정옹은 육영재단측에서 기념관을 개관해 기증물품을 전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몇 차례 발걸음을 했지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 총장은 "육영재단에서 94년부터 기념관 개관 전시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그때마다 할아버지가 가보자고 해서 몇 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출구 자체가 닫혀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장은 최근 금메달 분실 논란이 있던 지난달 11일 육영재단을 방문했지만 셔터가 내려져 있어 밖에서 바라만 보고 돌아왔다.

"손옹 장례식 때도 금메달 안 빌려줘"

유족들과 기념재단측은 금메달 등 기증품을 보관하고 있는 육영재단측에 강한 불신감을 표했다. 유족들은 2002년 11월 손기정옹의 장례식 때 영전에 마지막으로 금메달과 상장을 잠시 놓아드리려고 협조 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비극적인 일이긴 하지만 가시는 길에 금메달과 상장을 영전에 잠시 놓아드리려고 육영재단에 요청을 했는데 육영재단측은 보관시설을 파손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었어요. 유족측에서는 보관시설 파손비용까지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잠시 빌려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유족에게 빌려주었다가 반환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답을 해왔습니다."

김 총장은 당시 빈소에 찾아왔던 육영재단 관계자 3명과 유족들이 영전 앞에서 마찰을 빚었던 일을 꺼내며 분통해 했다.

최근 손기정옹의 금메달 분실 의혹이 확산되면서 육영재단측이 손기정옹의 중요한 물품들을 기증품 목록에 기재하지도 않았고 보안상의 이유를 거론하며 이사장 개인이 보관하는 등 관리를 매우 허술하게 해왔던 것이 드러났다. 또한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 1층에 손기정기념관을 마련해 전시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육영재단 아닌 국민에게 기증한 것"

이 총장은 "기증자는 육영재단이 보관하도록 한 게 아니라 국민의 것으로 기증했다"면서 "기념재단과 유족은 반환요청도 하지 않겠지만 육영재단에 보관된 기증품들을 '국민의 것, 우리의 것'으로 접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현재 육영재단 안에 손기정기념관이 있어 갇혀있는 느낌"이라며 "손기정 선수가 온전히 기억될 수 있도록 여러 차원에서 재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시대 식민지 아픔을 교훈삼아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차원에서 국민에게 자료를 보여주는 것을 희망하신 것 같다"면서 "육영재단에는 상징적 자료만 있고 역사적 자료는 손기정기념재단에 상당히 많은데 이런 기록들을 자료화하고 궁극적으로 손기정 선수에 대한 재조명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기정기념재단은 올해 6월 22일 경기도지사로부터 법인설립허가증을 발부받고 수원월드컵 경기장에 터를 잡았다. 기념재단이라고 해봤자 비좁은 사무실에 창고에 간이식 선반을 만들어 손기정옹의 유품, 사료 등을 전시해 놓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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