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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행렬
허수아비 행렬 ⓒ 이재완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강진버스터미널. 초라해 보이는 터미널 안에는 축제 포스터 몇 장과 축제행사장까지 가는 버스노선을 A4용지로 여러 장 복사하여 다닥다닥 붙여놓고 있었다.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강진 속에서 축제 또한 의미심장한 행사로 여기지지 않는 듯한 터미널 분위기 속에서 나는 강진의 첫 이미지를 그렸다. 전라남도의 낙후된 도시 강진, 남도 답사 1번지 강진을 엮은 축제는 '어떤 색깔을 내고 있을까'란 생각을 하며 축제 행사장행 버스에 올라탔다.

축제장까지 가는 곳곳에는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깃발, 도자기를 연상시킨 도자기 화원, 관광객을 맞는 허수아비들의 행렬까지 행사장까지 이르는 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또한 강진만의 넓은 들녘과 드넓은 갯벌은 도시사람들이 여유를 느끼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축제장의 첫 느낌

버스에서 내려 축제장까지 들어가는 길에는 음식점과 좌판영업점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뒤쪽으로 잘 가꾸어 진 화훼단지가 보이고 있었다. '강진 고려청자 도요지'라는 것을 알리는 축제 상징물을 지나 들어가는 길에는 박으로 엮은 그늘 길을 마련해 놓았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하고 있었으며, 잘 익은 박은 고려도기의 형태처럼 균형미 있게 자라 있었다.

축제장 입구
축제장 입구 ⓒ 이재완
박 터널
박 터널 ⓒ 이재완

강진고려청자박물관

박물관 학예사의 도움으로 기획전시실부터 상설, 야외전시까지 둘러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박물관에는 고려청자를 보기 위해 찾아 온 많은 관람객들이 있었으며, 청자를 알기 쉽게 전시되어 있었다. 끝으로 청자가마터 위를 덮어 보존되고 있는 가마터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관람을 마칠 수 있었다. 또한 박물관 뒤편에는 한 많은 도예 생활로 죽어간 도공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었다. 이 또한 이 지역의 역사와 민중들의 삶이 녹아 있는 애처로운 역사의 흔적이었다.

박물관을 찾은 가족
박물관을 찾은 가족 ⓒ 이재완
도공위령비
도공위령비 ⓒ 이재완

이 박물관 역시 여느 박물관처럼 연 관람객 수가 적은 편이었으며, 축제기간 동안 1년 관람객이 대부분 다녀간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이 열악한 데에 기인하는 관람객 수 문제는 정말이지 어떠한 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 이번 축제를 통해 한 번 더 더듬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다듬이질 하는 아이들
다듬이질 하는 아이들 ⓒ 이재완
코일링 체험하는 부자
코일링 체험하는 부자 ⓒ 이재완

체험프로그램 속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가르쳐 주는 다듬이질, 고려복식을 입고 사진을 찍어보는 체험, 투호, 윷놀이 등의 전통놀이체험, 아버지와 함께 만들어 보는 청자파편 모자이크 체험, 힘껏 태토를 내려치는 흙메치기체험,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앉아 만들어보는 청자코일링 체험 등 가족들과 함께 전통의 멋과 전통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으로 사뭇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러한 체험행사들은 유료체험과 무료체험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대부분 프로그램들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강진의 전통문화

축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아는 것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지역은 '남도의 답사 일 번지'라는 관광안내판이 있을 정도로 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이었다. 필자는 영랑생가, 다산초당, 백련사만 둘러보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한 문화재는 더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듯하였다. 이 느낌은 즉 청정지역이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묘함이라고 생각한다.

영랑생가
영랑생가 ⓒ 이재완
영랑생가에 도착했을 때에는 영랑(김윤식)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가 바윗돌에 음각되어 있었다. 행랑채의 대문을 지나 안채에서는 영랑이 살았던 시대를 재현해 놓았으며, 영랑의 초상화까지 마련해 놓았다.

영랑생가에서는 문화유산해설사가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영랑의 작품세계에 대해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다. 이곳은 영랑이 작품 소재가 되었던 샘, 동백나무, 장독대, 감나무 등을 바윗돌에 새긴 시와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며, 더더욱 대표작인 모란을 텃밭에 심어놓아 아름다운 정원의 풍취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찾은 곳은 특별전으로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산전시관이었다. 이곳은 다산과 연관된 미공개 유물들이 축제를 기해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다산의 18년간 유배생활, 그리고 이곳에 남긴 다산의 저술활동으로 강진은 다산학의 열매를 맺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다산초당
다산초당 ⓒ 이재완
다산전시관을 지나 다산초당까지 산행으로 10여분 올라 가니, 다산초당이 나타났다. 좌우로는 동암과 서암이 있었으며, 초당 앞으로는 차를 끓여 먹던 다조(茶竈), 초당 뒤편으로는 다산 선생이 직접 수맥을 잡아 만들었다는 약천(藥泉), 초당 옆의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이 200년의 고유한 숨결을 내뿜고 있었다. 다산초당에서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산학당체험'이라 하여 다산의 제자가 되어보는 체험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서암을 지나 비를 맞으며 갔던 곳은 다름 아닌 다산의 정자인 천일각(天一閣)이었다. 하늘과 하나 되는 공간에 지어진 이곳은 앞으로 놓여진 소나무밭 사이로 멀리 강진만이 눈앞에 보이는 참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곳이었다.

백련사에서 내려다본 강진만
백련사에서 내려다본 강진만 ⓒ 이재완
비가 멎자 뒷산을 넘어 찾아간 곳은 백련사였다. 이곳 스님과 차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다산이 자주 찾던 곳이었다고 한다. 또한 다산은 이 지역의 경치를 이야기 하면서 이곳을 가을 단풍을 구경하기 좋은 곳으로 꼽고 있다.

이처럼 강진은 이곳처럼 아름다운 문화재와 청정의 자연을 갖은 곳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의 관광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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