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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릇(석산)
ⓒ 농예원
꽃무릇

꽃무릇이 피어나는 구월
해보인의 가슴속에
희망이 솟아나는 계절

천년 순결 자랑하는
꽃무릇이
아침 이슬로 곱게 단장하고

나무 숲 사이
새소리를 머금으며
한 움큼 자라는 날
해보인의 마음도 영글어 갑니다.
- 이 환 행 -


해마다 9월이면 전남 함평군 해보면 용천사가 있는 야산에서는 '꽃무릇' 축제가 열린다.

석산(石蒜)이라고 불리는 꽃무릇은 나무 그늘에 숨어 무리지어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흔히 상사화(相思花)와 자주 혼동된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둘 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구근식물로 꽃은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며,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다. 상사화라는 이름의 유래는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붙여졌다.

▲ 상사화
ⓒ 농예원
상사화는 꽃무릇보다 이른 7~8월에 피고, 분홍∙노랑∙붉은노랑색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9월에 만개하는 꽃무릇은 붉은색 꽃만 핀다. 60cm 정도의 꽃대에 어린아이 손 바닥만한 꽃이 매달려 있어 그늘진 곳에 핀 군락을 보면 현란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애잔함 마저 든다.

▲ 나무그늘 속의 꽃무릇
ⓒ 함평군
구근(이하 인경)은 상사화는 파 뿌리 같이 생겼으며, 석산보다 큰 편이고 개화 시기는 8월 중순이다. 석산은 작은 양파와 같이 생겼으며 개화 시기는 9월 중순이다.

꽃무릇은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 주변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으며 주로 절 주위에 많이 핀다. 절 주변에 꽃무릇이나 상사화가 많이 핀 이유는 스님들이 좋아하는 꽃이기 때문도 아니고 정원을 가꾸기 위한 관상용도 아니다. 인경에서 전분을 뽑기 위해서다.

절에서는 인경을 갈아 전분을 만들고, 이것으로 풀을 쑤어 귀중한 서화류를 배접하는데 썼다. 뿌리에 있는 독성(알칼로이드 성분)이 방부효과가 있어 표구나 탱화를 그릴 때 사용하면 좀이 슬지 않아 수천 년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천사는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 모악산(母岳山)에 있는 사찰로 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의 말사이다. 절 이름은 대웅전 층계 아래에 있는 용천(龍泉)이라는 샘에서 유래하며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 용천사 대웅전 (계단입구의 용천은 하얀 지붕으로 덮여있다)
ⓒ 대성수
백제 무왕 때 행은이 창건하고, 고려 충렬왕 때 국사 각적이 중수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세조와 명종 때 중수하여 큰 절로 성장하였으며 '용천사대웅전현판단청기'에 따르면 전성기에는 3천여 명의 승려가 머물렀다고 한다.

건물로는 대웅전과 범종각·웅진당·요사채 등이 있고 유물로는 용천사석등과 해시계 등이 전한다. 이중 1981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84호로 지정된 석등은 높이 2.38m로 1685년(숙종 11)에 제작된 것으로 짜임새가 투박하지만 옥개석 네 귀에 거북이 세련되게 조각되어 있다.

▲ 용천사 석등 (기둥 받침석의 거북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 대성수
▲ 용천사 해시계
ⓒ 함평군
해시계는 석등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6∙25전쟁 때 잃어버렸다가 1980년 경내 흙더미 속에서 발굴된 것이다. 본래는 높이 14cm, 가로 세로 각 39cm의 정사각형이었으나 지금은 절반이 떨어져나간 상태이다. 하지만 낮 시간에 해당되는 묘시(卯時)부터 유시(酉時)까지는 남아 있어 사용하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함평군 행사계획에 따르면 9월10일~12일까지 3일간 열리는 꽃무릇 축제에서는 '전통 민속놀이' 와 '누에고치에서 명주실 뽑기', '대나무 물총 만들기', '새끼꼬기' 등 체험행사가 준비되고 있으며 9월 말까지는 꽃무릇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꽃무릇> 쓴 시인 이환행은 현재 함평군청 문화관광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해보면장 시절에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 가을에는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야트막한 용천사의 산책로를 걸으며 뿌려 놓은 듯 피어있는 꽃무릇의 향기에 취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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