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랜만에 국회의원들 덕(?) 좀 보자는 생각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점심때나 돼서야 느지막이 투표를 하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투표소로 향했습니다. 아내와 일곱 살 된 딸아이와 함께 말입니다.

집에서 50m 남짓 떨어진 투표소로 가는 동안 딸아이는 언제나 그렇듯 "어디에 가는 것이냐?", "무엇을 하러 가는 것이냐" 등 끊임없이 질문 공세를 펼쳤습니다. 마침 잘됐다 싶어 우리 부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나라 일을 잘해 줄 국회의원을 뽑으러 가는 것"이라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줬습니다.

마치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선생님 일을 거들어 주는 반장처럼 나라 일을 잘 거들어 줄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덧붙여 나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도 말해주었죠.

그러는 사이 어느새 우리 가족은 투표소에 들어섰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과 달리, 투표하러 온 사람들이 별로 없어 좀 안타깝더군요.

그래서인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는 했지만 투표하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투표 용지를 받아들고 가슴이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이 한 표들이 모여 정치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표소에 들어가 신중을 기해 기표를 하고 나오는데, 그만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갔던 딸아이가 "우리 엄마는 oo당 찍었다!" 하고 말해, 순간 투표소 안은 짧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제 딴에는 자신의 국어 읽기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 그랬던 모양인데, 아내는 무슨 비밀이라도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선관위 관계자와 참관인 등 그곳 투표소 내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날 저녁 우리 가족은 투표장에서의 소동을 돌이켜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개표 방송을 열심히 지켜봤습니다. 개표 방송을 통해 우리 나라 정치가 국민들이 원하고 기대하는 만큼 새롭게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며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꿔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